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된 산업부 문건에 ①신포 ②DMZ ③신한울 '3가지 구체방안' 적시… "국제법 위반" 파문
  • ▲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 ⓒ정상윤 기자
    ▲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 또는 전력을 '3가지 방식으로 지원한다'는 방안이 산업통상자원부 문건에 담겼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월성 원전 1호기를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 직전(2019년 12월1일) 17개 문건을 삭제했다. 이 가운데 "'180514_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에 대북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한다"고 조선일보가 1일 보도했다. 

    文정부, 北에 원전 건설 3가지 방안 추진 정황

    제1안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를 지으려던 자리인 북한 함경남도 신포시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이며, 2안은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3안은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KEDO는 과거 제네바합의에 따라 1997년 함경남도 금호지구(신포)에서 경수로 건설을 시작했으나,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계획이 드러난 탓에 미북관계가 어긋나 결국 2006년 경수로사업이 종료됐다. 

    文 "DMZ를 국제평화지대로"

    DMZ와 관련해서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공동으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대선공약으로 밝혔고, 2019년 9월에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어가자"는 제안도 했다.

    신한울 3·4호기를 활용한 송전 방안은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2005년 7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이 제안한 '대북 송전'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울 3·4호기는 7900억원을 투입해 2022년과 2023년 각각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2017년 10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산업부에서 원전 문건을 작성한 2018년 5월 당시는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된 직후였고, 5월22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감사원은 2020년 산업부를 대상으로 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해당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에너지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자료"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구상은 국제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원전 건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는 물론, 원자력 발전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이나 부품의 대북 반입을 금지하는 미국의 독자제재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천영우 "北 핵 폐기 완료 전에 불가"

    산업부 보고서의 현실성과 관련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1일 "북한 원전 건설은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것만으로는 국제법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천 전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원전 건설을 포함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대북협력은 북한이 핵 폐기를 완료한 후 NPT에 복귀하고 IAEA 전면사찰을 받을 때만 가능하다"며 "북한이 NPT에 복귀하는 것은 핵 폐기가 완료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천 전 수석은 "북한이 핵 폐기를 완료하고 NPT에 복귀하더라도 '한국형 경수로'를 우리 정부의 독자적 결정만으로 북한에 건설해줄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이 아니라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도 일어날 가망이 없는 일을 산업부가 멀리 내다보고 검토한 것이 신기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