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컷오프 여론조사, 27일 본경선 진출자, 6월11일 전당대회서 당대표 선출예비경선에선 '당원 50%, 여론 50%'… 본경선에선 '당원 70%, 여론 30%' 반영
  •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종현 기자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당심과 민심을 잡기 위한 후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나경원 전 의원을 비롯해 김웅·김은혜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이 일제히 당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나 전 의원은 24일 첫 일정으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정이 바쁜데 전당대회에 너무 관심이 많다"며 "본인에게 편하고 만만한 당대표가 되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하시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봤다"고 밝혔다.

    앞서 오 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김웅·김은혜의 신진그룹 토론회를 언급하며 "유쾌한 반란의 주인공이 대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평가한 것과 관련, 사실상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다.

    나경원, 0선·초선 향해 "예쁜 스포츠카"

    나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 당 대표는 멋지고 예쁜 스포츠카를 끌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짐을 잔뜩 실은 화물트럭을 끌고 좁은 골목길을 가야 된다"며 "국민은 새로운 신진, 이렇게 하니까 보기 좋게 보시는 것 같은 부분이 있다. 이번 대선을 가는 길은 아주 멀고도 험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당권에 도전하는 0선·초선 등 신진그룹을 '스포츠카'로, 자신을 포함한 중진을 '화물트럭'에 빗대 정치 빅이슈인 대선을 앞둔 당대표는 중진이 적합하다고 내세운 것이다.

    나 전 의원은 라디오 방송 이후 곧바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10시40분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중-영도구·서구-동구·부산진갑·부산진을·남구갑·기장군 등 7개 당협위원회를 연달아 방문하며 당원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김은혜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과태료 부과" 반박

    나 전 의원의 '스포츠카' 발언에 신진그룹도 즉각 반박했다. 김은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화물트럭도 성능이 좋아야 대선에서 사고가 안 생긴다. 노후 경유차에 짐을 실으면 언덕길에서 힘을 못 쓰고 운행제한 과태료가 부과된다"며 "당의 명운이 걸린 대선, 새 차 타고 씽씽 달려보렵니다"라고 꼬집었다.

    나 전 의원과 같은 중진급이 당대표에 당선될 경우 대선을 앞두고 당의 변화를 알리는 '새 바람'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부산 남구에 위치한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참전용사들의 묘역에 헌화하는 것으로 현장 일정을 시작한 김 의원은 방명록에 "그대 있음에 헌신으로 세운 자유.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이어 오전과 오후 각각 부산시당, 경남도당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지역 언론과 접촉을 늘렸다. 김 의원은 정치부 기자와 앵커를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 ▲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4일 오전 대구 1호선 상인역 앞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이준석 전 최고위원측 제공
    ▲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4일 오전 대구 1호선 상인역 앞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이준석 전 최고위원측 제공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대구지하철 1호선 상인역 앞에서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하루 종일 대구에 머물며 지지를 호소했다. 본경선에서 당원투표가 70% 반영되는 만큼 국민의힘 핵심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출근길 인사 후 "수도권에서는 '젊음' '개혁적 보수'에 대한 많은 분들의 지지가 확고해졌다고 본다"며 "앞으로 남은 대선을 위해서 대구에서도 이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제 개인적 목표 중 하나다. 열심히 바닥을 기면서 해보겠다"고 대구 방문 소감을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 장악과 관련해 의문이 있다'는 지적에 "당 장악력이라는 것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에 대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리더십이 흔들리다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그분의 평가가 완결됐다"고 지적한 이 전 최고위원은 "저도 내년 대선을 위한 준비의 길로 간다면 다른 생각을 가졌던 분들도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장담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복당에 관해서는 "홍 의원이 형사고소를 당한 것도 아니고, 다른 결격사유가 없다"며 "원칙적으로 복당을 불허할 사유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리를 옮겨 경북대 앞에서 대학생과 지역 상인을 만나며 당심과 민심 잡기에 열중했다.

    김웅 의원도 '움캠'(움직이는 캠프)으로 이름 붙인 캠핑카를 타고 이날 대구·포항을 방문해 청년당원 등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김 의원은 이날 대구 수성구에서 가진 청년당원과 간담회에서 "영남은 국민의힘 본진이고, 어려울 때 정권 탈환만 바라보고 당을 지켜주신 분들"이라며 TK 지역의 공을 띄웠다.

    전날 당 대표 출마자 중 유일하게 경북 구미에 위치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참배한 김 의원은 방명록에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님의 약속, 저희 국민의힘이 반드시 지키겠다"고 적으며 박 전 대통령 뜻을 이어갈 것을 천명했다.

    국민의힘은 25일 서울누리꿈스퀘어에서 당대표 후보자들의 비전 발표회를 갖고 26일부터 이틀간 예비경선(컷오프)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예비경선에서는 '당원 50%, 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의 투표를 거쳐 27일 오후 5명의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본경선은 당헌·당규를 그대로 적용해 6월7~10일 나흘간 '당원 70%, 국민 여론조사 30%' 방식의 투표를 진행하고 6월11일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한다.

    본경선 역선택 방지 조항 놓고 격론

    한편,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본경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여부와 관련해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황우여 선관위원장은 국회에서 "만에 하나라도 적대적인 표가 있을까봐 역선택 방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선관위 부위원장도 "지난번 선관위 회의에서 기본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거나 지지 정당이 없는 분들을 중심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대표 선출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을 묻는 등의 방식으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만들어 다른 정당 지지자를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지 정당을 속이는 등 완벽한 역선택을 막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천하람 선관위원은 "본경선은 여론조사가 30%인데, 30%에 해당하는 국민에 굳이 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 국민의 범위를 오히려 축소할 필요가 있는지, 이 논의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선관위 2차 회의에서 결정된 역선택 방지 조항은 예비경선 단계에서만이라는 말이다.

    천 선관위원은 "국민 여론조사는 말 그대로 국민 전체의 의사를 듣자고 하는 것인데, 다른 정당 지지자를 배제하면 그게 국민의 의사가 맞는지 격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