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색 수의에 턱수염, 13일 첫 재판 출석…‘포괄일죄’ 적용 놓고 공소시효 공방
  • ▲ 건설업자 윤중천(58)씨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이 13일 자신의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정상윤 기자
    ▲ 건설업자 윤중천(58)씨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이 13일 자신의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정상윤 기자
    건설업자 윤중천(58) 씨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차관의 첫 재판이 13일 열렸다. 지난 6월4일 기소된 지 71일 만이다. 김 전 차관 측은 검찰의 기소는 ‘공소권 남용’이라고 비판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은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전 10시30분 열린 자신의 첫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황토색 반팔 수의 차림에 흰 턱수염을 기른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다.

    김 전 차관 측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을 또 다시 전면 부인했다. 여성에게 성접대를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기억 자체가 흐릿하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7월5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도 “검찰의 기소는 억지 기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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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전 차관 측은 “2013년께부터 윤중천과 성폭행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았고, 2013년 11월, 2014년 12월 두 차례 모두 무혐의를 받았다”면서 “이후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다시 조사를 했고, 법무부 전직 차관이라는 고위직에 있던 김 전 차관은 파렴치한 강간범이라는 비난과 조롱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별수사단을 꾸린 뒤 어떤 혐의로든 처벌하려고 강간 혐의와 별개로 신상털이 식으로 제3자뇌물 수뢰 등으로 기소했다”며 “그러나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집중된 공소사실을 (김 전 차관 등은) 기억도 못하고 검찰의 증거만 봐도 과거 사실에 대한 객관적 물증이 없거나 증거능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김 전 차관 측은 윤씨와 사업가 최모씨에게 향응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뇌물의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의 기소가 ‘공소권 남용’으로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전 차관이 받는 뇌물죄, 제3자뇌물죄, 수뢰 후 부정처사죄 등 혐의를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포괄일죄’는 같은 범행을 반복적으로 한 경우 모든 범행을 하나로 묶어 처벌하는 것이다. 포괄일죄의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행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특가법상 뇌물(1억원 이상) 혐의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재판부가 “피고인 의견도 마찬가지인 것인가”라고 묻자 김 전 차관은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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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검찰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단순뇌물죄, 제3자뇌물죄, 수뢰 후 부정처사죄 등은 포괄일죄로 묶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판례에 따라 기소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찰 측 공소사실 요지, 김 전 차관 측 의견 등을 들은 뒤 이날 오전 11시께 재판을 종료했다. 재판부는 윤중천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을 오는 27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 사업가 최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9월10일 오전 10시다.

    한편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주요 혐의(공소사실)를 크게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2006년 9월~2007년 11월 윤씨의 별장, 역삼동 오피스텔 등에서 6회에 걸쳐 성접대를 받은 점 △2007~08년 윤씨로부터 3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점 △2008년 7월 윤씨가 여성 A씨에게 준 가게 보증금 1억원을 돌려달라고 하자 이에 개입해 윤씨로 하여금 1억원을 포기하게 만든 점 △2012년 4월께 윤씨의 부탁을 받고 사건 진행상황을 알려준 점 △2008∼11년 사업가 최씨로부터 516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점 등이다.

    이밖에 검찰은 김 전 차관이 2000년대 초반 모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 추가 기소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