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편, 자사고·특목고 폐지… 오락가락 정책기조에 교육계 ‘부글부글’
  • ▲ 당정청은 대입제도 개편과 더불어 자사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비공개로 이뤄진 당정청 회의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계획안을 논의했다고 전해졌다. ⓒ뉴데일리DB
    ▲ 당정청은 대입제도 개편과 더불어 자사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비공개로 이뤄진 당정청 회의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계획안을 논의했다고 전해졌다. ⓒ뉴데일리DB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자진사퇴한 것과 관련해 교육계는 일제히 공통된 의견을 나타냈다. 사퇴는 당연한 수순이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의 공정성을 확립하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린 데 대한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조국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며 “입시비리 의혹이 있는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불공정한 사회에 분노한 청년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이에 대통령이 책임지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권 4년제 대학의 교육학과 A교수는 “조 전 장관은 사퇴했지만, 여전히 교육불평등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며 “조국 사태로 빚어진 교육개혁 의제가 졸속개편과 땜질식 처방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국 사태가 안긴 ‘교육불평등’ 문제… 교육제도 개편 작업 본격화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특혜 의혹으로 교육계는 두 달간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교육불평등’ 문제가 크게 대두하면서 교육제도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입시문제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자 교육당국은 바쁘게 움직였다.   

    문 대통령의 갑작스런 대입제도 재검토 주문이 교육개혁의 신호탄이 됐다. 지난달 초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입시 의혹과 관련해 대입 공정성 제고와 고교 서열화 해소 등을 위한 교육제도 개편을 지시했다. 

    개편 방향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정시 확대’냐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이냐 하는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교육부는 학종의 투명성·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정시 확대 가능성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조국 사태로 불거진 입시비리 물타기 시도?… 대학들 ‘한숨’만

    이후 교육부가 내놓은 방침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종 실태를 조사한다는 것이었다. 학종선발 비중이 높고 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을 많이 뽑는 대학들을 먼저 감사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교육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교육부가 학종을 향한 비판을 대학들에 전가해 ‘물타기’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태조사 시기도 논란이 됐다. 교육부의 실태조사, 개선방안 발표 시기가 대학의 수시전형, 1차 합격자 발표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교육현장에서 불만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며 “결국 대학들을 압박하고 자사고·특목고를 죽이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A대학 한 관계자는 “하필이면 수시 일정과 함께 입시업무가 집중되는 시기에 감사를 진행한다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조사 대상 선정 기준도 모호하고 조 전 장관의 개인적 입시비리를 제도 탓, 대학 탓으로 돌리려는 물타기로 보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교육당국은 이달 중으로 대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11월 중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개선 방안에는 소위 '금수저 요소'로 불리던 봉사·동아리활동을 포함해 진로·자율활동 등 학생부 내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고·특목고, 일반고로 일괄 전환… 시행령 개정해 2025년 추진할 듯  

    당·정·청은 대입제도 개편과 더불어 자사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비공개로 이뤄진 당·정·청 회의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계획안을 논의했다고 전해졌다. 

    일괄 전환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 고교 학점제 시행 시기에 맞춰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교육계에서도 찬반 논쟁이 첨예한 사안이다. 고교 서열화 해소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는 견해와, 수월성·다양성 교육을 위축시켜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하는 견해가 맞선다.  

    교육당국이 추진하는 교육개혁안 ‘불신’ 팽배

    교육계는 여전히 정책기조에서 오락가락하는 교육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교육부는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전면 폐지는 어렵다며 '단계적 폐지' 방침을 고수했다. 그런데 돌연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괄 전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교육부가 기존 방침을 뒤집고 선회한 배경에는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재지정 평가의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와 함께 조 전 장관의 입시 문제 여파로 교육 공정성 논란이 커져 정책 방향을 급전환했다는 관측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는 또 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 기조로 인해 교육개혁의 본질을 흐리고 혼란과 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5일 이와 관련해 교육당국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김 대변인은 “문 정부는 원칙 없는 정책으로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이렇게 밀실에서 졸속으로 추진해도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몇 달 전만 해도 자사고 일괄 폐지는 맞지 않다고 하더니, 이제는 일괄 전환이냐”며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교육에 대한 소신도, 철학도 없는 정치인장관답다”고 비난했다. 

    서울에서 학생들의 대입을 지도하는 교육관계자 A씨는 “교육현장이 아주 난장판”이라며 “국내 교육정책이 오랜 시간 정치적 영향을 받아왔지만 현 정부만큼 정치적이고 변화가 많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교육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정치와 분리돼야 하는 영역”이라며 “교육당국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서 올바른 교육정책을 제시하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