MB, 이팔성 뇌물 19억여 원 중 '옷값 대납' 1230만원만 유죄양복점 '장미라사'에 MB 옷값 결제내역 없어 "대납" 이팔성 주장 신빙성 없어'이팔성 비망록' 진실, 증거 없고 소설로 쓴 판결문
  • ▲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뉴시스
    ▲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뉴시스
    이팔성의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 MB가 이팔성으로부터 받았다며 검찰이 기소한 금액은 총 19억6230만원이다. 사법부는 이 중 19억5000만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단 1230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다.

    무죄 판단의 근거는 형법상 ‘공무원이 될 자’에 관한 규정 및 ‘청탁 부재’ 등이었다. 그러나 앞서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팔성 진술과 비망록·메모지의 신빙성이 재판과정에서 완벽히 무너졌고, 그로 인해 사법부는 무리한 판결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죄로 판단된 1230만원은 이팔성이 대납했다고 주장한 'MB의 옷값'이다.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MB가 ‘장미라사’라는 양복점에서 본인과 사위들의 정장과 코트 등 8벌의 옷을 맞췄는데, 이 옷값을 이팔성이 대납했다는 게 사법부의 판단이다.

    그러다보니 헌정 사상 유례없는 코미디 같은 판결이 이뤄졌다. "MB가 이팔성으로부터 1230만원 상당의 옷을 뇌물로 받고, 그 대가로 이팔성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받은 뇌물의 액수나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의 가격으로 볼 때 터무니없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 ▲ '이팔성 뇌물죄'와 관련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 중 일부.ⓒ자료=강훈 변호사
    ▲ '이팔성 뇌물죄'와 관련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 중 일부.ⓒ자료=강훈 변호사
    더 황당한 것은 이팔성이 MB보다도 청와대 비서관과 관련부서 행정관들에게 더 많은 금품을 건넸다는 사실이다. 검찰수사에서 밝혀진 바는 이팔성은 이들 5명에게 각각 1000~2500만원씩의 금품을 건넸다.

    이들은 MB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시에 근무하면서 이팔성과 친분을 쌓아오던 자들이다. 검찰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이팔성으로부터 받은 돈을 용돈 정도로 생각했다고 했다. 또한 이팔성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하는데 발벗고 나선 사실도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금융위원회 전 사무처장 임OO는 이와 관련해 검찰조사에서 "청와대 관련부서가 금융위에 이팔성의 KRX 이사장 및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지시했다"는 요지의 진술을 했다.

    또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었던 김희중도 이팔성과 스스럼없는 사이였음이 드러났다. 김희중은 검찰조사에서 이팔성이 자신에게 인사 청탁을 한 사실과, 자신이 MB에게 이팔성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할 것을 두 차례 건의했지만, MB가 부담스러워했다는 사실을 진술했다.
  • ▲ 임모 전 금융위 사무처장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검찰 진술 내용 중 일부.ⓒ자료=강훈 변호사
    ▲ 임모 전 금융위 사무처장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검찰 진술 내용 중 일부.ⓒ자료=강훈 변호사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전광우는 검찰조사에서 "당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어 관(官)보다는 경험 있는 민간 출신 임명을 인사원칙으로 정했다"며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후보군을 보니 이팔성 이외에는 관 출신 2명이 올라와서 이팔성을 회장으로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전광우는 "이팔성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적합한 역량을 갖췄냐"는 검사의 질문에 "이팔성은 한일은행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경력이 있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면이 있어 기본적인 요건은 갖췄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MB정부 시절 이팔성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된 것은 ▲기본적으로 이팔성의 경력이 자격요건에 해당됐고 ▲회장 후보군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청 시절부터 이팔성과 친분이 있던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이 힘쓴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KRX 이사장이나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이 행정관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지위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MB가 이팔성을 KRX 이사장 내지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이팔성 선임을 지시한 것은 청와대 행정관들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MB가 직접 지시를 하거나 개입했다는 진술은 없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자신들의 추측을 더해 소설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이다.
  • ▲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의 검찰 진술 내용 중 일부.ⓒ자료=강훈 변호사
    ▲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의 검찰 진술 내용 중 일부.ⓒ자료=강훈 변호사
    MB와 사위들 옷값 1230만원을 대납했다는 이팔성의 진술도 신빙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진 계기는 2008년 1월 23일자 이팔성 비망록 내용이다. 이팔성은 당시 비망록에 "사위옷 2벌, y.shirt(와이셔츠), 당선이 court(코트), 양복 3벌(?) 등 전달. 대금은 내가 내는 걸로 사모님께 말씀"이라고 적었다.

    이처럼 이팔성 비망록에는 ‘옷값을 내는 걸로 김윤옥 여사에게 얘기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 실제로 옷값을 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만일 추후에 옷값을 지급했다면, 사소한 일까지 비망록에 적어 넣던 이팔성이 MB 양복값을 낸 사실을 누락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검찰은 유도신문을 통해 이팔성으로부터 옷값을 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다. 1월 23일자 비망록 내용이 ‘이팔성이 옷값을 낸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을 근거로 "얼마를 냈냐"고 질문을 해, 금액을 추측하는 이팔성으로부터 옷값을 낸 것 같은 답변을 유도한 것이다.

    반면 'MB 사위' 이상주 변호사는 검찰조사에서 "이팔성이 양복값을 낸다고 해도 김윤옥 여사가 거절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 ▲ '장미라사 양복'과 관련한 이팔성 비망록의 내용과 이팔성과 이상주 변호사의 진술 내용.ⓒ자료=강훈 변호사
    ▲ '장미라사 양복'과 관련한 이팔성 비망록의 내용과 이팔성과 이상주 변호사의 진술 내용.ⓒ자료=강훈 변호사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장미라사에 이팔성이 MB의 옷값 1230만원을 결제한 내역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검찰은 장미라사를 조사해도 이팔성의 결제사실을 밝혀내지 못하자 수사기록에 "장미라사 고객이 옷을 맞춘 내용은 기록해 두는데, 옷값 결제 방법은 달리 기록하지 않고 있음"이라고 기입했다.

    변호인단이 장미라사의 전산시스템을 확인해 본 결과 결제방법, 즉 현금결제인지 카드결제인지를 기록하지는 않아도, 결제여부를 확인할 수는 있었다. 고객관리 전산시스템에 결제를 한 고객에 대해 결제날짜와 금액, 포인트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고객들의 경우 장미라사 전산시스템에는 결제한 날짜와 금액, 포인트가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MB와 이팔성의 고객관리 전산시스템 어디에도 1230만원이 결제된 내역이 없었다. 이는 MB의 양복대금은 결제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옷값을 냈다는 이팔성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명확한 증거다.

    대금이 지급되지 않은 이유를 확인해 보니, 취임 후에도 장미라사에서 양복을 몇 번 맞추고, 청구된 대금을 결제했던 MB로서는 그 돈도 당연히 청구돼 결제된 걸로 알았지만, 사실은 장미라사가 해당 금액을 청구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보고하자 MB는 빨리 옷값을 지급하라고 난리였다. 그러나 장미라사 입장에서는 MB로부터 옷값을 받지 않더라도, 그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봤기 때문에, 대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미라사는 MB에게 대통령 취임식에 입을 양복을 맞춰준 후 ‘대통령의 재단사’라는 별칭을 얻고 이를 광고에 적극 활용했다. 이처럼 광고효과가 클 경우 결제를 받기 보다는 협찬을 하는 경우가 업계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다. 따라서 장미라사의 입장에서는 MB로부터 옷값을 결제 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 ▲ '이팔성 뇌물죄'에 등장한 양복점 '장미라사'의 고객관리시스템.ⓒ자료=강훈 변호사
    ▲ '이팔성 뇌물죄'에 등장한 양복점 '장미라사'의 고객관리시스템.ⓒ자료=강훈 변호사
    검찰은 이팔성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끝나가자, 연임을 위해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MB 측에 3억원의 금품을 전달했다고 기소했다. 사법부는 이 중 두 차례 2억원의 금품이 MB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2억원 금품수수의 유일한 근거는 '이팔성 메모지'와 거기에 꿰어 맞춘 진술 뿐이다. 그러나 앞서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팔성 메모지와 진술은 온통 거짓으로 점철돼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법부는 판결문에서 이상주의 진술과 부인 이OO(MB의 딸)의 사실확인서를 판결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판결문에 인용된 이상주의 진술은 물론이고 다른 검찰 진술 어디에도 이상주가 금품을 전달했다는 내용은 없다. 다만 "2010년 12월 MB의 생일 및 결혼기념일을 맞아 이팔성으로부터 여성용 가방을 받아 아내를 통해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 전부다.

    검찰은 이팔성의 진술을 근거로 가방 안에 1억원이 들어있었다고 이상주를 끈질기게 추궁했지만, 이상주는 "뭐가 들어있는지는 몰랐다"는 진술을 유지했다. 다만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팔성이 그랬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답변을 했을 뿐이다.

    또한 2011년 2월 구정 연휴를 맞아 같은 방법으로 또 한 차례 1억원을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이팔성의 주장에 대해, 이상주는 "기억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즉 이상주의 진술은 MB의 유죄를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 ▲ 'MB 사위' 이상주 변호사는
    ▲ 'MB 사위' 이상주 변호사는 "이팔성 메모의 날짜와 횟수를 납득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이 변호사의 검찰진술 내용 중 일부.ⓒ자료=강훈 변호사
    게다가 이OO의 사실확인서는 오히려 1억원이 든 가방이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될 수 없는 정황을 설명한다.

    이OO은 남편을 통해 이팔성이 준 가방을 전달받은 사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12월과 2월에는 MB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구정, 김윤옥 여사의 생일(3월) 등이 겹쳐 자신을 통해서도 많은 선물이 들어온다고 했다.

    그 경우 관저 출입문인 인수문의 경호 검색 데스크를 거쳐야 하며, 경호가 내용물까지 직접 확인을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결혼기념일이나 구정을 맞아 현금이 들어있는 여성용 가방이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OO은 남편 이상주가 두 차례 검찰조사를 받은 후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팔성의 메모의 날짜와 횟수를 납득할 수 없다"고 계속 밤을 설쳤다는 사실을 적었다. ‘이팔성 비망록’이 언론과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이상주가 느꼈을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 ▲ 이상주 변호사의 부인 이모 씨의 사실확인서.ⓒ자료=강훈 변호사
    ▲ 이상주 변호사의 부인 이모 씨의 사실확인서.ⓒ자료=강훈 변호사
    이처럼 이상주와 부인 이OO의 진술과 사실확인서는 이팔성이 MB에게 건넸다는 2억원의 실체를 증명하는데 근거가 되지 못하며, 오히려 자금이 전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사법부가 판결문에 이 같은 이상주와 이OO의 진술 및 사실확인서 만을 근거로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팔성이 MB에게 전달했다는 2억원을 증명할 근거가 빈약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처럼 20여억 원대의 매관매직(賣官賣職)이라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팔성 비망록’은 MB가 이팔성으로부터 1230만원 상당의 옷을 받고 그 대가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하고, 또 2억원을 받고 이팔성을 연임시켜줬다는 이해 못할 판결로 귀결됐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