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으로 감형받은 사례 있어"… 법조계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게 써야"
  • ▲ 서울 신림동 주택가에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명 ‘신림동 CCTV 강간미수범’이 일주일에 한번꼴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윤 기자
    ▲ 서울 신림동 주택가에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명 ‘신림동 CCTV 강간미수범’이 일주일에 한번꼴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윤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에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명 ‘신림동 CCTV 강간미수범’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의 반성문은 실제로 양형에 영향을 줄까. 준다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재판부를 움직일 만큼 ‘잘 쓴’ 반성문은 어떤 것일까. 법조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31형사부(김연학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오후 2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일명 ‘신림동 CCTV 강간미수남’ 30대 조모 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조씨는 지난 5월29일 신림동의 한 주택가에서 집으로 들어가려던 여성을 뒤쫓은 혐의를 받는다. 5월30일 경찰에 자수한 조씨는 다음날인 5월31일 기소됐다.

    ‘신림동 강간미수男’ 한 달간 5차례 반성문 제출

    재판부는 조씨가 재판에 넘겨진 뒤 7월9일, 11일, 19일, 24일, 31일 등 7월 한 달에만 다섯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8월에도 7일, 12일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씨의 반성문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적어 내라”고 말했다. 조씨의 반성문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조씨가 반성문을 낸 이유는 최종 선고를 받을 때 감형받기 위해서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피고인이 작성한 반성문 혹은 제3자의 탄원서가 실제 재판 과정에서 감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측은 9월27일 조씨에 대해 구형할 예정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반성문을 많이 썼다는 이유로 감형받은 사례는 적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의 개별적 사정을 감안할 뿐만 아니라, 반성문을 대신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반성문을 통해 감형받으려면 쉽고 진정성 있게 작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한다.

    A지방법원 판사는 “재판부는 반성문이나 어떤 서류든 제출되면 다 읽어보는데, 읽어본 결과 피고인의 입장에서 참작할 사안이 있다면 참작한다”며 “개별적인 피고인 사정이 다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건 반성문을 제출한 뒤 실제로 감형받은 사례도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전혀 반성하고 있지도 않은데 누가 대신 쓴 게 아닌 이상 피고인에게 ‘구체적으로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라’고는 말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B변호사도 “판사 재량이 있기 때문에 판사마다 반성문을 받아들이는 게 다르고, 경력이 올라갈수록 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반성문보다는 피고인의 전과 , 피해자와 합의했는지, 초범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더 많이 본다”고 전했다.

    이어 “반성문이 실제 받아들여진 경우는 거의 없었고, 특히 피고인을 엄벌해야 할 사항이면 아무리 반성문을 내도 형량을 감경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성했다” 그냥 쓰기보다는… ‘진정성’ 있게 써야

    반성문만으로 감형받는 건 어렵지만,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반성문의 경우 재판부가 참작할 가능성도 있다. B변호사는 “반성문을 작성한다면, 예를 들어 아버지가 어떤 이유로 병환에 있고, 어머니의 직업은 정확히 무엇인지 등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반성한다’고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필작가에게 의뢰해서 반성문을 쓰는 경우도 있으나,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진정성 있게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첫 문장을 읽었을 때 거부감이 없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