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개입 수사팀' 와해, 압수수색 거부에 법조계 등 반발 쇄도… "공소장 비공개 결정, 위법 소지"
  • ▲ 법무부가 지난 4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13명의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법무부가 지난 4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13명의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국회에서 일하면서 검찰이 법무부에 넘긴 공소장을 법무부가 비공개로 결정한 일을 본 적 없다."(국회 모 의원실 관계자)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부터 검찰 인사문제, 공소장 비공개까지 청와대가 법을 무시한다."(검찰 출신 법조인)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수사 관련,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방침에 이은 법조계·정치권의 반응이다.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이 사건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하기도 했다. 게다가 법무부는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있는데도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가 법치주의 훼손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법무부는 5일 '공소장 비공개 결정'과 관련한 견해를 내놓으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4일 '울산시장선거 개입' 관련자 13명의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에 법조계 등의 비난이 거센 상황이었다. 

    법무부는 '공소장 비공개' 결정의 근거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 1265호)을 거론했다. 이 규정 6조와 11조에 따라 '형사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신 법무부는 4쪽짜리 공소사실 요지만 제공했다. 약 70쪽 분량의 공소장 전문을 4쪽으로 줄인 셈이다. 그러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물론 학계에서도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이 논란을 두고 법무부는 5일 재차 '공소장 비공개' 결정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법무부가 그동안 공소장 전문을 언론에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 전문이 재판 전 언론에 공개됐다. 이는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잘못된 관행이다. (중략) 공소장 전문 공개는 헌법상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 공소장 전문에 적시된 다수의 사건관계인들에 대해서는 피의사실공표, 사생활 침해에 해당될 여지가 크다는 점도 무겁게 감안했다." 

    법무부의 해명에도 논란은 확산하는 모습이다. 법무부의 이번 결정이 전례 없는 일이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공인(公人)의 형사사건, 특히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 등의 공소장은 국회에 제출됐다. '국민의 알 권리' 등이 목적이었다. 근거는 '국회가 정부·행정기관 등의 서류를 자료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0일 이내 제출해야 한다'는 국회법 등이다. 문재인 정부가 법치주의를 흔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①靑 압수수색 거부… 과거 참여연대 비판성명 재등장  

    이전에도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문 정부가 법치주의를 어기는 일이 목도됐다.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이 일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지난 1월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에 나섰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다. 

    청와대는 그러나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가 아니라 수 시간이 지나 제시한 상세목록은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압수수색영장과 무관하게 임의로 작성된 목록"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았다. "위법한 수사에 청와대가 협조할 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법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는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에 근거해 압수수색영장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라면 검찰에 불승인사유서를 내야 한다. 영장 거부 사유에 속하지 않으면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검찰은 청와대에 '불승인사유서를 내거나 임의제출 형태로 자료를 내달라'고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압수수색도 거부하고 불승인사유서도 내지 않은 것이다. 이 역시 이례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앞서 참여연대는 2017년 2월4일 '청와대 압수수색영장 집행 거부는 법치주의 유린의 폭거'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농단'사건과 관련해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를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특검의 압수수색 시도를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에 따라 거부한다며 불승인사유서를 냈다. 문재인 정부는 불승인사유서도 내지 않았다. 

    ②檢인사 '검찰청법 논란'도… "현 정권 겨냥 수사 중 법치주의 흔들어"

    법무부가 두 차례에 걸쳐 단행한 검찰 인사도 위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법무부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등 검사장급 인사를 1월8일에,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급 간부 인사를 1월23일에 각각 발표했다. 

    이 인사에서 '울산시장선거 개입' '유재수 감찰 무마' 등 현 정부 관련 수사를 지휘한 검사들이 대거 물갈이됐다. '친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은 요직으로 발탁됐다. 사실상 현 정부 관련 수사팀이 와해됐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찰 인사 당시 법조계는 '위법 소지'를 지적했다. 추미애(61·14기) 법무부장관이 검찰청법에 규정된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법무부장관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청취한다'고 규정했다. 

    추 장관은 그러나 1월8일 인사 발표 직전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고 알려졌진다. 당시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에는 '윤 총장이 제3의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다' '법무부가 요식행위를 하고 있다'는 등 진실공방이 일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친 끝에, 법무부가 이번에는 '울산시장선거 개입' 관련자들의 공소장조차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 '수사팀 와해' 수준의 검찰 인사 등에 이어 "정부가 법치주의를 흔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출신 형사전문 강민구 변호사는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도 법적 근거가 약하지만, 이는 그나마 그동안의 '관례'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추미애 장관이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현 정권에 대한 수사를 방해할 의도로 인사권을 전횡한 데 이어 '선거 개입' 관련 검찰 공소장도 비공개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 현 정부가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현 정부 인사들이 검찰 수사에 불응하는 것도 권력으로 법을 누르고 무시하는 법치주의 훼손의 한 예"라고도 주장했다.

    ③"참여정부 개혁 뒤집었다" "3·15부정선거 버금가는 사건일 수도"

    이처럼 '정부의 법치주의 훼손' 논란을 확대시킨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두고 비판이 쇄도한다. 위법 요소,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 등의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참여정부의 개혁을 거스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공소장 국회 제출 등의 규정이 마련됐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4조 1항은 '국회로부터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증언의 요구를 받거나, 국가기관이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에 증언할 사실이나 제출할 서류 등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서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의 중요성을 보더라도 공소장이 공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울산시장선거 개입'을 이승만 정권 시절의 3·15부정선거에 빗대며, 공소장 비공개를 우려하는 인사들도 있다.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울산시장 부정선거 공소장 공개는 국민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이승만의 3·15부정선거에 준하는 관권 불법선거 개입이 과연 있었는지, 검찰 수사가 청와대가 비난한 대로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 수사권을 남용한 것인지 1차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피의자로 1차 소환조사를 받았으니 공범임에 틀림없고, 남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범으로 가담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강민구 변호사 역시 "청와대의 조직적인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해 당내 민주화를 훼손해가며 경찰에 하명수사를 통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이는 과거 자유당 시절의 3·15부정선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지역 법조인은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공개될 수밖에 없는 만큼,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국민적 의혹을 증폭시키는 처사"라고 말했다.

    ④학계도 비판 쇄도… "행정권 남용" "검찰개혁 구호만 남아"

    학계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이하 정교모)은 4일 밤 논평을 통해 법무부의 결정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공소장 요구를 거부하는 행위는 '법무부의 행정권 남용'이라는 주장이다.

    정교모는 또 "헌법 제109조에 따라 검찰이 수사를 마치고 법원에 재판을 위해 공소를 제기한 이상 이 사건은 헌법의 원칙에 따라 공개재판에 넘겨진 것이고, 법무부가 그 공개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더구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사건은 민주주의 국가 운영의 기본 규칙을 어긴 중대한 혐의가 있는 공적 사건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고도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 직후 SNS를 통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총선 끝날 때까지 묻어두겠다는 속셈"이라고 일갈했다. 진 교수는 "명백한 위법인데, 판사 출신(추미애 법무장관)이 모를 리 없을 텐데 정말 다급한가보다"라며 "(문 정부는) 수사도 못하게 하고, 기소도 못하게 하고, 공소장까지 공개를 못하게 막는다"고 개탄했다. 

    진 교수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한 점 등을 거론하며 "검찰개혁은 구호만 남았다"는 말도 보탰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5일 오전 "고위공무원의 공소장 공개로 인해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받을 이유가 없고, 형사절차에 있어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도 없다"며 "추 장관은 어떤 근거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는지, 형사절차에 있어 침해될 기본권이 무엇인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어차피 공소장은 피고인이 기소되면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다 공개되게 마련"이라며 "원칙적으로 사인이라면 비공개가 맞지만, 이번처럼 공인들이 공권력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하지 말라는 것은 독재나 다름없다"며 "이번 정권 들어 오히려 법률적·사법적으로 퇴행하는 모양새인데, 그러면서 무슨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는지 황당하다"고 일갈했다. 

    이 변호사는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을 두고 "청와대 비서진이 조직적으로 분업과 협업하여 개입한 사건으로, 과거 청와대 인사들의 개인적 일탈을 한 범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사건이 대통령에게까지 연결되고,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까봐 법무부가 비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미애 장관이 대권을 꿈꾼다면 윤석열 총장처럼 소신 있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 공소장 비공개 건을 보면 정치인으로서 이미지에 오히려 손상을 입지 않을까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