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열쇠 가진 석학… '자연 바이러스설' 주장한 뒤 오리무중… 中 정부는 '망명설' 부인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6일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石正麗) 신흥감염병센터장이 이끄는 연구진이 ‘우한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로부터 유래한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생명과학 사전논문 사이트 ‘바이오리시브(bioRxiv)’에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이하 닛케이)신문은 다른 시각을 소개했다. 닛케이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한 우한코로나의 기원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했다”면서 “이 문제의 열쇠를 쥔 사람은 ‘배트우먼’이라는 별명을 가진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 박사”라고 지난 20일 지적했다.

    닛케이 “중국 정부 부인했지만 스정리 망명설 여전히 돌아”

    닛케이는 “5월 초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 박사가 기밀문서 1000여 건을 들고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망명했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이에 즉각 “스 박사가 직접 ‘국가를 배신하고 망명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SNS에 올렸다”며 반박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하지만 신문은 “스 박사는 망명하지 않았다”는 중국 측 주장에 의문을 표했다. 지난 2월 초 “우한코로나는 자연이 인류에게 내린 징벌로, 연구소에서 유출된 것이 아니라는 데 내 목숨을 건다”는 메시지를 SNS에 남긴 스 박사는 이후 공개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스 박사의 경력을 설명하며, 우한코로나 문제 해결의 열쇠가 그에게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 ▲ 우한바이러스 연구소의 생물안전 4단계(BSL-4) 연구실 모습.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한바이러스 연구소의 생물안전 4단계(BSL-4) 연구실 모습.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64년생인 스 박사는 대학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한 뒤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입사했다. 2000년 프랑스 몽펠리에대학에 유학, 바이러스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2002년 중국을 시작으로 2003년 세계로 확산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였다. 그는 SARS 바이러스 근원이 박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2013년 ‘네이처’지에 실렸고, 이후 과학계에서는 ‘배트우먼’이라고 불리게 됐다.

    2015년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랄프 발릭 교수와 함께 새 연구 결과를 ‘네이처’ 자매지에 발표했다. 박쥐 몸에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킬 경우 SARS 치료제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닛케이는 “이 연구는 우한코로나 사태를 예견하는 듯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후베이성 당국이 우한코로나 연구를 명령했을 때도 스 박사 연구팀은 2월 초순 이미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알 수 없는 우한코로나 기원…중국, 연구자들의 정보공개 허용해야

    신문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나온 것”이라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의 주장과 함께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기원일 가능성이 크지만 의도적인 게 아니라 유출사고였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하며 우한코로나 기원을 둘러싼 미중 간 대립을 해소하려면 중국이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명문대에서 일하는 한 외국인 교수는 “여기서는 과학 연구라도 공산당의 지도가 엄격하고, 주제가 애국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중국 대학 관계자는 “우한코로나 연구와 관련해 자유롭게 발언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신문에 털어놨다.

    신문은 “변이를 거듭하는 우한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면서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인 스 박사가 나서서 관련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