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기자간담회서 문 대통령에게 통합 강조… 정치권 "사면 가능성은 거의 없어"
  • ▲ 문희상(좌) 국회의장과 문재인 (우) 대통령이 21일 저녁 4부요인 초청 만찬회에 참석한 모습. ⓒ국회
    ▲ 문희상(좌) 국회의장과 문재인 (우) 대통령이 21일 저녁 4부요인 초청 만찬회에 참석한 모습. ⓒ국회
    20대 국회를 떠나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사면론'이 떠올랐다. 

    문 의장이 갑작스럽게 사면 이야기를 꺼낸 것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 저격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지난 4·15총선 과정에서 아들 문석균 씨의 공천 문제 등이 불거졌지만 친문계가 외면하면서 섭섭함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의장이 취임 후 '적폐청산'을 단행한 문 대통령에게 통합을 강조하며 직언을 날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문 의장이 요구한 사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文, 사면 겁내지 않아도 돼, 적폐청산 말고 통합해야"

    문 의장은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다만 "그 판단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문 대통령의 성격을 아는데, 민정수석 때 했던 태도를 보면 아마 (사면을)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 의장의 사면 관련 발언은 문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통합을 강조하면서 나왔다. 문 의장은 "모든 지도자가 대개 적폐청산으로 시작하지만, 적폐청산만 주장하면 정치보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늘어난다"면서 "21대 국회에 과감하게 통합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정권을 향해 단행한 대대적인 '적폐청산' 작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전직 대통령 사면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사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청와대와 교감하고 사면 분위기를 띄우는 차원에서 한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문 의장이 한 발언은 문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과거 정치관행상 사면해주는 것이 맞는데, 아마 문 대통령은 못할 것'이라는 말 아니겠는가"라며 "이번을 계기로 보수야권에서는 사면론이 계속 불붙을 것이고, 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자 하나의 숙제를 남겨준 꼴"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2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직후 정부 고위관계자 만나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그러나 이 관계자는 '사면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재판 중인 李·朴 사면 어려워

    법리상으로도 사면은 어렵다. 현행법상 사면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 확정판결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DAS) 자금을 횡령한 사건과 관련해 뇌물·횡령 등 혐의로 재판 중이다. 2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으나, 이 전 대통령 측이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사건 등과 관련, 뇌물·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오는 7월10일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두 대통령 모두 법원의 확정판결도 받지 않았다"며 "선거도 다 끝났고 문 의장도 퇴임하니, 지지층이나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작심발언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정치권에서는 "문 의장이 아들 공천문제 등 그동안 국회의장을 하면서 문 대통령을 비롯해 친문인사에게 섭섭했던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