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소극장 무대 서는 김범룡, 단식·골프로 건강 유지사업 실패로 40억대 빚더미… 주변 지인들 도움으로 재기
  • ▲ 9년 만에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가수 김범룡. ⓒ정상윤 기자
    ▲ 9년 만에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가수 김범룡. ⓒ정상윤 기자
    "(다음 곡은) 아내"

    "뭘 안해요?"

    "우리 부정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

    '피식' 하고 웃음이 났지만 억지로 참았다. 오늘은 콘서트를 목전에 둔 거물급(?) 가수가 최초로 연습 장면을 공개하는 날이다. 관객은 나 혼자. 어릴 적 TV로만 보던 톱가수의 공연 실황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럼 예비박이 시작되자 키보드와 기타에서 세련된 화음이 흘러나왔다. 짧은 전주가 끝나고 마이크를 움켜쥔 가수의 입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신 울고 있나요. 돌아 앉아서 눈물짓는 당신…."

    기대 이상이었다. '바람 바람 바람'으로 80년대 대중 가요계를 휘어잡았던 그 목소리 그대로였다. 반짝이는 무대 의상이 아닌 잿빛 트레이닝복 차림에 노메이크업 상태였지만 첫 소절부터 세련된 미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합주는 '아투스(ATUS) 릴레이 콘서트'를 앞둔 가수 김범룡(59)의 마지막 연습이었다. 그렇기에 내쉬는 호흡, 노랫말 하나하나에도 전력을 쏟는 듯 했다.

    눈을 감고 마이크를 돌리는 모습은 흡사 가수 정엽의 '맷돌창법'을 연상케했다. 성량이 어찌나 대단한지, 고음 파트에서 마이크와 입 사이가 두 뼘 이상 멀어져도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 ▲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An 리허설 스튜디오' 연습실에서 '아투스(ATUS) 릴레이 콘서트' 연습에 한창인 가수 김범룡과 연주자들. ⓒ정상윤 기자
    ▲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An 리허설 스튜디오' 연습실에서 '아투스(ATUS) 릴레이 콘서트' 연습에 한창인 가수 김범룡과 연주자들. ⓒ정상윤 기자
    2시간 반 동안 실전 같은 연습을 마친 김범룡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 20곡의 레퍼토리를 준비했다는 그는 "보통은 24곡 정도 부르는데 이번엔 좀 줄인 것"이라며 "가수는 체력을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죽는 게 가수로서 최고 영광이죠. 가수라면 목숨을 걸고 하는 자세가 있어야지. 정말 쓰러지면 영광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일단 무대 위에 오르면 죽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이를 위해 '단식'과 '골프'로 몸을 단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목소리가 안 나온 적이 있었어요. 잘못된 사업 투자로 전 재산을 날린 적도 있었고…. 그러다가 안좋은 생각을 하기도 했죠. 너무 힘들어서…. 나중에 단식을 하고 산에도 오르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몸이 회복됐어요. 그래서 지금도 그런 좋은 습관들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범룡은 평균 에버리지가 80타 이내일 정도로 수준급 골프 실력을 자랑한다. 지난해엔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참여한 모 골프대회에서 팀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골프광' 진시몬의 사부가 바로 김범룡이다. 주변 지인들을 '골프의 세계'로 인도하는 전도사를 자처해온 그는 얼마 전 아내(크리스 강)에게도 골프 채를 쥐어줬다.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죠. 제가 사업에 실패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에도 제 옆에서 걱정말라고 힘내라고 끊임없이 위로해줬어요. 그 말 한 마디가 절 살려낸 거죠. 평생 자기를 위해 돈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당신 자신을 위해 시간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골프 연습도 계속 시키고 있는데 나중엔 같이 라운드도 돌고 그래야죠."
  • ▲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An 리허설 스튜디오' 연습실에서 '아투스(ATUS) 릴레이 콘서트' 연습에 한창인 가수 김범룡과 연주자들. ⓒ정상윤 기자
    ▲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An 리허설 스튜디오' 연습실에서 '아투스(ATUS) 릴레이 콘서트' 연습에 한창인 가수 김범룡과 연주자들. ⓒ정상윤 기자
    한창 골프 예찬론을 펼치던 그는 대화의 주제가 '목소리'로 넘어가자, "최근에 깨달은 게 있다"며 자신의 목소리가 여전히 전성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을 공개했다.

    "작년에 어떤 팬이 저보고 혹시 변성기를 거쳤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돌이켜보니 제가 변성기를 안 거친 것 같더라고요. 지금도 옐로우 보이스인데, 젊은 시절엔 더했거든요. 마이클 잭슨도 변성기가 없었잖아요? 아마도 타고난 게 있는 모양이에요. 먹고 살라고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범룡이 밝힌 '건강 관리'의 마지막 비결은 '웃음'이었다. 힘들수록 더 많이 웃고 여유를 가지면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게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얘기다.

    "전 항상 웃어요. 억지로 웃는 건 아니고요. 마음 상태가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전재산이 날아갔던 사람이에요. 한때 빚이 40억에 달한 적도 있어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죠. 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제가 여유를 갖고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계속 격려해줬어요. 남자는 '프렌드쉽'으로 사는 거예요. 넘어져도 나를 믿어주는 친구가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거죠."
  • ▲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An 리허설 스튜디오' 연습실에서 '아투스(ATUS) 릴레이 콘서트' 연습에 한창인 가수 김범룡과 연주자들. ⓒ정상윤 기자
    ▲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An 리허설 스튜디오' 연습실에서 '아투스(ATUS) 릴레이 콘서트' 연습에 한창인 가수 김범룡과 연주자들. ⓒ정상윤 기자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는 그는 "운동만큼 웃음도 중요하다"며 "웃고 사는 게 결국 행복"이라는 나름의 지론을 펼쳤다.

    "돈은 그냥 먹고 살만큼만 벌면 돼요. 저는 웃으면서 우울증을 극복했거든요. 전 남들이 불행해지는 걸 원치 않아요.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웃어요. 그런 좋은 기운이 전파될 수 있도록…"

    지난해 신곡 '아내'와 '나는 로마로 간다'를 발표하며 가수 활동을 재개한 김범룡은 이번 콘서트를 시발로 팬들과 조우할 수 있는 공연 무대를 자주 가질 예정이다. 지난 18일 KBS 1TV '가요무대'에 모처럼 출연해 팬들의 박수 갈채를 받은 그는 오는 31일엔 KBS 1TV '열린음악회'에도 출연, '나는 로마로 간다'를 열창할 예정이다.

    이 노래는 '개마고원을 넘어 이세상 끝을 돌아 로마까지 가고 싶다'는 김범룡 자신의 바람을 담은 곡이다. 40년 지기 친구들과 함께 이 노래를 작업한 그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애착이 가는 노래"라며 "이번 콘서트에서도 이 곡을 엔딩곡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김범룡의 히트곡과 애창곡을 모두 접할 수 있는 이번 공연은 오는 4월 5일(오후 8시)과 6일(오후 6시) 광화문 아트홀에서 열린다.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