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타임스 "바이든, 트럼프 전략 일부 폐기 조짐"… 디플로맷도 "강경노선 수정" 전망
  • ▲ [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더 퀸 극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 [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더 퀸 극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중국이 "적대전략을 철회하라"고 공개 압박하고 있다. 최근 바이든 '당선인'의 행보는 중국의 이 같은 요구에 일부 호응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5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폐기해야 한다"(The Biden administration should abandon the Trump team's "Indo-Pacific strategy")는 제목의 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 영상은 제목에서 '해야 한다'는 의미의 단어인 'should'를 사용하며 미국에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영상은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의 발언을 촬영한 것이다. 후 편집장은 '중국 공산당의 입'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공산당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초 우한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코로나를 가볍게 본 도박의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 ▲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이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에서
    ▲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이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폐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환구시보 편집장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 폐기해야"

    후 편집장은 영상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적 초점은 분명 아시아다. 미국 새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폐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도-태평양'이란 용어는 오랫동안 단순한 지리학적 개념으로 존재해왔다. 그런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것을 지정학적 용어로 광범위하게 발전시켰다"라며 "'인도-태평양'이란 개념 자체를 제거하고 다시 '아시아-태평양'이란 용어를 써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후 편집장은 또 "'인도-태평양'은 사람들에게 중국과 대결하고 중국을 봉쇄하라는 인상을 심어준다"며 "주변국들로 하여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하라는 엄청난 압박을 심어준다. 이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 용어를 바꿔 아시아 지역의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정식 명칭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세계전략이다.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을 중심으로 같은 목적을 가진 나라들과 협력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자유롭게'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제어하겠다는 대중 봉쇄전략의 다른 이름이 바로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이 전략에 따라 이달 중순 쿼드(QUAD) 4개국(미국·일본·호주·인도)은 인도양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시행한 바 있다.

    美언론 "바이든, 인도-태평양 전략 일부 수정할 듯" 

    그런데 최근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의 이런 요구에 일부 호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미국 내에서도 나온다. 지난 24일 미국 워싱턴타임스는 '바이든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폐기(discard)할 준비가 됐다'란 제목의 논평 기사를 냈다. 기사는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 여러 국가 정상과 나눈 통화에서, 자신이 트럼프 행정부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폐기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기사는 이어 앤서니 블링켄 국무장관 지명자도 '중국 포용론자'에 가깝다는 시각을 보여줬다. 기사는 "바이든이 국무장관에 지명한 앤서니 블링켄은 4개월 전 허드슨연구소에서 연설했을 때 중국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라며 "과거 블링켄 지명자는 미국과 중국의 국익이 만나는 분야에서 중국을 다시 포용하고 중국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최근 외국정상과 통화에서 '전략 수정' 신호 보냈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역시 바이든 '당선인'이 최근 외국 정상과 통화에서 사용한 표현을 들며 미국의 대중 강경노선이 일부 수정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디플로맷은 지난 20일 <바이든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정할 준비가 됐는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여러 통화에서 '인도-태평양'이란 표현을 유지했지만 '자유롭고 개방된'이 아닌 '안전하고 번영된'(secure and prosperous)이란 수식어를 썼다"며 "이는 '인도-태평양 전략' 일부를 수정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24일(현지시각) 바이든 '당선인'은 델라웨어에서 차기 행정부 외교안보팀 인선자들을 소개하며 '인도-태평양'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대신 '아시아-태평양'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내 안보팀은 세계를 이끌 준비가 돼 있다"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