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국제영화제 최우수 각본상 수상
  • 개봉 30일차에 10만 관객을 돌파한, 작지만 큰 영화 '벌새'가 또 한 번의 수상 소식을 알리며 국내외 영화제에서 26관왕을 달성하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앞서 '벌새'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제18회 트라이베카 영화제, 등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촬영상, 집행위원회 특별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9월 18~29일까지 진행된 제25회 아테네국제영화제는 '메트로폴리탄(1990)'의 감독 위트 스틸먼이 심사위원장을 맡아 아테네의 25년 영화사를 축하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는데, '벌새'는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라즈 리 감독의 '레미제라블(2019)'과 같이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아테네국제영화제에서 "급변하는 90년대 초 한국 사회에서 어린 여성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려고 하는 가족과 동떨어진 14살 소녀의 섬세하고 미묘한 초상"이라는 평을 받은 '벌새'는 최우수 각본상을 받았고, 함께 경쟁 부문 후보에 오른 '레미제라블'은 관객상을 수상했다.
  • "우리 모두는 '은희'였다"

    '벌새'는 성수대교가 붕괴된 1994년, 거대한 세계 앞에서 방황하는 중학생 은희가 한문 선생님 '영지'를 만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작품.

    중학생 '은희'가 겪는 다양한 사건과 감정들을 담고 있는 '벌새'는 실제 1994년을 뜨겁게 지나온 김보라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과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술팀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집, 학교, 학원 등의 공간은 우리의 추억 속에 간직된 90년대의 익숙한 풍경을 상기시키며 추억을 소환한다. 또한 '은희'와 그녀의 가족, 선생님, 남자친구 등 인물 한 명 한 명의 의상, 소품, 헤어까지 90년대를 관통하는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 삽입된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윤복희의 '여러분', 원준희의 '사랑은 유리 같은 것' 등 94년을 휩쓴 히트곡들이 전세대 관객들에게 가슴 뛰는 울림까지 선사한다.

    특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성수대교 붕괴사건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며 영화를 통해 김 감독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각인 시킨다. 김 감독은 인터뷰 등을 통해 "오래 전 기억 속 통증이 얼마나 우리 모두에게 공통의 트라우마로 작용하는지를 생각했고, 개인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국가적이고 역사적인 일들의 흐름과 연결돼 있음을 구조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일상으로 시대를 경험하게 한다(제28회 이스탄불국제영화제)", "인물들의 일상에서 현시대를 경험하게 한다(Forbes)" 같은 평단의 평가에서도 엿볼 수 있듯 '벌새'는 '은희'의 일상을 통해 우리 모두가 '은희'였던 그 시절로 데려가 감동을 넘어선 특별한 울림을 선물한다.  

    [사진 및 자료 제공 = 국외자들, 콘텐츠판다/(주)엣나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