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강의 기적을 세계로 대동강으로'… '박정희 시대' 高성장 비결 심층 분석
  • ▲ 경제이론 및 정책 분야에서 한물간 모델 취급을 받는 '한강의 기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한 '한강의 기적을 세계로 대동강으로'가 도서출판 '기파랑'에서 발간됐다. ⓒ연합뉴스 / 기파랑
    ▲ 경제이론 및 정책 분야에서 한물간 모델 취급을 받는 '한강의 기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한 '한강의 기적을 세계로 대동강으로'가 도서출판 '기파랑'에서 발간됐다. ⓒ연합뉴스 / 기파랑
    지구상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할 수 있는 국가들은 아직까지 30여개국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다수 국가들은 개발도상, 또는 저개발 국가로 분류된다. 근대적 국가가 등장한 이래 대부분의 '저개발' 국가들은 여전히 저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저개발 국가들 중 극소수만이 산업화에 성공해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는 그중에서도 대단히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아시아 '소국'에 불과한 대한민국이 식민 지배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이룩한 경제발전은 '기적'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60년대부터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경공업 제품을 수출해 산업화의 시동을 걸었다. 당시 동남아 국가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수출산업 육성 전략을 추진했으나, 성장이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고소득 국가로 발돋움하지 못했다. 한국이 기존 선진국과의 소득 격차를 계속 줄여나갈 동안, '중진국 함정'에 빠진 동남아 국가들은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대체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가져왔을까?

    "'신상필벌', 경제적 차별화 정책이 성장 동력"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의 좌승희 이사장과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위원은 "우리나라가 이처럼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특한 '기업부국 패러다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석했다.

    이들은 최근 공동 집필한 '한강의 기적을 세계로 대동강으로(기파랑 刊, 2019)'라는 책에서 "박정희 시대의 정책체제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차별화 정책을 통해 시장과 함께 기업 부문에 철저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기업 간의 치열한 성장 경쟁을 유도하는 자본주의 기업경제 발전 원리의 진수를 실현한 체제였다"고 평가했다.

    "'한강의 기적'은 '신상필벌'의 경제적 차별화 정책이 국민의 자조정신을 이끌어내는 원천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한 저자는 "박정희 정부가 자립·자조정신 같은 국민 의식을 그렇게 강조했던 이유는 국민이 차별화를 통한 성장 원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많은 저개발 국가들이 박정희 정책의 형식만 모방했을 뿐 박정희 모델의 핵심인 '차별화 원리'를 자신들의 정책에 체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벤치마킹에 실패했던 것"이라며 "국민의 의식개혁이 동반되지 않으면 차별화 정책을 추진하기 힘들고, 추진하더라도 성과를 얻기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反박정희' 조류 속 '反기업정책' 쏟아져"

    저자가 우려하는 것은 소위 '민주화 시대'에 접어든 이후 우리나라 정부가 '반(反) 박정희' 조류 속에 '반(反) 기업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자는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의 균형적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극단적 사회주의 평등 이념에 젖어, 중소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시킨 박정희의 '기업부국 전략'을 철저히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자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정부가 '신상필벌'에 역행해 성과의 차이를 무시하거나 경제적 평등을 보장하는 순간, 시장과 경쟁의 활동은 중단되고 경제적 성과 달성을 위한 노력도 멈추게 된다.

    "실제로 현재 국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성장 본능'이 급속도로 꺼져 가고 있다"고 진단한 저자는 "박정희 시대 이후 제대로 된 대기업 하나 못 키워낸 정책을 반성하기는 고사하고, '박정희 청산'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하는 건, 자본주의 역사 발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경제민주화나 소득 주도 성장론이 결국 마르크스주의 경제의 또 다른 얼굴일 뿐이라는 것을 지적함과 동시에 시장만으로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류경제학의 문제점도 함께 되돌아본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끄는 시장경제라기보다 기업이라는 '보이는 손'이 이끄는 기업경제"라면서 "지난 200여년의 '자본주의경제 발전사'는 기업을 일으키는 경제만이 동반성장과 번영을 향유할 수 있음을 가리킨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기업부국과 자본주의 번영의 패러다임을 수용하지 않고 버린다면, 우리나라는 경제가 몰락한 사회주의 국가들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北, '핵강국' 망상 버리고 '기업부국 패러다임' 수용해야"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한강의 기적 패러다임을 북한의 경제발전 모델로 제시하는 것이다. 북한이 '한강의 기적' 모델을 수용해 북한판 '대동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야말로 북한의 경제발전과 체제 변화, 자유 통일의 토양을 마련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론에 가깝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저자는 "남북통일의 최대 정치·경제적 난제는 '통일비용'이며 현재 연평균 2%대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있는 한국이 이를 감당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남북한의 통일이 공멸의 길이 아닌 번영의 길로 가기 위해선 북한의 경제력을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하루속히 '핵강국'이라는 망상을 버리고 기업부국의 새 패러다임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을 집필한 좌승희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장은 대안적 경제성장·발전론을 모색해 온 한국의 대표적 경제학자다. 서울대 경제학과 학·석사를 나와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한국경제연구원장, 경기개발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공동 저자인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산대와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한 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