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는 친일파" "더러운 계집" "일본으로 추방" … 당원그룹 게시판 '2차 가해' 도 넘어
  •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 ⓒ권창회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 ⓒ권창회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시절 기부금 유용 의혹을 폭로한 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2차 가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 할머니가 과거 일본군과 영혼결혼식을 올렸다며 이른바 '토착왜구(친일파를 뜻하는 단어)'로 모는가 하면,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조롱이 계속된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말이 나왔다.

    이용수 할머니 향해 "조국을 배반한 더러운 계집" 조롱

    민주당 당원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당원그룹' 게시판에 "전사한 일본 군인과 영혼결혼식을 한 할머니(의) 진실한 사랑에 경의를 표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그룹은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건전한 의견 교류를 위해 만들어진 토론의 장이다.

    이 네티즌은 해당 글에서 이 할머니를 향해 "일본인의 아내는 일본인이나 마찬가지"라며 "한국 국민에게 사과하셔라. 부끄럽지 않냐"고 조롱했다. 그러자 민주당 당원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해당 글에 "이용수는 극우친일파" "조국을 배반한 더러운 계집" "당장 일본으로 추방하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이 할머니가 22년 전인 1998년 8월 대만에서 일본군 전사자의 영혼결혼식을 올려줬다는 보도를 근거로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이 할머니 측근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달랐다. 여권 지지자들이 기사 제목만 보고 이 할머니가 일본군과 영혼결혼식을 했다고 확대해석한 것이다. 

    일본군 장교와 영혼결혼식은 李 할머니 아닌 '무명씨'

    1998년 8월27일자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대만을 방문해 옛 일본군 위안소가 있던 자리를 찾은 이 할머니가 인형 2개를 들고 와 일본군 전사자와 다른 무명의 영혼의 결혼식을 올려줬다는 내용이 나온다. 

    매체는 "할머니는 그곳에서 미리 준비해간 두 개의 인형으로 이름도 모르는 젊은 일본군 장교의 '영혼결혼식'을 올려줬다"며 "(이 할머니가) 일본군 장교를 나타낸 인형에는 '하세가와'라 이름을 붙이고, 다른 인형에는 '무명씨'라고 적어 두 인형을 바다로 띄워보내는 것으로 결혼식을 마쳤다"고 전했다. 

    이 할머니는 1944년 16살 때 위안부로 대만에 끌려가 이 장교를 만났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두들겨맞아 초주검이 된 이 할머니를 일본군 장교가 데려가 목숨을 살려줬고, 이 할머니는 자신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에게 보답으로 영혼결혼식을 올려준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이 이 할머니가 일본군 장교와 영혼결혼식을 올렸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이 할머니 측 관계자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제목만 보고 이 할머니가 일본군 장교와 영혼결혼식을 했다고 하니 참 씁쓸하다"며 "대충 읽고 대충 막 던지지들 말라"고 지적했다.
  • ▲ 더불어민주당의 한 지지자가 페이스북 민주당 당원그룹 게시판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개를 합성한 '토착왜견' 그림. ⓒ더불어민주당 당원그룹 페이스북 캡처
    ▲ 더불어민주당의 한 지지자가 페이스북 민주당 당원그룹 게시판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개를 합성한 '토착왜견' 그림. ⓒ더불어민주당 당원그룹 페이스북 캡처
    진중권 "이게 민주당의 수준" 비판하자 "토착왜견"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일 페이스북에 이 할머니를 비난하는 게시물 링크를 공유하며 "클릭 해서 들어가 댓글들을 보라"며 "이게 민주당의 수준이다.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해당 그룹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진 전 교수와 개를 합성한 사진을 올리며 '토착왜견(토착왜구+개의 합성어)'이라고 비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