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실형 땐 환영하더니… 구미에 안맞으면 적폐로 몰아" 野 "이게 바로 독재"
  •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공준표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더불어민주당은 "사법 농단 연루 법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여당이 대한민국 사법부에 '정면승부'를 예고한 것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사법농단 실체가 드러나자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고있는 양승태 적폐 사단이 조직적 저항을 벌이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지금 우리는 개혁을 완수할 것이냐, 아니면 적폐를 그대로 방치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어제(30일) 김 지사의 1심 판결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여당이 사법부보다 우위?

    그러면서 "양승태 적폐 사단이 벌이고있는 재판 농단을 빌미 삼아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고, 나아가 온 국민이 촛불로 이뤄낸 탄핵 부정하고 대선 결과를 부정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며 "문재인 정부는 헌법 1조 2항에 의해 국민이 만들어낸 정부"라고 강조했다. 행정부가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음을 강조하고, 입법부 차원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경수 지사의 구속은 양승태의 구속에 대한 반격으로 보인다"며 "현직 경남도지사를 법정구속한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고 밝혔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양승태 사법농단 관여 법관이 200명이다. 그 중 누구 하나 판결을 하기에 마땅하거나 정당성이 있지 않다"며 "성창호 판사 같은 경우도 만만치 않다. 국민이 용납할 수 있는 재판관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다.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나경원 "與 선전포고에 대한민국 민주주의·헌법 실종"

    반면 야당은 사법부의 판결에 불복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맹비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부가 이미 특정 정치 편향을 띄고 있는데 이제 사법부를 정부여당이 '주머니 안에 공깃돌로 만들겠다' 이런 선전포고를 했다고 보여진다"며 "도대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헌법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민주당이 이러한 의도를 노골화할 경우 온 국민과 함께 싸울 수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법부 판단을 두고 여당이 법관을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자신들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다 적폐라고 하는데, 민주당의 논리면 입법부ㆍ사법부ㆍ행정부 모두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채워서 독점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독재"라고 일갈했다.

    김관영 "같은 입법부 일원으로서 매우 유감"

    바른미래당도 민주당의 대응과 관련해 "삼권분립과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하는 심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대표는 원내정책회의에서 "다른 곳도 아니고,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에서 사법부를 흔들고 판결을 부정하려는 발언을 일삼는 것은 저도 같은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매우 유감"이라며 "민주당은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에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대책위원회'를 꾸려 사법농단 세력의 인적 청산(법관 탄핵)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김 지사 1심 재판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세력의 보복성 재판'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유죄 판결을 내린 성 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는 게 이유다. 위원장인 박주민 최고위원은 기존에 추진해왔던 법관 탄핵에 더욱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창호 판사 바라보는 민주당의 '이중잣대'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는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부장판사가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공천 개입 1심 재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했을 때 민주당은 "지극히 예상 가능한 결정"이라며 환영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에 대한 민주당의 안하무인 이중잣대가 바로 신적폐"라며 "민주당과 청와대 등 집권세력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8,840만건의 방대하고 광범위한 댓글 조작 여론 왜곡 행위를 인정하고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른바 양승태 키즈라는 딱지 붙이기와 사법 적폐의 역습이라는 음모론은 한마디로 여당 의원들이 선동하는 법치의 부정"이라며 "최순실과 김기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판결에선 정의로웠던 판사가 민주당 소속 김경수 지사를 구속하자 양승태의 사람이 되고 사법 적폐가 되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