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9%… 지지율 바닥 친 날, 직접 수사 지시… 野 "황교안 정조준" 벌써 역풍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을 직접 언급하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는 등 사정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면서 정국이 요동쳤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사정의 칼날을 꺼내든 18일은 국정지지도가 44.9%로 3주 연속 하락하며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날이어서,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등 잇따른 악재로 인한 정권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지로 분석됐다. 정치적 수(手)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세 사건 모두 권력형 범죄 의혹인 데다, 김학의 사건의 경우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대표를 정조준했다"며 반발해 수사에 성과가 없을 경우 거센 역풍도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18일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으로부터 세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뒤 "검·경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세 사건 모두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 '검찰과 경찰의 고의적 부실수사와 비호·은폐 정황'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다. 

    '김학의 수사', 황교안-곽상도 겨냥?

    이 가운데 '김학의 사건'의 경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3년 당시 법무부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한국당의 황 대표와 곽상도 의원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이번 사건 수사 지시가 황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황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고, 황 대표 역시 이날 경남 통영 4·3보궐선거 지원 현장에서 "(제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수사를 아무 데다가 막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게 바로 권한남용이고, 그것을 하라고 (지시)하는 자체도 권한남용"이라며 "왜곡·편파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나경원 "순방 후 일성이 '야당 대표 죽이기' 지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핵 위기가 가시화되고 민생은 파탄나고 있는데 동남아 순방 다녀온 뒤 일성이 '야당 대표 죽이기'로 가는 수사 지시라니 국민이 아연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청와대가 공소시효가 지나서 마무리된 사건을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들춰내면서 국가분열을 획책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날 곽 의원은 "대통령 친일 논란, 딸의 동남아 이주문제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한 이후부터 여러 군데에서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청와대가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의혹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고 지나간 사건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한국당의 반발에도 정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박상기 장관, 긴급 브리핑 통해 靑 지시 화답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19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김학의 사건'과 '장자연 사건'은 물론, 최근 불거진 '버닝썬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경찰청을 소속 청으로 둔 행안부장관으로서 경찰로 하여금 사건의 진실 규명과 함께 유착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 어떠한 사태가 닥쳐올지 모른다는 비상한 각오로 수사에 임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총경 외에 약 4명의 경찰관이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전체 광역수사대와 지능범죄수사대·사이버수사대 정예요원 137명을 동원해 수사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수사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주 1회 수사상황을 반드시 브리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법무부는 이들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자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건의한 대로 활동기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며 "드러나는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수사로 전환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의 경우 적용 가능한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대부분 지나 수사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 발생한 '장자연 사건'의 경우 형법상 강요(7년), 강제추행(10년), 성매매알선처벌법상 성매매알선(10년) 등 적용할 수 있는 범죄 혐의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고, '김학의 사건' 역시 건설업자에게 받은 성접대를 형법상 알선수뢰에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가 5년이다.

    다만, '김학의 사건'은 특수강간죄를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가 15년이어서 수사가 가능하지만, 증거와 피해여성 진술 등을 새로 확보해야 하는 점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