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계의 '금기어' 정면 거론… "文에 도전장" "2년차 정권 레임덕" "탈당 수순" 해석 분분
  •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취업 의혹을 겨냥 "법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급기야 여당 내 비문(非 문재인)계에 대한 일종의 메시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위터 계정주 의혹을 받는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의 변호인도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이 허위사실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려면 준용씨 문제부터 먼저 사실인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지사는 24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기에 앞서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저나 제 아내는 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라고 확신한다"면서도 "(그 의혹을 언급한)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이 지사가  현 정권에 대한 '도전장'을 던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자수성가형'으로 성장해 민주당에 특별한 부채 의식이 없고, 그동안 친문 세력과 대립해온 이 지사가 당 내부 분열을 기회 삼아 정치적으로 현 정부와 정면 대결할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 지사는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말로만 단순히 부인하기보다는, 경찰 간부들의 '함바 비리'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하며 '혜경궁 김씨' 계정주가 아내라고 결론지은 경찰을 향해 역공을 펼치고 있다.

    홍준표 "막장 드라마 보는 듯… 文정권 내분 신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 지사의 언급에 대해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라며 "문재인 정권도 내분으로 박근혜 정권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는 신호로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 지사가 아들 문제를 언급한 것은 반문(반문재인) 야당 선언"이라며 "이 지사는 탈당할 준비가 끝났다"고 해석했다. 최근 '안·이·박'으로 회자되는 여권 내 비문계 대권 주자 '숙청설'이 주목을 받으면서, 코너로 몰린 이 지사가 결국 탈당 카드를 승부수로 띄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지사 관련 논란 확산 저지에 부심하던 민주당 지도부는 더욱 난처해졌다. 친문계가 주류인 당 지도부는 그동안 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을 근거 없는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며 강경하게 대응해 왔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이 지사의 문준용씨 의혹 거론에 대해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문제 제기를 했다면 정말 그 의도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울러 친문계 이철희 의원은 전날 JTBC <썰전>에 출연해 "이 지사가 본인 스스로 '친문-비문' 갈등 구조의 프레임을 일부러 쓰는 것 같다"며 "이 지사가 억울하더라도 지금쯤이면 자진 탈당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뉴데일리 DB
    ▲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뉴데일리 DB

    친문계 "이재명 억울하더라도 자진탈당이 맞다"

    반면 '비문계 대표주자'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당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때마침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일찍부터 '레임덕은 세월이다. 대통령 형식적 임기는 5년이지만 실질적 임기는 2년이다.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이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고 했다"며 "지금 민주당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이러한 현상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권 집권 2년 차인 현재부터 일찌감치 '레임덕'을 거론하면서, 호남의 기반으로 한 비문계가 현 정권 '이·영·자' 지지율 하락세의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지원 의원이 속한 평화당의 정동영 대표는, 과거 친노계 인사였다가 참여정부 지지율 하락세로 인해 '비노계 대권주자'로 탈바꿈해 당시 친노 주자였던 이해찬 대표를 경선에서 누르고 대선을 치른 바 있다.

    박지원 "대통령 실질적 임기는 2년… 이제 레임덕 시작"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선 이 지사를 제명하라는 요구가 또다시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일부 권리·책임 당원 등 30명은 24일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재명을 가만히 두고 자유한국당을 욕할 수 있겠느냐. 제명하라"고 했다.

    한편 이 지사 측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26일 CBS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일부 탈당 요구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성공을 위해 열심히 앞에서 선봉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의견들이 사실은 더 많다"면서 "설사 경찰이 기소를 할 경우라도 이 지사는 탈당할 의사가 없다"고 논란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