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靑 하명수사·대가성 공천 수사력 집중… "울산경찰청장 시절부터의 황운하 행보 살펴봐야"
  • ▲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 ⓒ뉴시스
    ▲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 ⓒ뉴시스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의 공범(피의자)으로 적시된 황운하(58) 전 경찰인재개발원장과 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오는 4월 치러질 4·15국회의원총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 황 전 원장과 한 전 수석이 공천을 대가로 공직자 신분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들에게는 '사후수뢰'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16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황 전 원장은 총선 출마 공직자의 사퇴시한을 하루 앞둔 15일 경찰청에 사직원을 제출했다. 황 전 원장은 사직원 제출 후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정치참여에 대해 심사숙고를 거듭하며 많은 분과 논의한 끝에 방금 전 경찰청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며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총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황 전 원장은 조만간 민주당에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 예정지는 고향인 대전 중구가 유력하다.

    황 전 원장은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하면서 청와대로부터 하명(下命)받아 김기현(61)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벌여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靑 하명'으로 '김기현 수사' 황운하… 대가성 공천이면 '사후수뢰' 소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친구인 송철호(71)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유력 경쟁자였던 김 전 시장의 첩보를 송 시장의 측근인 송병기(58)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받아 이를 황 전 원장에게 넘겼다. 울산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여론조사에서 앞섰던 김 전 시장은 송 시장에게 패했다.

    검찰 수사로 황 전 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황 전 원장에게는 사후수뢰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형법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었던 자가 그 재직 중에 청탁을 받고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후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표적수사의 피해자가 된 김 전 시장은 "황 전 원장 출마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지른 정치공작에 대한 대가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황 전 원장은 6·13지방선거가 끝난 뒤 주변에 총선 출마 의지를 수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황 전 원장이 김 전 시장의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부적절한 하명수사를 벌였다는 점과 △이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 측이 공천을 약속했다는 사실을 검찰이 입증할 수 있다면 사후수뢰 소지가 있다고 봤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금전뿐만 아니라 이익이나 대가 역시 뇌물로 볼 수 있다"며 "황 전 원장이 김 전 시장의 혐의가 명백히 죄가 되지 않음에도 청탁을 받아 수사했고, 그에 따른 공천 등 대가를 받는 약속이 이뤄졌다는 두 가지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후수뢰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차례 이뤄진 황 전 원장과 송 시장 간 만남의 배경과 성격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8년 1월 황 전 원장과 송 시장, 울산 현지 경찰관, 서울에서 온 인사 등 4명이 울산의 한 장어집에서 만났다는 단서를 검찰이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황 전 원장은 "명백한 허위보도"라며 반발했다. 황 전 원장은 이보다 앞서 2017년 9월과 12월에도 송 시장을 개인적으로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동호 경선 포기 종용' 한병도, 같은 혐의 가능성… "피의자 출마, 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

    이번 총선에서 전북 익산 출마가 유력한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같은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 전 수석은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송 시장의 경쟁자였던 임동호(52)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일본 고베 총영사 자리 등을 제안하며 경선 포기를 종용한 의혹을 받는다. 

    한 전 수석은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2018년 2월 임 전 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전망도 불투명한데 꼭 울산시장 출마를 해야 하느냐. 다른 자리로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원장이나 한 전 수석처럼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총선에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부정선거 주역이라는 의심을 받는 이들이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라는 것이다. 당시 공직자는 아니었지만 송 시장의 측근으로 '김기현 첩보'를 제보한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도 울산시에서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계급정년에 가까운 경찰대학 교수부장으로 있던 황 전 원장이 울산경찰청장과 대전경찰청장으로 간 것부터 이번에 여당의 공천을 받게 되는 부분까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황 전 원장은 대전 중구 출마가 안 되면 서울 출마도 당과 논의해보겠다면서 마치 자기는 공천에 자신감이 있다는 투로 말하는데, 그 자신감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정보화담당관실 전산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으로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공문 발송 시스템과 이메일, 경찰 메신저인 '폴넷'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4일과 26일에도 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