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잊는 것은 미국의 자유, 하지만 중국도 잊었을 거란 착각은 버려라"… 우리는?
  • ▲ 6.25전쟁 발발 70주년 기념일인 지난 25일 '6.25역사바로잡기시민모임'이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개최한 '6.25전쟁 70주년 시민대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이 '잊지말자, 6.25 전범국은 사죄하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고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 6.25전쟁 발발 70주년 기념일인 지난 25일 '6.25역사바로잡기시민모임'이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개최한 '6.25전쟁 70주년 시민대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이 '잊지말자, 6.25 전범국은 사죄하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고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미국과 갈등이 격화하는 중국이 6·25전쟁을 반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경고가 미국 내에서 불거졌다. 중국이 6·25전쟁을 미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규정하고 대미(對美) 적개심을 노골화하는데, 미국인들은 중국의 위협을 과소평가한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은 "6·25전쟁이 미국과 중국에서 서로 크게 다른 의미를 갖는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디플로맷은 "미국에서는 6·25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등 중동분쟁에 가려 대중의 기억에서 희미해진 전쟁이 됐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도 6·25전쟁을 대국민 선전도구로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대미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미국을 향한 인민의 적대감을 고취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중국, 6·25를 미 제국주의 침략 막은 승전으로 포장"

    중국에서는 6·25전쟁이 반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을 호전적 나라로 묘사하는 데도 6·25전쟁을 적극 활용한다. 

    우선 호칭부터 보면, 중국은 6·25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르며 한반도의 전쟁에 개입한 미국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선전한다. 중국은 미국의 침략에 맞서 자국의 영토주권을 지키기 위해 자원병을 파견했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이 휴전협정에 서명하도록 힘으로 압박했다고 선전한다.

    디플로맷은 "중국은 6·25전쟁이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공산당의 능력을 가늠하는 새로운 시험대였고, 급기야 기술적으로 우위에 선 적과 싸워 승리한 전쟁인 것처럼 묘사한다"고 분석했다.

    2010년 시진핑 "미군, 6·25 때 중국 동북부 공습"

    중국은 그러면서 유엔군사령부 예하에 16개국 군대가 참전했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려 한다. 중국은 '미국의 침략'을 강조하며 마치 미국이 중국을 공격했다는 듯한 암시를 자국민에게 보낸다. 중국 교과서는 "미국이 전쟁의 불길을 중국 국경까지 몰고 왔다"며 "미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6·25전쟁을 기술한다.

    2010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당시 부주석)은 "트루먼 행정부가 한국 내부의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함으로써 전쟁이 시작됐다"며 "미군은 중국 동북부지역 도시를 파괴하기 위해 공습을 감행했고, 전쟁은 우리 영토 안으로 확산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우리는 정의로운 명분에 따라 움직였으며 인내심의 한계를 넘게 됐다. 그에 따라 미국에 저항하기 위해 자원군을 파병했다"고 덧붙였다. 반미감정을 선동하는 수단으로 6·25전쟁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을 알게 해준 대목이다.

    2019년 환구시보 "중국 결정 무시하면 6·25 같은 대가 치를 것"

    2019년 11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테드 크루즈 미국 상원의원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며 6·25전쟁을 언급했다. 

    환구시보는 "크루즈가 1950년 항미원조전쟁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중국의 결정을 과소평가하는 미국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을 향한 군사지원과 대만의 국제적 위상 증대를 목적으로 한 '대만보증법'을 발의하는 데 크루즈 의원이 앞장섰기 때문이다.

    환구시보는 2018년 사설에서도 당시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공격을 일으켰다. 중국은 항미원조전쟁에서 미국과 싸웠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맞서야 한다"고 논평했다. 

    지난해 중국 방송사는 6·25전쟁 관련 영화를 다수 내보냈는데, 디플로맷은 이를 "무역전쟁에 맞서 국민을 결집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디플로맷 "6·25 잊는 것은 자유… 하지만 중국도 잊었다고 착각 말아야"

    디플로맷은 6·25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이처럼 대미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나라라는 점을 환기하면서, 대부분 미국인이 이 같은 중국의 태도에 무감각하다고 지적했다. 

    디플로맷은 "외교와 선전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의 (반미) 감정에 굳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집단기억은 중요하다"며 "미국인들이 6·25전쟁을 잊는 것은 자유이지만, 중국까지 이 전쟁을 잊었을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