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32년 만에 상임위 싹쓸이… 통합당 "민주화세력이 민주주의 목 졸라" 文정권 몰락 예고
  • ▲ 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불참했다. ⓒ박성원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불참했다. ⓒ박성원 기자
    29일 여야 간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게 됐다. 13대 국회(1988년) 이후 의석 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나눠 가졌던 관례는 32년 만에 깨졌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미래통합당은 "민주화세력으로 불리는 이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목 졸라 질식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에 의해 상임위에 강제 배정된 통합당 소속 의원 103명 전원이 사임계를 제출했다.

    민주당 '삭임위 싹쓸이' 현실화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10분 개의한 국회 본회의에서 11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자당 의원들로 선출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회의에 불참한 통합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 중 선출 완료된 1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정당들이 지난 1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을 강행한 이후 14일 만이다.

    박 의장은 본회의를 주재하며 "여야는 어제 저녁 원 구성 관련 합의 초안을 마련하고, 오늘 오전 중으로 추인을 받아 효력을 발생하기로 합의했으나 통합당은 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밝혀왔다"며 책임을 통합당에 떠넘겼다.

    표결에 부쳐진 11개 상임위원장에는 ▲김태년 의원(운영위원장·4선) ▲윤관석 의원(정무위원장·3선) ▲유기홍 의원(교육위원장·3선) ▲박광온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3선) ▲서영교 의원(행정안전위원장·3선) ▲도종환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장·3선) ▲이개호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3선) ▲송옥주 의원(환경노동위원장·재선) ▲진선미 의원(국토교통위원장·3선) ▲정춘숙 의원(여성가족위원장·재선)▲정성호 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장·4선)이 선출됐다.

    상임위원장 투표에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정당들과 무소속 의원 등 181명이 참석했다. 정의당은 본회의에 참석했지만 상임위원장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 ▲ 박병석 국회의장,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21대 국회 원구성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을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21대 국회 원구성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을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정보위원장은 부의장 공석으로 선출 못해

    다만 정보위원장은 통합당 몫의 부의장이 공석인 관계로 선출하지 못했다. 국회법은 국가정보원을 소관기관으로 둔 정보위원회를 국회의장이 부의장 및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위원을 선임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향후 정보위원장도 자당 출신 의원으로 선출할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과 통합당은 전날 오후 5시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3자회동을 가진 후 "상황이 진전됐다"며 극적 타결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29일 오전 10시 국회의장실에서 재개된 3자회동은 30분 만에 종료됐고, 양당 대표는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협상 결렬선언 직후인 오전 11시 양당 원내대표는 각자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하며 책임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최대한 양보를 했지만 통합당이 협상안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1대 일하는 국회를 좌초시키고 민생에 어려움을 초래한 모든 책임은 통합당에 있다"며 "민주당은 그동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했는데 오늘 오전 통합당이 거부 입장을 통보해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관련 의혹이 포함된 한일 위안부 합의 등 현안 국정조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법사위 청문회를 협상안으로 내놨다. 그러나 핵심쟁점인 법사위원장직을 양보하지 않으면서 통합당을 설득하지 못했다.

    주호영 "2년씩 반반 법사위 제안마저도 거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직을 후반기 2년이라도 교대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그것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법사위원장 직을) 백번 양보하더라도 나눠 가지는 것조차 하지 않은 것은 민주당이 상생·협치를 걷어차고 국회 운영을 일방적으로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원 구성 협상 결렬 후 SNS에 글을 올려 "이른바 민주화세력으로 불리는 이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목 졸라 질식시키고 있다"며 "민주당과 집권세력은 1987년체제 이후 우리가 이룬 의회 운영의 원칙을 깡그리 무시해버렸다. 오늘 한국의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렸다"고 언급했다.

    본회의 개의 시간도 오락가락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통합당이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기로 하면서 오후 6시까지 명단 제출시한을 정하고 본회의 시간을 오후 2시에서 오후 7시로 변경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박 의장이 명단 제출 시한을 오후 6시로 못박은 것에 반발하며 명단 제출을 사실상 거부했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야당 의원은 상임위 배정이 쉽지 않고 정확한 (명단 제출) 시간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박 의장은 통합당이 명단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판단하고 본회의 시간을 오후 2시로 재차 변경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회의장과 여당이 일방적으로 상임위에 강제배정한 통합당 의원 103명 전원이 사임계를 낸다"고 밝혔다. 이는 상임위를 전면 보이콧 하겠다는 의미다. 

    민주당, 3차 추경 처리 속도

    원 구성이 사실상 완료되면서 민주당은 추경예산을 6월 임시회 회기인 다음달 3일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직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후 "7월3일 약속대로 임시회 회기 내에 3차 추경안을 통과시킬 일정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종료 후 상임위별로 전체회의를 열고 회부된 추경안 심사에 들어가 30일 오전 9시30분까지 마무리 하기로 했다. 이후 오전 10시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통합당 측도 추경 심사에는 참여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회 사무총장에 내정된 김영춘 전 의원 임명 승인안도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