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기, 에이브럼스, 김관진, 이상희, 정의선 등 조문… 조문객들 "현 정부 태도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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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장례 사흘째인 13일 고인의 빈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각계각층의 조문이 이어졌다.백 장군의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주한미군사령관들, 전·현직 정치인들, 각 분야 인사들이 보낸 조화 250여 개가 빼곡히 자리했다.비 오는 날씨에도 각계각층 조문… "전쟁영웅 뵈러 왔다"제법 굵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백 장군의 빈소에는 젊은 장병은 물론 백발의 퇴역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문객들의 행렬은 백 장군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을 가득 채웠다.이날 오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 EG 회장이 혼자 빈소를 찾았고,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조문한 뒤 유족을 위로했다.1·21사태 때 남파된 무장공비 출신으로 빈소를 방문한 김신조(78) 서울성락교회 원로목사도 빈소를 찾아 백 장군을 추모했다. 김 목사는 백 장군과 관련 "대한민국 자유 수호의 뿌리로 존경하는 분"이라고 회상했다.오후에는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헌화한 뒤 묵념했다.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방명록에 "한미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및 유엔군사령부를 대표해 백선엽 장군의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적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백 장군의 장남 백남혁 씨에게도 "백 장군은 한미동맹의 심장이자 영혼 그 자체였다"며 "그의 헌신에 깊게 감사한다"고 말했다.합참의장·주한미군사령관도 조문… "헌신에 감사한다"박 의장은 백 장군을 "6·25전쟁 당시 풍전등화에 있던 대한민국을 다부동전투 승리를 통해 고난에서 구해냈다"며 "우리 군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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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외에도 이날 김관진·이상희 전 국방부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박영옥 전 국방부차관, 김진호 재향군인회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원유철 미래한국당 전 대표, 안상수·전희경 전 의원 등도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았다.앞서 12일에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조문했다.이날 조문객 중에는 젊은 장병을 비롯해 퇴역군인 등 전·현직 군 관계자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남모(82·남) 씨는 "전쟁영웅이 돌아가셨으니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직접 보러 왔다"며 "현 정부가 영웅을 이렇게 나몰라라 하는 사태에 너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울현충원에 묻힌 군인들이 다 백 장군의 부하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런 영웅을 모실 자리가 없다는 핑계로 대전으로 내쫓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분개했다.조문객들 "영웅에 대한 예우가 이따위인가… 서글픈 현실"박모(76·남)씨 역시 "6·25라는 어마어마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에 대한 예우가 고작 이따위인가"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에 중심이 없다"며 "너무 서글픈 현실"이라고 개탄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퇴역군인은 "국립묘지나 현충원에 묻혀 있는 이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 싸우다 희생됐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어떤 과정과 희생을 거쳐 현재를 누리고 사는지 지금 젊은 세대들이 진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백 장군 추모 행렬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도 이어졌다. 이 분향소는 지난 12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등 일부 보수시민단체가 설치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전날까지 시민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이들은 1만2000여 명에 달한다.한편 백 장군의 장례는 11일부터 5일간 육군장(葬)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15일 오전 7시, 안장식은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