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들만 홍콩 통치할 수 있게 제도 개편”… 홍콩 민주파 피선거권 박탈 추진
  • ▲ 지난해 6월 천안문 민주화 시위 희생자를 추념하는 홍콩 입법회 범민주파 의원들. 이제 홍콩 민주주의가 죽게 생겼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6월 천안문 민주화 시위 희생자를 추념하는 홍콩 입법회 범민주파 의원들. 이제 홍콩 민주주의가 죽게 생겼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공산당이 4일부터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을 열었다. 중국 공산당은 올해 양회에서 홍콩 민주화 진영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수준의 입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외부세계의 비판을 우려했는지 우한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외신기자들의 양회 취재를 대폭 제한했다.

    “이번 전인대서 애국자만 홍콩 통치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 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4일 장예쑤이 전인대 대변인의 말을 전했다. 

    장 대변인은 이날 전인대 제4차 전체회의에 앞서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전인대에서 홍콩 선거제도 개편을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선거제도는 정치체계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제한 장 대변인은 “전인대는 중국 입법기구로서 홍콩 선거제도를 바꾸는 헌법적 차원의 결정을 내릴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홍콩에서) 일어난 일은 ‘애국자가 홍콩을 통치해야 한다’는 원칙이 이행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을 입증했다”면서 “홍콩 입법회(국회) 의원 선거에 ‘애국자’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심사위원회 설치, 선거인단 구성 변경, 입법회 직능대표 확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세 가지 측면에서 홍콩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첫째는 '공직선거 후보 자격 평가 고위급 심사위원회' 설치, 둘째는 홍콩 행정장관선거인단 구성 변경, 셋째는 입법회의 직능대표 의석 확대다.

    공직선거 후보 자격 평가 고위급 심사위원회는 “국가 분열, 체제 전복, 외부세력과 결탁 등의 행위를 한 사람은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중국 공산당과 홍콩 친중파의 요구에 따라 설치하는 기구다. 홍콩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범민주파 정치인 47명으로부터 피선거권을 아예 박탈하겠다는 의미다.

    행정장관선거인단 구성 변경도 범민주파를 제거하려는 속셈이다. 현재 1200명의 행정장관선거인단 가운데 구의회 몫이 117석이다. 구의회에서는 범민주파가 우세하다. 2019년 11월 구의원선거에서도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뒀다. 중국 공산당과 홍콩 친중파는 이들의 자리를 아예 없애려는 것이다.

    입법회 직능대표 의석 확대 또한 같은 맥락이다. 현재 홍콩 입법회는 지역구 의원 35석과 직능대표 35석으로 구성된다. 범민주파는 이 가운데 지역구 19석, 직능대표 11석을 차지했다. 입법회를 직능대표로 채우면, 중국 공산당이 입법회를 장악할 수 있다. 각종 법률을 중국 입맛대로 바꾼 뒤 “홍콩 시민들의 자발적 의사”라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난해 입법회 의원 선거 연기 후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외쳐온 중국

    중국은 지난해 7월 보안법파동이 일자 9월6일로 예정됐던 입법회 의원 선거를 1년 연기했다. 이후 중국과 홍콩 친중파들은 “애국자가 홍콩을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 목소리는 올 들어 더욱 커졌다. 지난 2월22일 샤바오룽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 주임은 홍콩·마카오연구협회가 주최한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중국에 반하거나 홍콩을 분열시키려는 자 누구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며 “애국자의 반대편에 서서 일국양제 원칙을 파괴하려는 자는 홍콩특별행정구의 정치권에 지금도, 앞으로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인포스트(SCMP)가 보도한 바 있다.

    정협 부주석을 지낸 샤바오룽 주임의 발언이기에 홍콩 안팎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홍콩 공직선거에 범민주파 인사들이 출마하지 못하도록 법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대변인의 4일 발언으로 이 관측은 사실이 됐다.

    한편 중국은 이번 전인대에서 범민주파의 피선거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조치가 다른 나라의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인지 외신기자들의 취재를 대폭 제한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3명의 외신기자에게만 전인대와 정협 취재를 허용했다. 명분은 “우한코로나 감염 예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