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소원, 인스타그램에 '독일 군복' 입은 마네킹 사진 올려 '물의'쏘스뮤직 "책임 통감" 급사과… 유대인 인권단체 "또 빅히트? 실망스럽다" 맹비난
  • ▲ 스티브 허먼(Steve Herman) VOA(미국의소리) 백악관 담당 국장이 여자친구 소원의 행동을 비난한 '시몬비젠탈센터'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스티브 허먼 트위터
    ▲ 스티브 허먼(Steve Herman) VOA(미국의소리) 백악관 담당 국장이 여자친구 소원의 행동을 비난한 '시몬비젠탈센터'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스티브 허먼 트위터
    걸그룹 '여자친구'의 소원(27·김소정)이 '나치 치하' 독일 군인 복장을 한 마네킹과 포옹하는 사진을 찍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31일 소원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두 장의 사진을 올리면서부터 시작됐다.

    해당 사진에서 소원은 군인 복장을 한 마네킹의 뺨을 쓰다듬거나 껴안는 포즈를 취했다.

    문제는 이 마네킹이 여러모로 나치 치하 독일 군인을 연상시키는 특징을 갖췄다는 점이었다.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 : 갈고리 십자가)' 휘장은 없었지만, 로마숫자(Ⅱ) 모양의 칼라장과, 정모에 붙은 '독수리 장식' 등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국방군(Wehrmacht, 베어마흐트)이 입었던 '회녹색' 군복과 매우 흡사한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나치 군복은 아니나 당시 독일 국방군은 '나치당(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의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비난의 소지는 충분했다. 일례로 당시 독일 국방군의 복무신조는 "최고통수권자인 아돌프 히틀러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한다"는 것이었다.

    쏘스뮤직 "사전에 문제점 인식 못 해‥ 고개 숙여 사과"


    논란이 일자 소원은 해당 사진을 곧바로 삭제했다. 여자친구의 소속사 '쏘스뮤직'도 발빠르게 해명에 나섰다.

    쏘스뮤직은 1일 "지난해 11월 새 앨범 컴백쇼 VCR 촬영을 위해 방송국 외주 제작사에서 파주에 있는 한 카페를 대여했고, 당사 스태프들은 촬영 현장에서 비하인드 영상 촬영은 물론 아티스트 SNS에 쓰일 여러 장의 사진도 촬영했다"며 소원이 올린 사진들의 출처를 밝혔다.

    쏘스뮤직은 "촬영 당일 현장 체크 과정에서 해당 마네킹의 복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담당 부서에서 인지하지 못했다"며 "이후 해당 비하인드 영상(12월 12일) 및 사진(1월 31일)을 올리는 과정에서도 내부 검수 및 논의 과정을 거쳤으나, 문제가 되는 부분을 모두 인지하지 못한 채 업로드를 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쏘스뮤직은 "촬영 현장에 부적절한 소품이 있는 것을 사전 확인하지 못했고, 콘텐츠를 촬영·업로드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검수하지도 못했다"면서 "역사적 사실과 사회 문제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해당 영상과 사진으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나아가 "아티스트 본인도 사진 내용의 의미를 인지하고 매우 놀라 즉시 사진을 삭제했다"며 "이러한 사진을 올린 것에 대한 깊은 책임을 느끼고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소원의 심경도 밝혔다.

    시몬비젠탈센터 "케이팝 그룹이 '나치의 상징'과 포옹" 분노


    이처럼 당사자와 소속사가 사과 입장을 밝혔으나, 소원의 SNS를 통해 사진을 접한 전 세계 네티즌들이 해당 사진을 퍼나르면서, CNN과 BBC 등 주요 외신까지 이 사실을 대서특필할 정도로 파장이 커졌다.

    급기야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비젠탈센터(Simon Wiesenthal Center, SWC)'까지 발끈하고 나섰다.

    시몬비젠탈센터는 지난 3일(현지시각) 공식 트위터에 소원의 행동을 지적한 CNN 기사를 공유하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몬비젠탈센터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또 다른 케이팝(K-POP) 그룹이 '나치의 상징'과 포옹했다"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시몬비젠탈센터는 "빅히트에 대한 우리의 가르침과 노력이 무용지물됐다"며 "이젠 사과해도 소용없다"고 밝혔다.

    이어 "소원의 이런 행동은 홀로코스트로 목숨을 잃은 600만명의 유대인을 고의로 모독하는 것이자, 인종차별적인 신나치주의를 조장하는 꼴이 됐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시몬비젠탈센터가 "빅히트를 교육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쓸모없게 됐다"고 말한 이유는 3년 전 빅히트 소속 가수인 '방탄소년단(BTS)'도 나치 친위대(SS, 슈츠슈타펠) 문양이 장식된 모자를 쓴 일로, 이 단체로부터 따가운 지적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의 소속사 쏘스뮤직은 2019년 빅히트에 인수됐다.

    RM, '데스 헤드 유닛' 모자쓰고 화보 촬영


    방탄소년단 멤버 RM은 2014년 촬영된 한 화보집에서 나치 수용소를 관리한 나치 친위대 기관, '데스 헤드 유닛(Death's Head Units)'의 심볼을 장식한 모자를 썼다.

    뒤늦게 이 사실이 구설에 오르자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당사 소속 모든 아티스트들의 활동에 있어 전쟁 및 원폭, 나치를 포함한 모든 전체주의와 극단적 정치적 성향을 띤 모든 단체 및 조직을 지지하지 않고, 이에 반대한다"며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편, 한 방송 관계자는 "소원이 올린 사진들은 tvN 드라마 '도깨비' 촬영장소로 유명한 경기도 파주의 한 카페에서 촬영된 것"이라며 "원래 이곳 사장님이 소문난 밀리터리 매니아인데, 나치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알고 독일군 마네킹을 전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 ▲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비젠탈센터(Simon Wiesenthal Center, SWC)'가 소원의 행동을 지적한 CNN 기사를 공유하며
    ▲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비젠탈센터(Simon Wiesenthal Center, SWC)'가 소원의 행동을 지적한 CNN 기사를 공유하며 "홀로코스트로 목숨을 잃은 600만명의 유대인을 고의로 모독하는 것이자, 인종차별적인 신나치주의를 조장하는 꼴이 됐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시몬비젠탈센터 공식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