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차 아이돌가수 유노윤호, 그가 여전히 사랑 받는 이유
  • ▲ 가수 전소미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한판스퀘어에서 열린 솔로 데뷔 쇼케이스 행사에서
    ▲ 가수 전소미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한판스퀘어에서 열린 솔로 데뷔 쇼케이스 행사에서 "(아직)완벽하게 준비가 안돼 무대를 선보이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정상윤 기자
    "제가 아직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무대를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오늘도 쇼케이스 끝나면 곧장 연습 하러 갈 거예요."

    가수들의 신곡 무대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쇼케이스(showcase)' 행사에서 당사자가 "준비가 덜 됐다"며 무대를 생략(?)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오후 4시가 임박해오자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에 수많은 기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에서 센터로 활약하다 솔로 가수로 데뷔하는 전소미의 첫 무대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엠넷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가요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전소미는 그동안 '아이오아이' 활동과 각종 예능방송 출연으로 또래 아이돌 스타 중에서 가장 주목 받는 스타가 됐다.

    게다가 최근 JYP엔터테인먼트에서 경쟁사인 YG엔터테인먼트 산하 더블랙레이블로 소속사를 옮기면서 가요계의 더 큰 이목을 끌게 된 상황.

    'JYP가수'에서 'YG가수'로 변신을 꾀한 그녀의 첫 무대가 궁금했다. 당연히 많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판스퀘어 라이브홀을 찾았다.

    그런데 쇼케이스를 연다고 공지를 띄웠던 주최 측은 '황당하게도' 행사 시작 직전에 "오늘 현장에선 신곡 무대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달했다.
  • ▲ 가수 전소미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한판스퀘어에서 열린 솔로 데뷔 쇼케이스에서 포인트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전소미는 이날 쇼케이스에서
    ▲ 가수 전소미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한판스퀘어에서 열린 솔로 데뷔 쇼케이스에서 포인트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전소미는 이날 쇼케이스에서 "(아직)완벽하게 준비가 안돼 무대를 선보이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정상윤 기자
    결국 신곡 퍼포먼스대신 '포토 타임'으로 행사를 시작한 전소미는 뮤직비디오 상영 후 기자들로부터 "왜 신곡 무대를 보여주지 않느냐"는 질문공세에 시달려야했다.

    그는 "아직 연습이 덜 됐다"며 "덜 준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이후에도 똑같은 질문을 수차례나 더 듣는 곤욕을 치렀다.

    준비가 덜 됐다면 왜 쇼케이스를 연다고 공지를 했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냥 기자간담회를 연다고 했으면 됐을 것을, 괜히 신곡 무대를 공개한다고 기자들을 불러 좋고,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공연 자체를 취소해버려 가요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최악의 쇼케이스로 남게 됐다.

    오늘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는 전소미의 말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순간 바로 어제 있었던 유노윤호의 쇼케이스가 생각났다.

    데뷔 16년차. 이젠 조금은 거들먹거려도 될 그런 가수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기자들에게 나타났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란 말을 던지고 무대에 오른 그는 몸이 부서져라 춤을 췄다. 16년간의 내공이 응축된 그의 박력 있는 몸동작에, 리액션에 인색한 취재진 사이에서도 절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 ▲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첫 솔로앨범 '트루 컬러스(True Colors)' 발매 기념 언론 쇼케이스를 열고 타이틀곡 폴로우(Follow)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첫 솔로앨범 '트루 컬러스(True Colors)' 발매 기념 언론 쇼케이스를 열고 타이틀곡 폴로우(Follow)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아무리 방탄소년단이 대세라지만 지금도 일본에선 '한류천왕'으로 통하는 동방신기다. 그 중에서도 '리더'였던 유노윤호가 "떨리는 말로도 다 표현 못할 정도로 떨린다"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란 말을 수없이 되내었다.

    무려 16년 동안 무대 위에서 춤을 춰왔던 그다. 조금은 여유있게 무대를 즐겨도 좋으련만, 유노윤호는 옆에 있는 젊은 댄서들보다 더 격렬하게 춤을 췄다. 꽤나 힘이 들었던지 곡이 끝난 뒤 인터뷰를 위해 오정연이 마이크를 들이미는 순간에도 유노윤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그저 죽기살기로 진정성을 갖고 팬 여러분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런 모습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그런 팬들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데뷔 16년차에도 쇼케이스 공연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동방신기 그리고 유노윤호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유노윤호와 전소미의 대조적인 모습 속에 그들의 미래가 그려지는 건 나만의 착각은 아닐 듯.

    준비가 덜 됐다고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설령 힘에 부치더라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도전하는 유노윤호 같은 사람이야말로 요즘 아이돌 가수들이 본받아야할 진정한 롤모델이 아닐까 싶다.
  • ▲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첫 솔로앨범 '트루 컬러스(True Colors)' 발매 기념 언론 쇼케이스를 열고 타이틀곡 폴로우(Follow)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첫 솔로앨범 '트루 컬러스(True Colors)' 발매 기념 언론 쇼케이스를 열고 타이틀곡 폴로우(Follow)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