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검찰 출석한 유 전 부시장 '윗선' 질문엔 침묵… 금융위 국장 시절 뇌물 받아 챙긴 혐의
  • ▲ 유재수(가운데)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정상윤 기자
    ▲ 유재수(가운데)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정상윤 기자
    "아이구, 조심하세요."

    금융위원회 정책국장 재직시절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금품과 향응 등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는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유일하게 던진 한마디다.

    유 전 부시장은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짙은 남색 점퍼 차림으로, 변호사로 추정되는 3명과 함께 서울동부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 전 부시장은 법원 정문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제1법정동 출입구까지 수십m가량을 걸어서 이동했다.

    여유로운 모습 보인 유재수… 의혹 질문에는 '침묵'

    유 전 부시장은 옆으로 다가서는 기자들이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하느냐" "동생 취업에 특혜를 제공받은 사실은 인정하느냐" "윗선이 있었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모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동하는 내내 옅은 미소를 띠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연락한 적 있느냐" "구속을 피할 수 있을 거 같으냐" 등 강도 높은 질문이 나오자 일순간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취재진이 몰리면서 한 카메라기자가 보도블럭 턱에 걸려 넘어지자 "아이구, 조심하세요"라며 기자를 일으켜주기도 했다.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8월부터 금융위 정책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보건설 등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미국 항공권과 자녀 유학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25일 뇌물수수와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유 전 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와 국정감사 등에서 나온 발언 등에 따르면, 감찰반은 당시 유 전 부시장을 수차례 조사했으며,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뇌물수수 증거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이 첩보가 조 전 장관에게 보고된 뒤 갑작스레 조사가 중단됐다.

    업자에게 뇌물 받은 유 전 부시장,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도

    박형철(51)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7년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을 감찰한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의 직속상관이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감찰 무마 과정에 조 전 장관보다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유 전 부시장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로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영장심사는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권 부장판사는 검찰과 유 전 부시장 측의 변론을 듣고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다음날 새벽까지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