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입시비리, 불법 아니지만 국민정서 안 맞아"… '조국 사과문' 판박이야권선 "영혼 없는 사과" 비판… 여권선 "조국에 의리 지켜라" "사퇴" 요구
  •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에서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에서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과 관련해 직접 사과했지만, 조국 사태와 관련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송 대표가 언급한 조국 사태 관련 견해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송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에 참석했다. 

    송영길, 오거돈·박원순 성추행 사건에 고개 숙여

    송 대표는 "우리는 지난 4월7일 서울·부산시장선거에서 국민의 매서운 심판을 받았다. 무능한 개혁과 내로남불 때문"이라며 "오거돈·박원순 시장 성추행 논란에 이어 조국 장관 자녀 입시 관련 논란, 정부 고위관계자의 전세 보증금 인상 논란, 민주당 여러 의원들의 부동산 논란, 그리고 LH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이를 처리하는 우리 민주당의 모습에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드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송 대표는 이어 4·7 재·보궐선거의 빌미가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사과에 나섰다.

    "오거돈·박원순 시장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이미 간헐적인 사과가 있었지만, 다시 한번 당대표로서 공식적으로 피해자와 가족,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인 송 대표는 "권력형 성비위 사건에 단호히 대처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무책임함으로 인해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도 깊은 상처와 실망을 남긴 점 두고두고 속죄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국, 재판 결과 지켜보자… 檢 윤석열에도 같은 기준 적용해야"

    반면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오가는 '조국 사태 사과'와 관련해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하며 불분명한 태도를 드러냈다.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 법률적 문제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송 대표는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의 기준은 윤석렬 전 검찰총장의 가족비리와 검찰 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이어 "조국 전 장관의 책은 일부 언론이 검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기 하여 융단폭격을 해온 것에 대한 반론 요지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감쌌다.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조 전 장관의 견해와 사실상 같았다.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 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조국 전 장관도 수차례 공개적으로 사과했듯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로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 하듯 스펙 쌓기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이어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앞서 조 전 장관도 지난달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며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송구하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 부글부글 "조국에 의리 지키라"

    송 대표의 이 같은 '아리송한 사과'를 두고 야당과 민주당 강성 권리당원들은 부정적 평가가 쏟아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2일 "송 대표의 사과는 영혼이 없었다. 국민에 대한 존중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민주당은 국민들이 진정성 없는 사과에 귀 기울일 시간도 여유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진정 변화하고 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송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게시판에는 "조국한테 사과를 해야 할 판에 왜 사과를 하느냐" "당원 말에 귀 기울이라" "민심 흐름을 못 읽는 당대표는 사퇴하라" "검찰의 먼지 털기식 수사를 지적해야 한다" "조국에 대해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두고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사과하면 양쪽에서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다. 그럼에도 송영길 대표로서는 꼭 했어야 하는 일"이라며 "반쪽 사과든 무엇이든 일단 운을 뗐고, 그런 용기가 지금까지 우리 당에 없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