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임명 강행하면, 청문보고서 없는 장관급 16명… 박근혜 정부는 4년 9개월간 10명
  • ▲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박성원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박성원 기자
    청와대가 '청문회 위증' 논란이 불거진 윤석열 검찰총장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윤 후보자의 임명이 강행된다면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총 16명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 4년9개월 동안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는 10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인사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현행 인사청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10일 국회에 윤석열 검찰총장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15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제출 시한은 지난 9일이었다. 그러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사건과 관련해 윤 후보자의 청문회 위증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한 내에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시한 내에 청문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다음날부터 10일 이내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기간 내에도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文정부, 국회 동의 없는 '일방통행' 임명 16명

    결국 청와대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은 윤 후보자의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야당이 윤 후보자의 위증 논란을 들어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만큼 15일까지 청문보고서가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 윤 후보자의 임명절차가 진행된다면 현 정부에서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16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인사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전 공정거래위원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연철 통일부장관, 이미선 헌법재판관 등이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불통 인사'는 임기 3년차임에도 이미 역대 정권 중 '최악' 수준이다. 직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 4년9개월간 국회 동의 없이 임명된 인사는 10명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5년간 17명, 노무현 정부는 3명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앞으로 2년6개월가량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청와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청와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간 15명의 인사를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강행했다"며 "현 정권이 야당 시절 불통이라 비난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7명 기록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년9개월 임기 동안 10명이었다"며 "누가 더 불통인지 통계가 보여준다"며 문 대통령의 '불통 인사'를 비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부실 검증을 막고, 결격사유가 있는 후보자 임명을 견제하기 위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부실 검증을 막기 위한 인사청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제도로는 청문 기간이 너무 짧아 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청문회법 개정해 부실 검증, 결격사유 후보자 임명 제동"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을 받은 뒤 20일 안에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 인사청문 기간을 30일로, 15일인 위원회의 인사청문 기간을 25일로 연장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인사청문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지 못하면 10일 이내 범위에서 청문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청문제도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를 보면 '언제 얘기가 나왔는데 아직도 임명이 안 됐느냐'고 할 정도로 청문 기간이 길다"면서 "한국의 경우 기간이 짧아 세밀한 검증이 어렵고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4월 박영선 장관의 임명과 관련해 "국회에서 명백하게 부적격 인사로 판명되거나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경우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없도록 조속히 법 개정을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헌법이 대통령중심제를 취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또 다른 법조인은 "한국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지만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청문제도 등을 도입한 것"이라며 "관료를 임명하는 데 국회 동의까지 얻게 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