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기자간담회서 문 대통령에게 통합 강조… 정치권 "사면 가능성은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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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를 떠나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사면론'이 떠올랐다.문 의장이 갑작스럽게 사면 이야기를 꺼낸 것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 저격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지난 4·15총선 과정에서 아들 문석균 씨의 공천 문제 등이 불거졌지만 친문계가 외면하면서 섭섭함을 표시했다는 것이다.하지만 문 의장이 취임 후 '적폐청산'을 단행한 문 대통령에게 통합을 강조하며 직언을 날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문 의장이 요구한 사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해석이다."文, 사면 겁내지 않아도 돼, 적폐청산 말고 통합해야"문 의장은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문 의장은 다만 "그 판단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문 대통령의 성격을 아는데, 민정수석 때 했던 태도를 보면 아마 (사면을)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문 의장의 사면 관련 발언은 문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통합을 강조하면서 나왔다. 문 의장은 "모든 지도자가 대개 적폐청산으로 시작하지만, 적폐청산만 주장하면 정치보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늘어난다"면서 "21대 국회에 과감하게 통합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정권을 향해 단행한 대대적인 '적폐청산' 작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전직 대통령 사면을 주장한 것이다.하지만 사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청와대와 교감하고 사면 분위기를 띄우는 차원에서 한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문 의장이 한 발언은 문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이 평론가는 "'과거 정치관행상 사면해주는 것이 맞는데, 아마 문 대통령은 못할 것'이라는 말 아니겠는가"라며 "이번을 계기로 보수야권에서는 사면론이 계속 불붙을 것이고, 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자 하나의 숙제를 남겨준 꼴"이라고 말했다.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2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직후 정부 고위관계자 만나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그러나 이 관계자는 '사면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재판 중인 李·朴 사면 어려워법리상으로도 사면은 어렵다. 현행법상 사면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 확정판결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전 대통령은 다스(DAS) 자금을 횡령한 사건과 관련해 뇌물·횡령 등 혐의로 재판 중이다. 2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으나, 이 전 대통령 측이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사건 등과 관련, 뇌물·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오는 7월10일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었다.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두 대통령 모두 법원의 확정판결도 받지 않았다"며 "선거도 다 끝났고 문 의장도 퇴임하니, 지지층이나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작심발언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이 밖에도 정치권에서는 "문 의장이 아들 공천문제 등 그동안 국회의장을 하면서 문 대통령을 비롯해 친문인사에게 섭섭했던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