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노조 "정부 돈 받고 시상식, 김영란법 위반 소지"… KBS는 "그런 일 없다" 부인
  •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2019 KBS연기대상'에 연기 분야와 무관한 박영선(61·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시상자로 나온 것을 두고 '대가성 출연'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KBS공영노동조합(이하 공영노조·위원장 성창경)은 2일 'KBS, 정부 현금 협찬 받고 장관을 출연시키다니'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그동안 연기대상은 주로 연예인이나 방송사 간부 등이 나와서 시상해왔는데 장관이 나온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밝혔다.

    공영노조는 "뜬금없는 박 장관의 출연 배경을 궁금해하는 누군가가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는데, 담당부서가 '중소벤처기업부가 연기대상에 현금 협찬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고 주장했다.

    공영노조에 따르면 지난 1일 KBS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박영선 장관이 연기대상 시상자로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이 올라오자, 2일 담당부서 직원이 "박영선 장관이 시상자로 나온 이유는 부족한 제작비 충당 등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연기대상에 현금 협찬을 해서 출연한 것이다. 여러분의 이해를 바란다"는 해명 글을 올렸다.

    공영노조는 "이는 제작비가 부족해서 장관이 현금을 들고 왔으니 시상자로 세웠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시상식도 정부의 돈을 받고 하는 행사가 돼버렸나? 기가 찬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동안 KBS가 문재인 정권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것도 돈을 받은 대가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시상식에 금품을 받은 대가로 장관을 출연시킨 것이 김영란법을 포함한 실증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즉각 감사를 실시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법조계 "장관 홍보 위해 세금 남용했는지 따져봐야"

    한 KBS 관계자는 "역대 'KBS연기대상'을 살펴봐도 장관 등 정부 관계자가 시상자로 나온 전례가 없다"며 "대개 사회 원로나 연예인, 전직 KBS 사장들이 나오는 게 상식적이고 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협찬을 받더라도 문화체육관광부나 방송 관련 기관에서 받아야지 중소벤처기업부는 정말 생뚱맞다"면서 "합법적으로 협찬을 받아도 사전에 시상자를 내정하는 등의 조건이 붙으면 '김영란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중소벤처기업부 업무 특성상 굳이 해당 시상식에 돈을 줄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만약 중기부 비서실에서 금전지원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협찬 지시를 내리고, 그 대가로 장관이 시상식 무대에 나가는 것으로 협의가 된 것이라면 김영란법 위반 소지는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중소벤처기업부의 본래 업무가 영세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지원하고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들인데, 업무 관련성도 거의 없어보이는 연기대상 시상식에 '협찬'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전파를 탔다면 국민 세금을 장관 얼굴을 알리는 데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이 현직 장관을 홍보하기 위해 국민 세금을 엉뚱한 곳에 쓴 것이라면, 중소벤처기업부와 KBS 제작진을 직권남용 및 그 공범으로 묶어 고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 박영선 중기부 장관의 '연기대상' 시상식 출연 배경을 묻는 KBS 직원의 질문에 한 담당자가
    ▲ 박영선 중기부 장관의 '연기대상' 시상식 출연 배경을 묻는 KBS 직원의 질문에 한 담당자가 "부족한 제작비 충당 등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연기대상에 현금 협찬을 해서 출연한 것"이라는 해명 글을 올렸다. ⓒKBS 사내 전자 게시판 캡처
    중기부 "연기대상에 현금 협찬한 적 없어"

    "중소벤처기업부가 'KBS연기대상'에 현금 협찬을 했고 그 대가로 박 장관이 출연한 것"이라는 공영노조의 주장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KBS 내부에서 소통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중기부는 KBS연기대상 측에 현금을 협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중소기업들의 브랜드 파워가 약해 '브랜드K'를 만들었고, 여기에 한류 드라마를 엮어 전세계로 홍보할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중기부 담당 장관이 한류 확산에 기여한 KBS 드라마에 감사를 표하고자 나온 것이지, 어떤 대가를 받고 출연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중기부는 "'브랜드K' 홍보 방안의 하나로 지난달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9 KBS가요대축제'를 후원했고, '브랜드K' 다큐멘터리를 KBS와 함께 제작하기로 하고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나, 'KBS연기대상'에 현금을 협찬한 사실이 없고, KBS가 박 장관의 연기대상 출연을 요청해 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KBS "드라마·중소기업 상생 차원서 장관 나온 것"


    KBS도 2일 장문의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중기부로부터 현금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KBS는 "한류 드라마(K드라마)는 단순히 해당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문화적 현상을 뛰어넘어 한국인·한국문화·한국상품에 대한 포괄적인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한류의 흐름에 힘입어 한국의 여러 중소기업 제품이 전세계에 판매됐고, 앞으로도 품질은 우수하나 인지도 면에서 취약한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확대에 한류가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는 "이와 같은 드라마와 중소기업의 상생관계를 감안해 연기대상 제작진과 중소벤처기업부가 협의해 담당 장관이 KBS드라마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시상자로 출연하게 된 것"이라며 "그래서 박영선 장관이 시상한 상도 전세계 K드라마 팬들을 사로잡은 배우에게 주는 'K드라마 한류스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KBS는 "특정 노조에서는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KBS가 협찬과 시상자 출연을 거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연기대상 제작진의 진의를 더 이상 왜곡하지 말고 자중할 것을 부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