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신당 명칭 못 써" 멋대로 결정…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에도 개입 의사
  • ▲ 권순일(왼쪽 두번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종합상황실 개소식'에 참석해 떡케이크를 자르고 있다.ⓒ뉴시스
    ▲ 권순일(왼쪽 두번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종합상황실 개소식'에 참석해 떡케이크를 자르고 있다.ⓒ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일 '안철수신당' 명칭 사용을 불허하는가 하면,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후보자를 결정하는 이른바 '전략공천'이 위법이라고 밝혔다. 범보수 야권에 불리한 결정을 잇달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은 정당 설립과 활동의 자유의 침해이자 기관의 법적 권한을 초월한 월권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정당활동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 선관위가 제약 못해"

    익명을 요구한 한 권위 있는 헌법학 석좌교수는 "우리 헌법 8조는 정당 설립의 자유를 규정하면서 모든 국민에게 정당 설립과 활동의 자유를 부여했다"며 "다시 말해 국민이 갖는 이런 정당 설립과 활동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안철수신당'처럼 특정인의 이름을 정당 명칭에 포함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관위라는 행정기관이 사용을 불허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선관위의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허 결정과 관련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비례대표 후보자를 민주적 절차로 뽑으라고 하는데, 개정 공직선거법이 그런 규정을 둔 것부터 문제가 있다"며 "그러면 수가 훨씬 더 많은 지역구 후보자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선관위, 법적 근거 없이 헌법상 기본권 침해했다"

    선관위의 두 결정이 정당 설립과 활동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법적 근거 없이 침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이 교수는 "법률로만 제한할 수 있는 정당 설립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이 선관위에 없다"며 "헌법 제7장은 '선거관리'를 규정했다. 그 규정에는 선관위가 선거와 국민투표를 관리하고 정당 사무를 처리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 어디에도 선관위가 정당 명칭에 대해 또는 정당 활동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에도 그런 간섭을 하라는 규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이 정당 활동을 '간섭'한 것이며, 그것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선관위는 6일 '안철수신당' 명칭 사용을 불허하면서 "현역 정치인의 성명을 정당의 명칭에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것은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정당의 목적과 본질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고 정당 지배질서의 비민주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가칭)안철수신당의 이태규·김경환 창당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은 "우리 정당법은 유사당명과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정당의 당명 외에는 당명 사용에 관하여 어떠한 제한도 두고 있지 않다"며 "정당이 정치적 노선, 신념 등을 표방함에 있어 이를 주창한 정치인의 성명이 그 노선, 신념 등을 상징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거나 그러한 정치적 방향을 나타내는 데 효과적이라면, 그 성명이 포함된 당명을 사용하는 것은 정당 명칭 사용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정당 명칭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관련 법체계 완전히 무시

    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은 기존의 방침을 바꾼 것이라는 점에서도 비판이 인다. 2008년 3월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연대'라는 명칭의 적격 여부를 심사한 선관위는 전체회의에서 "특정인을 연상시킬 수 있는 문구가 포함된 정당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사회 통념에 비춰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선관위원 모두 인식을 같이했지만 유사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정당법 41조 규정 외에는 정당의 명칭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친박연대' 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선관위는 또 "정당법상 정당 등록신청이 형식적 요건을 갖춘 경우 선관위가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 따르면, 지난 6일 선관위의 결정은 '정당 명칭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관련 법체계를 완전히 무시했다는 말이 된다.

    "비례대표 후보 민주적 선출 증명 못하면, 후보등록 무효" 경고까지

    이날 선관위는 또 개정 공직선거법 제47조를 들며 "비례대표 전략공천은 적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민주적 심사절차와 선거인단의 투표절차 없이 당대표나 최고위원회의 등이 선거전략만으로 비례대표의 후보자 및 순위를 결정하여 추천하는 것(전략공천)은 법률 위반"이라며 "정당이 회의록, 당헌‧당규 등 비례대표후보자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추천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그 등록을 수리하지 않고, 추천절차를 정한 내부규약 등을 위반한 경우 해당 정당의 모든 후보자 등록을 무효 처리하겠다"고 경고까지 했다.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선교 "비례대표 공천 자체가 전략적 결정… 적법활동 막지 말라"

    정가에서는 이 결정이 지난 5일 '비례대표정당'을 표방하고 창당한 미래한국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이를 의식한 듯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는 7일 기자회견을 갖고 "비례대표 공천은 청년·여성·장애인·국가유공자 등 지역구에 출마하기 어려운 인재를 모시는 것으로, 그 자체가 당의 전략적 결정"이라며 "선관위의 과도한 법 해석과 적용으로 인해 정당의 적법한 활동이 가로막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자 최종결정기구로 '배심원단'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한 뒤, 국민과 당원이 참여하는 배심원단이 후보의 적격을 최종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어제(6일) 선관위의 결정은 기존의 폐단인 밀실·독단·부정공천을 지양하라는 주문으로 해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