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수사하면 요직, 여권 수사하면 초토화…"생각 다르면 철저히 배척" 비판 잇달아
  • ▲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체제 하에서 이뤄진 고위·중간 간부급 검사 인사를 두고 편향적이라는 법조계 목소리가 나온다. ⓒ정상윤 기자
    ▲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체제 하에서 이뤄진 고위·중간 간부급 검사 인사를 두고 편향적이라는 법조계 목소리가 나온다. ⓒ정상윤 기자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취임 뒤 이뤄진 고위·중간간부급 검사 인사를 두고 ‘편향성’ 논란이 확산한다. 이전 정부를 겨냥한 이른바 ‘적폐수사’ 담당 검사 등 윤 총장과 함께 일한 수사검사들은 주요 보직에 발탁된 반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같은 현 정권을 수사한 검사 등은 한직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직’으로 쫓겨난 검사 등 수십 명의 ‘줄사표’가 이어지면서 그 자리를 또 다시 ‘친(親)윤석열계’ 검사들이 채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선 60여 명의 검사가 ‘줄사표’를 낸 것은 ‘검찰 역사상 전례가 없다’며 ‘윤석열체제’의 검찰 인사를 ‘패거리인사’ ‘특혜인사’ ‘적폐인사’라고 비판한다.

    법무부는 7월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세 차례 고위·중간간부급 검사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윤 총장 취임(7월25일) 후 불과 9일 만의 일이다.

    7월26일 고위간부급 검사 39명, 7월31일 중간간부급 검사 647명, 8월2일 중간간부급 검사 26명에 대한 인사였다. 세 번째 이뤄진 인사는 사퇴 의사를 표한 검사들의 공석을 메우기 위함이었다. 고위간부급 검사 인사가 발표된 7월26일 이후 일부 검사들이 차례로 사의를 밝혔다.

    적폐수사 검사는 요직, 현 정권 수사 검사는 한직

    검찰 안팎에선 이번 인사 특징으로 ‘적폐수사’를 지휘한 검사들은 요직에, ‘현 정권을 겨눈 수사’를 한 검사들은 한직으로 이동했다고 평가한다.

    요직에 기용된 대표적 사례는 한동훈(46·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다. ‘사법행정권 남용’ 등의 수사를 지휘한 한 차장검사는 검사장급인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송경호(49·29기)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는 특수1부장검사 시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사건 등을 수사했다. 신자용(47·28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국정농단사건을 수사했다. 신봉수(49·29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양승태(70·2기) 전 대법원장 등을 기소했다.

    반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손혜원 의원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수사한 일선검사들은 한직으로 발령났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등을 수사한 주진우(44·31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대구지검 안동지청장, 권순철(50·25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서울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손 의원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김범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은 윤 총장 취임 전 사표를 냈다. 손 의원을 기소한 김영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검사는 대검 수사정보1담당관으로 발령났다.

    '사법농단·삼바 수사' 한동훈·송경호 '영전'… 손혜원 수사 남부지검 '초토화'

    현 정권을 겨냥한 ‘민감한 사안’을 수사한 검사들 중 '검사'로서 '대접'받을 수 있는 자리로 간 유일한 사례라는 평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나마 ‘검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로, 서울고검 검사나 사법연수원 등과 같은 자리로 간 검사보다는 낫다”고 설명했다.
  • ▲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박성원 기자
    ▲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박성원 기자
    '윤석열체제'의 검찰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현정부 우호적' '편향적' '패거리인사'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검찰 역사상 이런 인사는 없었다’는 검찰 출신 인사들의 개탄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 체제에서의 인사를 두고 ‘편가르기인사’라고 단언했다. 그는 "(검찰 역사상) 가장 많은 검사를 나가게 만든 인사로, 현재까지 60여 명의 검사가 사의를 표했다"며 "부장검사 등 간부급 검사 중 60여 명이 나갔다는 건 검찰 공백이자 조직 와해 수준"이라고 평했다. "새 총장이 들어선 뒤 일선검사들이 옷을 벗는 사례가 이번처럼 많았던 적은 없었다"고도 말했다.

    "검찰 역사상 이런 인사는 없었다"… 검찰 출신 변호사의 개탄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대한민국 검찰 역사상 전무후무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중간간부 이상 검사들이 대거 사표를 낸 적은 검찰 역사상 처음이라는 것이다.

    검사 출신의 김모 변호사는 “윤석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함께 일했던 후배 검사들을 이번 인사에서 그대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에 데리고 갔다”면서 “이는 자기 마음에 맞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으로, 순환보직을 해야 하는 검찰 인사에서 역대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패거리 특혜인사”라는 게 김 변호사의 의견이다.

    홍세욱 변호사는 “현정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사의를 표하며 나갔고, 박근혜 정부 시절 적폐수사를 한 검사들은 대거 중용됐다”면서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하라'는 발언과 엇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현 정부를 수사했던 검사들이 물러났어도 그 사건을 수사한 다른 검사들이 아직 남아있을 텐데, 이들을 일정부분 중용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이번 인사를 보면 명백히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철저히 배척한 인사라고 보인다”고 평했다.

    검찰 조직에서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간부급 검사 공백 탓에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의 '패거리·적폐·특혜'인사… 피해는 국민 몫

    검사 출신의 박인환 변호사는 “윤 총장이 내정된 때부터 엊그제까지 70명 가까운 중견 이상 검사들이 사표를 냈다”면서 “전국적으로 1400~1500명 검사 중 15년 이상 중견 검사들은 많아야 300~400명인데 이 중 60여 명이 사표를 냈다는 건 초임검사 60~100명의 사표보다 훨씬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경력 있는 검사들의 사퇴로 수사인력에 공백이 생기고,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총장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19 하반기 검사 인사 대검 전입신고식’에서 “기대했던 보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어떤 보직을 받느냐가 아니라 내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잘 찾아서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