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5일 13개大 학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 교육계 “학종 공정성 논란 여전”
  • ▲ 교육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3개 대학의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데일리DB
    ▲ 교육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3개 대학의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데일리DB
    ‘특목고-자사고-일반고’ 순서의 고교 체제 서열화가 확인됐다. 일부 대학의 특목고 우대, 편법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교육부가 벌인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13개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실태조사 결과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선 교육부의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학종의 불공정성을 직접 입증하는 데 실패해 입시 공정성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교육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로 입시제도 불공정성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달 학종 비율이 높은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학종이 도입된 지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조사 대상은 건국대·경희대·고려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춘천교대·포항공대·한국교원대·홍익대 등 13개 대학이었다.

    과학고·외고·국제고 학종 합격률, 전체 40% 이상 차지

    교육부는 이들 대학으로부터 4개년도(2016∼19학년도) 전형자료 총 202만 건을 제출받아 학종 평가기준과 합격자 현황 등을 점검했다. 합격자 현황은 고교 유형이나 소재지, 부모의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분석했다. 조사단은 교육부 공무원(9명), 교육청·유관기관 관련자와 시민감사관(15명)으로 구성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 유형별 대학 학종 합격률은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나타나 고교 체제가 서열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합격률은 과학고·영재고가 26.1%로 가장 높았으며, 외고·국제고가 13.9%, 자사고 10.2%, 일반고는 9.1% 순이었다. 과학고·영재고의 학종 합격률이 일반고의 3배 가까이 되면서 서열이 높은 고교 출신일수록 대학 입학자가 더 많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고교 유형별 평균 내신등급을 살펴보면 고교별 합격 결과와 다르게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의 역순으로 나타났다. 2019학년도 대입에서 A대학 B학과 지원자의 평균 내신등급은 일반고(1.98), 자사고(3.44), 외고·국제고(3.62) 순이었지만, 합격자는 일반고(1.30), 자사고(2.26), 외고·국제고(2.86)로 확인된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편법 기재 등 기재 금지 위반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 자소서나 교사 추천서에 '기재 금지사항'을 적은 경우가 올해에만 366건이었다. 현재 학종 자소서와 추천서는 지원자 본인과 부모 이름, 출신 고교를 비롯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 외부 기관이 주최한 경시대회 수상 실적, 논문이나 어학연수 이력 등을 기재할 수 없다.

    자소서 기재 금지사항 위반 올해만 366건… 표절 추정도 228건

    그러나 일부 대학은 기재 금지 위반이나 표절을 확인하고도 지원자를 불합격 처리하거나 점수를 깎는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아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 추천서의 경우 기재 금지 사항이 적힌 경우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자소서에서 표절로 추정되는 경우도 228건이나 있었다. 검증 시스템에서 유사도가 5~30%인 B 수준 표절이 205건이었고 유사도가 30%를 넘는 C 수준 표절은 23건이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일부 대학이 고교 프로파일을 불공정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학 중 5곳의 입학 매뉴얼 등에서 평가자가 시스템을 통해 출신 고교 졸업생의 진학 현황, 이들의 학점과 중도탈락률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러한 고교 정보를 대입 평가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는 이번 교육부의 실태조사 결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추진과 함께 학종의 불공정성을 규명하겠다고 나섰지만, 조사 결과 이를 입증할 근거와 사례가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주요 대학이 학종을 통해 지속적인 고교 등급제를 실시하면서 고교 서열화가 형성됐다"며 "이는 특목고·자사고 진학을 위한 과도한 입시경쟁과 사교육을 낳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학종 불공정성 입증하겠다더니… 조사 결과는 ‘빈손’ 

    교육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교육당국이 부랴부랴 학종의 불공정을 확인하겠다고 했지만 예상한 대로 부실한 결과만 내놨다"고 지적했다. 입시 컨설턴트 A씨도 "고교 서열화가 존재하는 걸 모르는 국민도 있느냐"며 "조사가 졸속으로 이뤄지다 보니 맹탕인 결과물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오종운 종로학원 하늘교육 평가이사도 "교육부 발표는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사항"이라면서도 "대학 당국이 앞으로 입시 전형을 설계할 때 이번 결과가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학종이 지난 10년간 양적으로 확대돼 왔지만 질적으로 관리되지 못했다"며 "학종이 국민의 불신을 받는 데에 교육부의 책임이 크며,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실태조사에서 추가로 확인할 사항들은 추가 감사를 진행하고, 학종 운영 가이드라인 내실화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해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향후 평가 과정에서 고교 유형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교 후광효과를 차단하고, 고교 간 서열화를 해소할 계획이다. 특기자전형을 축소·폐지하는 대신 사회적 배려자 자녀의 선발을 확대하는 '고른 기회 전형'을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