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대상 국가 117곳 중 51곳 투표 미실시… '보수' 美·유럽 투표 중단, '친여' 중국 투표 결정 논란
  • ▲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재외투표소 현황 일부. ⓒ선관위 홈페이지
    ▲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재외투표소 현황 일부. ⓒ선관위 홈페이지
    재외국민 절반가량은 오는 4·15총선 때 투표하지 못한다. 우한코로나 확산으로 51개국에서의 재외국민투표가 중단돼서다. 일부 교민은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다'며 재외선거사무 중지에 따른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우한코로나 확산 탓에 4·15총선 재외국민투표 대상 국가(총 117개국) 중 51개국에서 재외국민 투표가 실시되지 않는다. 미국·독일·필리핀·영국·이탈리아 등이 포함됐다. 반면 66개국에서는 투표가 예정대로 치러진다. 중국·일본 등에 거주하는 8만6040명은 96개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전체 재외선거인(17만1959명) 중 50%가 투표하지 못하는 셈이다. 재외국민의 투표일은 이날부터 6일까지다. 

    전체 재외국민 17만여 명 중 절반 투표 못해

    재외국민투표는 한국인 중 해외 영주권자·체류자 등이 대통령·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18세 이상 국민, 해당 국회의원 지역구에 주민등록된 자, 재외선거인명부에 이름을 올린 재외국민 등이 대통령·국회의원 등의 선거권을 가진다. 

    반면 우리나라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의 경우에는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다. △해당 지방자치단체 관할구역에 주민등록된 사람 △영주·체류자격을 취득한 뒤 3년이 지난 외국인 등은 지자체장·지방의원 선거권을 가진다. 

    이번 선관위 발표 2~3일 전부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재외국민투표가 중지된다'는 말이 나왔다. 독일 등지에서 '재외국민투표를 못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해 선거인 등록을 해놓고 투표를 기다렸는데 아쉽다' '코로나 염려 때문이라면서 재외선거가 금지된 국가 리스트에서 중국은 왜 빠졌는가' 등의 글이었다.  

    이 같은 반응은 '헌법소원하겠다'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일부 재독교민이 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통해 '재외선거사무 중지에 대한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변 측은 이날 "일부 교민의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내부에서 논의한 뒤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왜 투표할 수 있게 하는가' '형평성 안 맞는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외국민투표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재외국민투표 국가에 포함된 점도 논란을 부른다. 중국은 1일 오후 2시 현재 전 세계 나라 중 네 번째로 확진자가 많은(8만2000여 명) 국가다.

    권오현 변호사는 "이번 재외선거사무 중지 결정은 해당 국가 재외국민의 평등권·참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국민들 간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에 헌법소원을 충분히 제기할 만한 사안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헌재가 기각결정 혹은 인용하더라도 이번 4·15총선에까지 소급적용하는 결정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교민은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등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이 높고 유럽 쪽 재외국민도 보수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알려진 반면, 중국 등의 재외국민은 상대적으로 친여(親與)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데이터가 맞다면 미국·독일 등 미주·유럽 내 재외국민투표를 중지한 반면, 코로나 감염자가 많은 중국 내 투표는 하도록 한 결정이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헌법재판소 기각 가능성 커"… 선관위 "공관 의견 존중"

    김용주 변호사도 "국민들로서는 기본권이 침해됐다면 헌법소원을 낼 권한이 있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기본권도 침해될 수 있다"며 "선관위가 결정하는 절차에 하자가 있지 않다면 헌재에서 기각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논란과 관련, 선관위는 각 공관의 의견을 존중했다는 주장이다. 선관위는 "각 나라 공관별로 재외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고, 각 공관이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인지 파악해 의견을 낸다"며 "이 의견이 외교부로, 외교부에서 다시 선관위로 전달되고 최종적으로 (투표 여부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07년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당시) 공직선거법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2009년 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재외국민투표는 2012년 4월11일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때 처음 실시됐다. 이후 그해 18대 대선,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19대 대선 등에서도 재외국민투표가 이뤄졌다.

    공직선거법 제218조의 29는 "선관위는 천재지변 또는 전쟁·폭동, 그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해당 공관 관할구역에서 재외선거를 실시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해당 공관에 재외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지 아니하거나 설치·운영 중인 재외선거관리위원회 및 재외투표관리관의 재외선거사무 중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