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돌봄 목적, 9인 이하만 허용"… "헬스장에 어떻게 9인 이하 아이들만 받나" 항변
  • ▲ 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헬스클럽관장연협회 등의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명령에 대해 항의하고 운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뉴시스
    ▲ 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헬스클럽관장연협회 등의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명령에 대해 항의하고 운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뉴시스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달아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게 됐다. 

    특히 실내체육시설별로 다른 영업제한 기준에 형평성 논란까지 생기며 일부 업종의 자영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뒤늦게 오는 8일부터 모든 실내체육시설의 운영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아동‧청소년 대상 9명 이하라는 조건을 달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코로나 전쟁에 왜 자영업자만 일방적 총알받이가 되나요? 대출원리금·임대료 같이 멈춰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6일 기준 20만6790명의 동의를 받고 마감됐다. 

    청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규제가 자영업자들만 희생시키고 있다"며 "집합금지 할 때의 엄청난 마이너스를 왜 자영업자한테만 다 책임지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집합금지 기간 동안 시설을 운영하지 못하는 만큼 대출원리금·임대료·공과금 등도 같이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 청원인 "모호한 기준 탓에 줄도산 위기"

    '코로나 시대, 실내체육시설도 제한적, 유동적 운영이 필요합니다'라는 국민청원도 이날 오후 1시 기준 21만4639명이 동의하며 정부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이라고 밝힌 이 청원인은 "지난해 4월 첫 거리 두기 영업제한정책부터 식당·카페·목욕탕은 일부 영업을 허용하면서 체육시설에만 강력한 잣대를 대고 있다"며 "모호한 방역기준 때문에 실내체육시설을 집합제한업종으로 분류, 결국 이번 사회적 거리 두기를 기점으로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우한코로나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의 대처와 주먹구구식 영업제한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확산했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거리 두기를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부 체육시설의 운영을 허용했다. 

    태권도장·발레학원은 운영이 가능해졌지만, 헬스장·합기도장 등은 금지됐다. 태권도·발레의 경우 아동과 초등학생의 돌봄 기능을 일부 수행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야외 골프연습장은 허용하면서 야외 스크린골프장은 실외체육시설임에도 실내 스크린골프장과 동일한 영업중단 조치를 취하는 등 영업제한의 모호한 기준에 따른 불만도 거세다. 

    지난 1일에는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에서 헬스장 겸 재활치료센터를 운영하는 50대 관장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전국 500여 곳 헬스장은 문은 열되 영업은 하지 않거나 간판 불만 켜두는 방식으로 항의시위를 진행 중이다. 

    코인노래방 업주들도 오는 18일부터 집합금지명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지금까지 정부 조치에 순순히 따르기만 하던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정부는 뒷북대응에 나섰다. 우한코로나 확산으로 영업금지 조치를 내렸던 모든 실내체육시설에 오는 8일부터 조건부 운영을 허용하기로 했다.

    헬스장도 돌봄 목적?… 정부 행정명령 '재산권 침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7일 "아동·학생 교습에 대한 태권도장이나 학원과 동일한 조건으로 모든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운영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돌봄 기능을 위한 것으로 아동·학생에 한정해 시행하는 교습 형태여야 한다"면서 "동시간대 9명 이하 인원 유지 조건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9인 이하라는 조건은 현실성이 없다며 벌써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헬스장과 태권도장은 이용 대상‧특성이 명백히 다른데 헬스장도 돌봄 목적으로 9인 이하 아이들만 받아 운영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러한 조치는 하나마나다. 정말 탁상행정의 극치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분개했다.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대기업의 경우 축적된 자원으로 어느 정도 기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가 이런 부분을 고려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집합금지 행정명령은 사실상의 '사적재산권 침해'지만, 이에 따른 마땅한 보상책은 없는 실정이다. 우한코로나로 인한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가 장기화하자 호프집‧PC방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적절한 손실보상책 없이 제한사항만 강제해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며 지난 5일 '서울시 집합제한조치 고시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