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불법성, 삼바 분식회계, 이재용 관여 여부… 핵심쟁점 3가지 입증 관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권창회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권창회 기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사건에 이어 '불법승계 의혹'으로 다시 피고인석에 서게 됐다.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미래전략실과 함께 각종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는 검찰과, 승계와 관련한 지시나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맞서는 이 부회장 측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오는 22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다만 이날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법원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쟁점' 이재용 관여 여부… 검찰, 입증할까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달 1일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실행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조직적 부정거래,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각종 불법행위를 확인했다"면서 이 전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재판에서 법원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행위가 불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져볼 예정이다. 

    핵심쟁점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1:0.35의 비율로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의 불법성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 △이런 과정에 이 부회장의 관여 여부 등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0.35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결정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이 부회장의 제일모직 지분(23.2%)의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 측이 각종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를 저질렀으며, 삼성물산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며 업무상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JY측 "삼성물산 합병, 합법적 경영활동"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비율은 임의대로 정한 것이 아니며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 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 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합법적 경영활동"이라고 반박한다.

    이 부회장 측은 구속전피의자심문과 투기자본 '엘리엇' 등이 제기한 관련 사건에서의 법원 판결 등을 제시하며 '삼성물산 합병이 합법적 경영활동이며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변론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업무상배임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도 다뤄질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의 핵심자회사다.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높을수록 제일모직의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에 1:0.35로 이뤄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이 부회장 측이 유리해진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부채를 재무제표에 기재하지 않아 가치를 부풀렸다(분식회계)고 본다. 이 부회장 측은 증권선물위원회와 회계전문가들의 의견을 내세워 회계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2개 재판' 받는 이재용…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도 재개

    아울러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내용을 인지했는지, 보고와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쟁점이다. 

    검찰은 2018년 5월5일 이른바 '어린이날회의'와 같은 달 10일 이 부회장 주재로 열린 '승지원회의' 등에서 관련 내용을 임원들로부터 보고받았다고 주장한다. 이 부회장 측은 회의는 있었지만 해당 내용은 다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불법승계의혹 재판 외에 국정농단사건 파기환송심에도 출석해야 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오는 26일 국정농단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을 진행한다. 지난 1월 박영수특별검사팀은 "재판장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해 9개월간 중단됐지만 고법과 대법이 특검의 요청을 기각하면서 재개됐다.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를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앞서 이 부회장 측에 기업 총수의 비위행위를 감시할 준비감시제도 마련을 주문했고, 최근 실효성 여부를 판단할 전문 심리위원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61·사법연수원 14기)을 지명했다. 강 전 위원이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면 재판부는 이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