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檢, 재판 막바지 추가기소… 김백준 초기진술, 김석한 변호사 영업방식 등 고려해야
  • ▲ 이명박 전 대통령 삼성 뇌물 사건의 쟁점변론이 오는 27일 진행된다. ⓒ박성원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삼성 뇌물 사건의 쟁점변론이 오는 27일 진행된다. ⓒ박성원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사건 쟁점 변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검찰은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 측이 '대납'해준 것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재판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방청한 기자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검찰 주장의 근거가 너무 허술하기 때문이다.

    재판기록에 따르면, 다스는 이익이 너무 많이 나서 고민인 회사였다. '이익이 많이 나서 현대자동차가 납품단가를 깎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할 정도였다. 이에 다스는 재고 조정, 가지급금 지급, 허위급여 이체, 원자재 매입가 부풀리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매년 1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장부상 이익을 축소했다.

    검찰 측 주장은 이렇다. 이런 다스의 변호사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삼성 측이 건넨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상식적이지 않다. 이 부분이 '이 전 대통령 삼성 뇌물사건'의 핵심이다.

    추가 기소한 삼성 뇌물, 기존 검찰 주장 완전히 뒤엎어

    검찰의 주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많은 허점이 드러난다. 당초 검찰은 △삼성이 다스 소송을 맡은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와 자문계약하고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매달 12만5000달러씩 정액으로 돈을 지급했고, 이 돈이 다스 변호사비용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재판 막바지에 이르러 추가 기소했다. 월 12만5000달러와 별개로 에이킨검프가 다스·삼성으로 실비를 청구한 송장(인보이스)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월 12만5000달러는 도대체 어디에 쓰인 것일까? 추가 기소는 이처럼 기존 검찰의 주장을 완전히 뒤엎는다.

    검찰은 '2008년 초 에이킨검프의 김석한 변호사가 청와대에 들어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과 함께 이 전 대통령에게 삼성의 다스 변호사비 대납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2009년 9월 말 다스 직원과 김석한 변호사가 통화한 녹취록에는 이 같은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석한 변호사는 에이킨검프의 변호비용이 다스에 청구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다스와 김백준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김 전 비서관의 진술이 허위라는 의미다.

    진실은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초기진술에서 엿볼 수 있다. 김 전 기획관은 "김석한 변호사가 나를 찾아와 '다스 소송을 무료로 해줄 테니 삼성이나 현대의 미국 소송을 에이킨검프가 많이 수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김석한 변호사의 영업방식이다. 박근혜 정부 때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에서 소송에 휘말렸을 당시 김석한 변호사는 일면식도 없는 윤 대변인을 무료로 변론하겠다고 나섰다. 이처럼 청와대와 인연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대기업의 외국소송을 수임하는 것이 김 변호사의 영업방식이었다.

    김백준 검찰 초기진술, 김석한 변호사 영업방식도 고려해야

    물론 김 변호사는 영업하는 사람이지 소송 실무를 맡는 사람은 아니다. 따라서 에이킨검프의 실무변호사가 김 변호사에게 송장을 발행해 소송비용을 청구했을 것이고, 김 변호사는 재량껏 이 비용을 충당했을 것이다. 추가 기소된 송장은 이 같은 내용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 같은 내용을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에이킨검프에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검찰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송장 유무 자체만 확인할 뿐, 에이킨검프에 대한 그 어떤 질문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제사법공조가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 삼성 뇌물사건의 쟁점 변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달 초에는 결심공판이 있다. 선고공판은 2월께로 예정됐다.

    기자는 지난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재판을 지켜봤다. 이 사건의 실체는 너무도 명료하다. 판결은 재판부가 내리겠지만, 재판은 역사에 의해 평가될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럼에도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판결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