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안보인식 차이' 지적… 맥스웰 연구원 "韓정부, 안보보다 국내정치에 관심"
  • ▲ 지난 22일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2일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이하 지소미아)을 종결한 데 대해 미국 정부가 강한 불만과 우려를 제기하자 미국 싱크탱크의 안보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이번 조치가 한미동맹을 약화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24일 한일 지소미아 종결과 관련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의 분석과 전망을 소개했다.

    “美, 안보에 대한 한국의 무관심에 실망”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한국에 실망감을 표출한 것은 지소미아 종결 때문이 아니라 안보에 대한 양국의 인식 차이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한국이 안보를 중대하게 다루지 않음을 문제로 본다”면서 “미국은 한국이 일본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국 정부가 국가안보보다 국내정치에 더 큰 관심을 둔다는 인상을 미국사회에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힘든 결정(지소미아 종료 재고)을 내리지 않는다면, 미국 내에서는 앞으로 ‘한국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한미동맹에 더 많은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최근 한국에서 불거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결합되면 한미 사이에 더 큰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면서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원하는 만큼 인상하지 못할 경우 이번 지소미아 종료와 맞물려 한국에 군사력을 제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닉시 연구원도 지소미아 종료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결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닉시 연구원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다른 문제들에서 대미 협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한미연합훈련 비용을 문제 삼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가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다른 부분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을 향해 부정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2016년 7월 한일 양국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화해와 치유' 재단을 설립한다는 협정을 체결할 당시 미국이 중개했다고 밝히며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 합의 파기와 이후 행동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맞선 셈”이라고 주장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에 미군을 배치할 필요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가 이런 인식 때문에 촉발된 것”이라며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이런 직감을 따를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또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또한 오랫동안 한·미·일 동맹을 깨려고 노력했던 김정은과 중국 정부를 즐겁게 만든, 한국 정부의 큰 실수”라고 주장했다.

    美전문가들 “미국과 일본 더 가까워질 것”

    고스 국장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로 보수적인 지도자가 이끄는 미국과 일본은 앞으로 더 가까워질 것”이라며 “한국이 앞으로 미국·일본과 관계 회복을 시도할지, 당분간 이들을 멀리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스 국장은 “한일관계가 악화된 근본 원인은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북관계에 진전이 없으면서 남북관계 진전도 중단됐고, 이는 북한과 관계개선을 핵심 정책으로 삼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입지를 좁혀 결국 일본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스 국장은 “결과적으로 한일, 한·미·일, 미북관계가 모두 여러 조각의 퍼즐로 나뉘어 있어 향후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