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장 시찰 때 수첩 꺼내 메모하는 모습 포착... '애민 이미지' 강화 분석
  • ▲ 김정은을 대동해 강원도 원산 송도원종합식료공장을 현지시찰 중인 리설주(붉은 원)가 수첩을 들고 있다.
    ▲ 김정은을 대동해 강원도 원산 송도원종합식료공장을 현지시찰 중인 리설주(붉은 원)가 수첩을 들고 있다.

    리설주가 김정은의 지방시찰 현장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공손한 자세로, 무언가를 열심히 적기도 한다.    

    무슨 상황일까.  

    김정은은 최근 '애민정치'를 부각시키는 차원에서 지방시찰에 열심이다. 노동신문 26일자는 김정은의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수첩을 들고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 있는 리설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여러장 실었다. 각각 2개 면에 걸쳐 실린 강원도 '송도원종합식료공장'과 '원산영예군인가방공장' 시찰 장면이다. 

    사진 속에서 리설주는 흰색의 업무용 가운을 걸치고, 다른 수행원들과 같이 공손한 자세로 수첩을 들고 있다. 무언가에 골몰하듯 고개도 숙였다. 메모하는 자세는 진지하다. 대내외 공식 행사에서 김정은의 팔짱을 끼고 생기발랄하게 현장을 동행하던 리설주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고 지도자가 현지 시찰을 할 때, 현장의 '수행일꾼'들은 무조건 수첩을 든다. 지도자의 지시를  빠짐없이 메모하는 게 관례다. 강박에 가까운 모습들을 보면서 북한 주민들은 '적자생존(적어야 산다)'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최고 권력, 그리고 그 옆에서 기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퍼스트레이디가 수행일꾼들과 같은 위치에서 '적자생존'의 모습을 보이는 건 물론 이례적이다. 

  • ▲ 원산영예군인가방공장을 현지시찰하는 김정은과 수행원들, 이설주가 김정은의 뒤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붉은 원)
    ▲ 원산영예군인가방공장을 현지시찰하는 김정은과 수행원들, 이설주가 김정은의 뒤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붉은 원)

    이미지 정치? 김여정의 입김?

    유력한 분석은 리설주가 김정은의 '이미지 정치'에 동원됐다는 것이다. 생활용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진지하게 생산 공정을 관찰하고 최고 지도자의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을 통해 김정은 부부의 '애민'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은 "김정은이 어린 마누라까지 이미지 정치에 끌어들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유에 대한 분석은 조금 많이 나아간다. 이 원장은 "그만큼 김정은의 권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볼수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과거 김일성이 후처인 김성애를 공식석상에 대동하고 다니면서 부부동반 정치를 했었다"면서 "현재 김정은은 어린 처까지 정치에 끌어들여야 할 만큼 권력기반이 빈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김여정의 입김으로 리설주의 지위가 낮아진 것 아니냐"는 제법 '구체적' 분석까지 내놓는다. 

    어느 쪽이든, 최근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애민정치를 펴면서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국내 여론과는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리설주가 노트를 들고 '적자생존'에 나선 '원산영예군인가방공장'은 전국 초중고 학생들의 교복과 가방, 노트와 각종 학용품을 생산하는 민간경제분야의 공장이다. '영예군인'은 남한의 '상이군인'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