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동맹 경시-경솔한 무역전쟁 벌여 美 중산층에 피해"… 북한과는 협상 강조
  • ▲ [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건강보험개혁법(ACA)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 [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건강보험개혁법(ACA)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동시에 2명의 대통령이 있을 수 없다"라며 "그(트럼프 대통령)는 (내년) 1월20일까지만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기고를 홈페이지에 다시 게시했다. 이 기고는 당초 포린폴리시 3-4월호에 실린 것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짐에 따라 다시 홈페이지 첫 화면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기고의 제목은 '미국은 왜 다시 세계를 리드해야 하는가(Why America Must Lead Again)'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흔히 고립주의와 일방주의로 평가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전략에서 벗어나 개입주의로 돌아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 주 내용이다.

    바이든 "트럼프는 동맹 경시… 경솔한 무역전쟁 벌여"

    바이든 당선인은 기고에서 "2017년 1월20일 오바마 대통령과 내가 퇴임한 이후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떨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들을 경시하고 때에 따라서는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란·아프가니스탄·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안보위협에 대처하는 데 써야 할 레버리지를 낭비했고, 우리의 적은 물론 친구와도 경솔한 무역전쟁을 벌여 미국의 중산층에 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에 미국의 정치적 갈등이 더욱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민주주의가 지나친 당파성, 부패, 극도의 불평등 때문에 마비됐다"며 "민주주의 제도의 신뢰는 떨어지고, 반대파로 인한 두려움은 커졌다"고 지적한 뒤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민주주의와 동맹을 새롭게 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민자 존엄성 존중하고 합법적 망명권 보장할 것"

    바이든 당선인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과 관련 "잔인하고 무분별하다(cruel and senseless)"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취약한 이민자들을 위해 임시보호신분(Temporary Protected Status) 제도의 재검토를 지시하겠다"며 "우리의 연간 이민 수용인원을 12만5000명으로 정하고 시간에 지남에 따라 이를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가족을 갈라놓거나 특정 커뮤니티를 겨냥하지 않고 미국법을 집행할 것이며, 이민자의 존엄성과 합법적 망명권을 보장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민정책을 설명하는 데 기고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부통령으로 재재직하던 때 7억5000만 달러의 초당적 원조자금을 확보해 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의 지도자들이 자국 국민이 고향을 떠나게 하는 부패, 폭력, 고질적 빈곤을 해결하도록 도왔다"고 업적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엘살바도르와 같은 나라에서 넘어오는 이민자가 줄었다"고 자평했다. 

    "당선 첫 해 '세계 민주주의 정상회담' 열겠다"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방안으로는 '세계 민주주의 정상회담(Summit for Democracy)'을 제안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되는 첫 해에 이 회담을 열겠다"며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을 하나로 모아 민주주의 제도를 강화하고, 타락한 국가들과 정직하게 맞서며, 우리의 공동 의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고에 따르면, 이 회담에는 국가 정상뿐 아니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전선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도 참여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자신의 외교노선을 "중산층을 위한 외교"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인이 세계경제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라며 "중국 등 다른 나라와 미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미국은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부당한 경제관행과 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재정투입 예고… 최저임금 크게 오를 듯

    바이든 당선인은 "경제안보가 국가안보"라면서 대규모 재정투입도 예고했다. 그는 "광대역·고속도로·철도·에너지그리드·스마트시티 등 우리의 인프라와 교육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모든 학생들에게 21세기의 좋은 직업을 얻는 데 필요한 기술을 제공해야 하고, 모든 미국인들이 질 좋고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 특히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지나친 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주별로 최저임금법이 있지만, 현재 연방 최저시급은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25달러다. 바이든 당선인은 2배 인상을 공약한 셈이다.
  • ▲ [남중국해=AP/뉴시스] 지난 7월 6일(현지시각) 남중국해 지역에 미국의 항공모함인 니미츠호와 로널드 레이건호가 급파된 모습.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해상자원의 권리를 주장하는 건
    ▲ [남중국해=AP/뉴시스] 지난 7월 6일(현지시각) 남중국해 지역에 미국의 항공모함인 니미츠호와 로널드 레이건호가 급파된 모습.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해상자원의 권리를 주장하는 건 "완전히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뉴시스
    바이든 "중국 위협에 동맹국과 연합전선 통해 대처하겠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역시 단호한 견해를 밝혔다. "중국은 특별한 위협"이라고 규정한 바이든 당선인은 "강경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중국이 제 마음대로 한다면 미국기업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계속 빼앗을 것"이라며 "그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중국의 부정행위와 인권침해에 맞서 동맹국들과 단합된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환경·노동·무역·투명성" 등도 언급했는데, 이와 같은 민주주의적 가치 확장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고에서는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대중국 관세와 관련해서도 명확한 견해를 드러내지 않았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대응 등과 관련해서는 협력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협상가들에게 힘 실어주겠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협상가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empower our negotiators)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의 동맹국, 그리고 중국과 함께 공동으로 압박하겠다(coordinated campaign)"고 밝혔다. 

    이 대목은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달 대선 토론에서 "핵능력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면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말한 것과 겹치며,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에 비중을 두겠다는 것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