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靑 초청 오찬… 文 "3차 추경" "고용보험 확대" 협조 요청
  • ▲ 문재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 대통령,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청와대)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 대통령,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청와대) ⓒ뉴데일리 DB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에게 "국회가 법에 정해진 날짜에 정상적 방식으로 개원을 못해왔다"며 "시작이 반이라고, 두 분이 역량을 잘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오찬 대화를 통해 "공수처 7월 출범이 차질 없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주 원내대표가 '정무장관 신설'을 제안하자 배석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의논해보라"고 지시했다.

    "할머니들 입장 반영 안 해 윤미향 사건 나와"

    주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 국가가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에 대해 부작위(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이 있었다"고 전제하고 "지난 정권에서 합의가 있었는데 이 정권이 그 합의를 무력화하면서 3년째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서 오히려 위헌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그렇게 (대통령에게) 말씀을 드렸다"며 "그런 과정에서 윤미향 사건 같은 것도 나왔다고 저는 지적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정의연 관련 직접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주호영, 국채 증가·탈원전 지적

    문 대통령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함께 고용보험 확대 등 사회안전망 강화 법안의 신속한 처리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말에 상당부분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확장재정 드라이브에는 강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는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으면 어렵다는 말을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때 하신 적이 있고, 3차 추경까지 하면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주고 오히려 더 큰 비용이 지출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그 점에 대한 우려를 많이 표출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기준에 맞게 규제 완화와 세재 개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도 밝혔다.

  •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에서 청와대 오찬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에서 청와대 오찬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주 원내대표에 따르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신한울원전 건설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가 깨지면 수출과 부품 수급 등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지역의 어려움을 고려해서라도 에너지 전환 정책을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전기 비축률이 30%가 넘는 상황이어서 추가 원전 건설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원전 계약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어려움은 별도의 피해가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상임위원장 자리 둘러싼 신경전

    이날 오찬 회동은 오후 12시쯤 시작해 2시간36분 만에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지난 2018년 11월5일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개최 이후 약 1년6개월 만이다.

    오찬 회동에 앞서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의 대면에서는 '뼈 있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가 "오늘 대화도 날씨만큼 좋을 것 같다"고 말하자 주 원내대표는 웃으며 "그리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두 분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 원내대표가 "김 원내대표가 잘해 주시면 술술 넘어가고 '(상임위원장) 다 가져간다' 이런 말 하면…"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민주당은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17개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여당이 가져와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MB·朴 '사면론'은 직접 논의 안 해

    이명박·박근혜 두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이날 대화 테이블에 직접적으로 오르지 않았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상견례 형태로 만난 자리에서 서로 부담스러운 주제를 피해간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맥락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도 논의에 오르지 않았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사면이라는 이야기를 정식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국민통합과 협치의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말씀드렸다"며 "적폐청산과 관련해 상대에게는 가혹하고 내편에는 관대한, 일반 국민의 정의 감정에 맞지 않는 일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오찬이 끝난 후 함께 경내를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오찬 메뉴는 해송잣죽·능이버섯잡채·어만두·한우양념갈비 등 한식이 차려졌고, 식사로는 협치를 위한 '소통과 화합'을 의미하는 계절채소비빔밥과 민어맑은탕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