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선거권 없는 학생 상대 모의투표도 "선거법 위반"… 교육계 "졸속추진 책임져야"
  • ▲ 서울시교육청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시교육청 전경. ⓒ뉴데일리DB
    서울시교육청이 4·15총선에 맞춰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모의선거가 사실상 무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교육청 계획에 따른 '사전 모의투표'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권이 없는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청의 모의투표와 관련해 논의한 결과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선관위는 이 같은 판단 배경으로 "선거권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교원이 교육청 계획에 따라 모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관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선관위, 또 다시 "모의투표, 공직선거법 위반" 의견

    교육청은 4·15총선에 맞춰 전국 초·중·고교 40곳에서 모의선거 수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선거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진 만큼 참정권교육을 확대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자는 취지였다.

    모의선거는 학생들이 직접 실제 총선 출마자의 공약을 분석하고 토론을 거쳐 모의투표까지 진행하는 방식이다. 선관위가 문제 삼은 것은 모의선거 과정에서 이뤄질 '모의투표'다.

    선관위는 이미 지난달 선거권이 있는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투표는 공무원의 선거 관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86조’에 위반될 수 있다고 밝힌 상태였다.

    이에 교육청은 선거권을 가질 만 18세 유권자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에게 모의선거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그러나 이번 선관위의 결정은 초·중·고등학생 모두 모의선거를 불허한 것이어서 교육청의 방침은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관계자는 “선관위의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위법이라고 판단한 부분은 제외하고 선거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며 “아직 모의선거 실시 여부에 대해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했던 교육계는 선관위 판단에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청의 모의선거 교육은 ‘선거법 위반 가능성’과 ‘선거교육의 편향성’ 등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청이 주무부처인 선관위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계획을 추진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육청 “선거교육 진행 여부 논의”… 교육계 “당연한 판단”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진보교육감들의 정치편향적 정책 추진과 교사의 편향교육을 두고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교육청은 아이들에게 모의선거교육을 하겠다고 강행했다"며 "교육계는 교육청의 총선 모의선거교육에 대해 크게 우려했는데 선관위가 제대로 판단해줘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선관위의 이번 결정으로 모의선거교육의 선거법 위반 논란과 현장 혼란이 일정부분 해소된 점은 다행스럽다”면서도 “모의선거 교육이 충분한 사전협의와 법적 검토 없이 추진되면서 현장 혼란만 부추긴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모의선거 교육의 선거법 저촉 여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서울시교육청이나, 모의선거 추진이 여타 시·도교육청으로 확대될 때까지 교육부는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다. 이에 따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30일 교육청이 연 '만 18세 선거권' 관련 토론회에서 "18세 선거권 부여를 어떻게 교육적으로 안착시킬 것인가 하는 건설적 논의를 해야 한다"며 "정치적 편향 우려 때문에 당연히 권장돼야 할 (모의선거 교육) 방법론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