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만 명 동원해 방역 역행, 이낙연은 봉하마을서 '셀카'… 김종인 "한국 민주주의 퇴보"
  • ▲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가 경찰버스로 둘러싸여 있다.ⓒ이기륭 기자
    ▲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가 경찰버스로 둘러싸여 있다.ⓒ이기륭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지난 3일 개천절 광화문 도심집회를 차벽으로 원천봉쇄한 이른바 '재인산성'을 놓고 정치적 후폭풍에 직면했다.

    정부가 반정부 집회는 사실상 모두 불허한 반면 친여 성향의 민주노총 집회는 허가한 데다 유원지 등은 개방해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방역"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종인 "광화문집회 차단, 한국 민주주의 퇴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가 국민 두려워서 경찰력·버스 동원해 도시 한복판을 요새화하는 식으로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은 못할망정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방역을 보건당국이 아니라 경찰이 방역하는 '경찰방역국가'가 됐느냐"며 "태극기를 들고 있다는 것을 가지고 검문당하고 의심받는 이런 웃지 못할 희극이 생겼다"고 개탄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광화문에 나와 시민들과 기탄 없이 대화하겠다고 말했다"고 지적하며 "국정에 대한 국민 비판이 두려워 방역을 이유로 이렇게 산성 쌓고 90여 군데 검문소 설치하고 1만 명 경찰 동원되는 일을 하느냐"고 질타했다.

    "국민이 그렇게 무섭고 겁 먹은 것이냐"고 지적한 주 원내대표는 "부디 한글날에는 문 대통령께서 직접 나오셔서 국민 말 듣고 본인 생각 밝혀주길 부탁한다. 우리 당은 집회 참여하지 않았지만, 또 집회 찬성도 안 하지만 국민이 갖는 헌법상 권리, 법원이 인정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단호히 비판하고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국민의 힘 비대위원도 "하다 하다 코로나 방역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코로남불이냐고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정부가 코로나 방역 핑계로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도 '재인산성'으로 봉쇄했지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봉하마을 찾아 지지자들과 셀카(셀프 카메라)나 찍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 방역을 명분으로 '재인산성'에 1만 명 이상의 경찰병력을 동원한 것도 사실상 코로나 방역지침을 역행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만오천 경찰 집회는 누가 막아야 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10월3일 광화문을 가득 메운 것은 태극기집회도 아니고 차량시위도 아닌, 바로 어용경찰의 집회였다"며 "한 편의 블랙코미디"라고 비꼬았다.

    이 전 의원은 "정말로 방역 때문에 집회를 금지했다면 그까짓 차량시위 때문에 만오천 경찰을 동원해서 차에 태우고 빽빽이 세우고 할 일인가"라며 "코로나가 경찰은 피해가기라도 한다던가. 명백한 '선택적·차별적 방역"이라고 질타했다.

    친문 집회는 코로나 안전지대, 반문은 코로나 위험군?

    개천절 당일 '재인산성'으로 광화문광장의 경계가 삼엄했던 반면 민주노총 등 친여성향 단체의 집회를 허용하고, 일부 놀이공원과 휴양지 등을 전면 개방한 것을 두고도 정부의 방역대책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광화문에만 서식하고 창궐하는 모양"이라며 "서울대공원과 제주도와 동해안에는 코로나 감염 위험이 없나. 광화문만 산성 쌓아 막으면 코로나 막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4일) 페이스북에 "'명박산성'이 막은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였다. 그러나 어제 설치된 광장의 차벽은 코로나 19를 막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교수는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반대하는 광화문 시위는 민주주의고, 평화로운 집회고, 문재인을 비판하고 추미애 사퇴를 요구하는 광화문 시위는 반민주 폭력집회냐"며 "문재인 비판하는 반정부 시위만 코로나가 찾아가고, 추캉스(추석 바캉스)로 북적대는 유원지는 코로나가 피해가나"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국민들에겐 부모님 성묘도 못 가게 하고 여당 대표는 봉하마을 참배 간다. 이낙연 대표는 코로나가 피해가냐"며 "코로나 내로남불, 이중잣대의 '코로남불'"이라고 썼다. 

    한글날 광화문 봉쇄지침에 법조계 "정치적이고 위헌적" 지적

    정부가 오는 9일 한글날에도 광화문집회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도 논란이 거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집회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법무법인 선정의 채명성 변호사는 통화에서 "코로나 방역을 빙자한 정부의 봉쇄지침은 사실상 정치적이고 위헌적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반드시 다퉈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