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 비난받았던 李… 공군 女부사관 사망 사건에 "2차 가해" 이중잣대
  •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 유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 유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고소인'이라고 지칭했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부사관(이모 중사)의 사망 사건에는 즉각 "엄정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 전 대표는 수사 촉구 일성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장례식장을 방문, 유가족을 만나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 전 대표의 행보는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선 앞둔 이낙연, 공군 女부사관 사망 사건 맹비판

    이 전 대표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신 공군 부사관 이 중사의 피해 내용과 군의 대처 경위는 알면 알수록 충격적"이라고 언급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상관들은 이 중사를 '조직에 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몰아가며 입을 다물 것을 종용했다. '전역하면 그만' '살면서 한 번쯤 있는 일'이라는 잔인한 말로 피해자를 모욕했다"고 소개한 이 전 대표는 "이 중사 사망 이후 공군 조직의 대처 또한 군율의 해이 수준을 넘어 도덕적 파탄을 보여준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피해신고 이후 군의 대처, 피해자에 대한 회유와 협박을 포함한 2차 가해, 집단적 범죄 은폐 시도, 사망 이후 조치 등 전체 과정과 모든 관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 근원적인 재발 방지 시스템 수립을 요구한다"며 "대통령께서도 최상급자까지 엄정수사할 것을 지시하셨다. 국방장관은 자리를 걸고 확실하게 대처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중사의 장례식장을 방문해 피해자 유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분노 섞인 이 전 대표의 즉각적인 반응은 지난해 박 전 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고소인'이라고 지칭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사건도 최근 공군 성추행 및 사망 사건처럼 '위계에 의한 성범죄'의 전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李, 박원순 피해자에게는 "피해 호소하시는 고소인" 지칭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사망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마음이 아프다. 박원순 시장님의 명복을 빈다. 안식을 기원한다. 유가족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의혹 사건 피해자를 향해서는 "사과한다"면서도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이라고 표현해 여론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나아가 민주당은 이 전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4·7 재·보궐선거 서울·부산시장후보를 내기 위해 전 당원 투표를 실시, 당헌을 개정했다. 

    민주당의 당헌 96조는 당초 자당의 과실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명시했지만, 이 전 대표는 이를 개정하고 서울·부산시장후보 공천 방침을 확정했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은 '2차 가해' 논란에 직면했다.

    이에 박 전 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는 4·7보궐선거를 앞둔 지난 3월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으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꼈다"면서 민주당을 향해서는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건 왜곡, 당헌 개정,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상황 등 처음부터 모두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 전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당시 지도부는 피해자의 기자회견과 관련한 즉답을 피했다.

    "정부·여당의 2차 가해 풍조… 軍 조직까지 만연해져"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공군 성추행 사건과 관련, 논평을 통해 "안희정 전 도지사, 오거돈·박원순 전 시장까지 성비위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현 정부 인사들은 '피해호소인'이라는 괴상한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피해자 탓'을 하고 2차 가해를 했다"고 꼬집었다.

    "성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현 정부에서 발생했던 조직적 은폐와 회유, 늦장대응 관행이 군 조직까지 만연해진 것이 아닌가"라고 추궁한 강 원내대변인은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가진 정부와 국방부가 이번 성폭력 문제를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들, 과연 국민들이 신뢰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이어 "억울한 피해자가 더 나와서는 안 된다"며 강력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여성부사관 이모 중사는 지난 3월2일 선임 부사관 장모 중사에게 강제추행당한 뒤 이를 즉각 상관에게 신고했지만, 군 내부의 회유와 은폐 요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피해로 괴로워하던 이모 중사는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모 중사는 사망한 채 발견되기 하루 전(지난달 21일), 자신의 휴대전화에 그간의 피해상황을 폭로하는 내용을 영상으로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군이 피해자 사망 뒤 국방부에 보낸 최초 보고서에서 성범죄 사건을 누락하고 '단순 변사'로만 보고하는 등 해당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공분이 거세게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