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동부구치소 재수감… 측근들 "정치보복" 분노, 국민의힘은 '조용'
  • ▲ 횡령과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돼 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출석을 위해 논현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횡령과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돼 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출석을 위해 논현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박성원 기자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서울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재수감되기 전 자택에서 측근들과 만나 "나라가 서로 분열하지 않고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 "분하다" "MB 때가 살기 좋았다" 울분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47분쯤 구치소 수감을 위해 차량을 타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이 자택을 나서자 한 시민은 "아이고 분해라"라며 울분을 터뜨렸고, 다른 시민은 "이명박 대통령 때가 살기 좋았다"며 이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목놓아 외쳤다.

    측근들은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오전 11시부터 자택으로 모여들었다. 국민의힘 권성동·김기현·장제원·조해진 의원, 이재오 상임고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박형준 동아대 교수 등 측근 수십여 명은 이 전 대통령과 면담한 뒤 이 전 대통령이 사저를 떠날 때까지 자택 앞에서 자리를 지켰다. 

    MB "나는 구속해도 진실은 가둘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자택에서 대통령 재임시절 핵심 참모 등 측근 60여명과 이별의 인사를 나눴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마음을 비웠다. 나라가 걱정일 뿐"이라며 "건강히 수감생활하면서 지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왜곡된 재판의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수감생활을 회고하면서 "수감중 수백통의 격려 응원의 편지들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측근들에게 대전의 50대 남성이 한 달에 두 통씩 위로 편지를 보낸 사연, 고3때 광우병 촛불시위를 했던 청년이 취직해서 뉘우치고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애쓰겠다고 한 편지 등 사연을 소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런 모습 보여서 미안하다" "안에 들어가서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하겠다" "나라가 서로 분열하지 않고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남겼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내 몸을 구속해도 진실은 구속할 수 없다"는 마지막 인삿말을 남긴 뒤 골목 성명 없이 곧바로 동부구치소로 향했다.

    자택을 나선 이 전 대통령은 오후 2시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검은색 그랜저 차량으로 갈아탄 뒤 오후 2시40분쯤 동부구치소로 들어갔다.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은 동부구치소 입구에서 이 전 대통령의 뒷모습을 끝까지 배웅했다.

    80세 노령 MB, 96세까지 독방에

    이 전 대통령이 재수감된 것은 지난 2월19일 항소심 이후 9개월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서울고등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 등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재항고해 6일 뒤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80세 노령의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 중 남은 수형기간인 16년 정도를 동부구치소 독방에서 보내게 됐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22일 구속돼 구치소에서 약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형기를 모두 채운다면 96세인 2036년에 석방된다.

    MB 측근들 "文정권 정치보복" 분노… 국민의힘 "…"

    이 때문에 측근들은 일제히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이라며 격분한 반면,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논평은 물론 별도의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조해진 의원은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끊어주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더 심해졌다"며 "사법부가 엄격한 법치주의 잣대로 걸러줬어야 하는데 못 걸러줬다. 사필귀정의 날이 올 것"이라고 격분했다.

    권성동 의원도 통화에서 "이런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했고, 김문수 전 지사 역시 "법치가 사라졌다"고 분노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전 대통령의 재수감에 말을 아꼈다. 재수감 당일인 이날 오전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논평도 따로 내지 않을 것이라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