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에도 총선 출마선언… "국민 선택 아닌 '법원 판단' 받아야"
  • ▲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송병기(58)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황운하(58) 경찰인재개발원장, 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오는 4월 치러질 '4·15국회의원총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논란이 일었다. 현행법상 피의자의 출마를 막는 규정은 없지만, 이들이 청와대까지 언급된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울산시는 15일 오후 3시 인사위원회를 열고 별정직 공무원인 송 부시장을 직권면직 처분했다. 이는 송 부시장의 요청에 송철호(71) 울산시장이 동의하면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공무원은 검찰·경찰·감사원 등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경우 면직이 허용되지 않지만 송 부시장은 별정직 공무원이어서 직권면직이 가능하다.

    이번 울산시의 조치를 두고 4·15총선에 출마하려는 송 부시장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송 부시장은 그동안 울산 남구 출마설이 나돌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공직자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공직자 사퇴 기한은 오는 16일이다. 송 부시장도 주변에 "검찰 수사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들' 송병기·황운하·한병도, 4·15총선 출마

    문제는 송 부시장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이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둔 2017년 10월 송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유력 경쟁자였던 자유한국당 후보 김기현(61)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를 문모(53)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제보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송 부시장의 이 첩보는 당시 백원우(54)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53)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조국(55) 전 민정수석을 거쳐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하명(下命)됐다.

    송 부시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에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송 부시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검찰은 "본 건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이라며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검찰은 지난 1일 송 부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일부 범죄만으로도 구속영장이 발부된 전례가 다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이 범행 은폐를 위한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점 등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 ⓒ뉴시스
    ▲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 ⓒ뉴시스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송 부시장과 함께 피의자로 특정된 황 원장과 한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4·15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울산경찰청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황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다. 

    검찰은 조만간 황 원장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원장은 지난해 11월에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히며 경찰에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나, 검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명예퇴직 불가 통보를 받았다. 황 원장의 출마 예상지는 대전 중구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후보 당내 경선에서 송 시장의 경쟁자였던 임동호(52)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게 일본 고베 총영사 자리를 제안하며 경선 포기를 종용한 의혹을 받는 한 전 수석도 4·15총선에서 전북 익산 출마가 유력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지난 3일 한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국민의 선택 아닌 '법원 판단' 받아야"

    법조계에서는 송 부시장 등이 피의자 신분으로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 결격사유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고위 법조인은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라고 해서 피선거권이 박탈되거나 출마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공직선거법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수사기관이 선거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부분을 무시하고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강행했던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이 선거에 출마한다면 '윤리적'으로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선거의 주역이라는 의심을 받는 이들이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라는 것이다.

    이 법조인은 "청와대까지 언급된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수사받는 상황에서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얘기"라며 "수사 중인 피의자 신분이라면 의혹을 먼저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총선에 나와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