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기, 에이브럼스, 김관진, 이상희, 정의선 등 조문… 조문객들 "현 정부 태도 울분"
  • ▲ 고(故)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의 장례 사흘째인 13일 고인의 빈소에는 각계 각층의 조문이 끊이지 않았다. ⓒ뉴데일리 DB
    ▲ 고(故)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의 장례 사흘째인 13일 고인의 빈소에는 각계 각층의 조문이 끊이지 않았다. ⓒ뉴데일리 DB
    고(故)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장례 사흘째인 13일 고인의 빈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각계각층의 조문이 이어졌다.

    백 장군의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주한미군사령관들, 전·현직 정치인들, 각 분야 인사들이 보낸 조화 250여 개가 빼곡히 자리했다.

    비 오는 날씨에도 각계각층 조문… "전쟁영웅 뵈러 왔다"

    제법 굵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백 장군의 빈소에는 젊은 장병은 물론 백발의 퇴역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문객들의 행렬은 백 장군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을 가득 채웠다.

    이날 오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 EG 회장이 혼자 빈소를 찾았고,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조문한 뒤 유족을 위로했다.

    1·21사태 때 남파된 무장공비 출신으로 빈소를 방문한 김신조(78) 서울성락교회 원로목사도 빈소를 찾아 백 장군을 추모했다. 김 목사는 백 장군과 관련 "대한민국 자유 수호의 뿌리로 존경하는 분"이라고 회상했다.

    오후에는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헌화한 뒤 묵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방명록에 "한미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및 유엔군사령부를 대표해 백선엽 장군의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적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백 장군의 장남 백남혁 씨에게도 "백 장군은 한미동맹의 심장이자 영혼 그 자체였다"며 "그의 헌신에 깊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합참의장·주한미군사령관도 조문… "헌신에 감사한다"

    박 의장은 백 장군을 "6·25전쟁 당시 풍전등화에 있던 대한민국을 다부동전투 승리를 통해 고난에서 구해냈다"며 "우리 군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분"이라고 평가했다.
  • ▲ 13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백선엽 장군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병원을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 13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백선엽 장군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병원을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이들 외에도 이날 김관진·이상희 전 국방부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박영옥 전 국방부차관, 김진호 재향군인회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원유철 미래한국당 전 대표, 안상수·전희경 전 의원 등도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았다.

    앞서 12일에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조문했다.

    이날 조문객 중에는 젊은 장병을 비롯해 퇴역군인 등 전·현직 군 관계자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남모(82·남) 씨는 "전쟁영웅이 돌아가셨으니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직접 보러 왔다"며 "현 정부가 영웅을 이렇게 나몰라라 하는 사태에 너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울현충원에 묻힌 군인들이 다 백 장군의 부하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런 영웅을 모실 자리가 없다는 핑계로 대전으로 내쫓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분개했다.

    조문객들 "영웅에 대한 예우가 이따위인가… 서글픈 현실" 

    박모(76·남)씨 역시 "6·25라는 어마어마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에 대한 예우가 고작 이따위인가"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에 중심이 없다"며 "너무 서글픈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퇴역군인은 "국립묘지나 현충원에 묻혀 있는 이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 싸우다 희생됐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어떤 과정과 희생을 거쳐 현재를 누리고 사는지 지금 젊은 세대들이 진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장군 추모 행렬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도 이어졌다. 이 분향소는 지난 12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등 일부 보수시민단체가 설치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전날까지 시민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이들은 1만2000여 명에 달한다.

    한편 백 장군의 장례는 11일부터 5일간 육군장(葬)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15일 오전 7시, 안장식은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