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워크숍서 저녁식사로 제공한 도시락, 시중가 9만원 주장에… "대통령 행사 아무데서나 주문할 수 없는 시스템 문제"
  • ▲ 지난달 30일 장·차관 워크숍 현장. 참석자마다 책상위에 도시락이 놓여있다. ⓒ뉴시스 DB
    ▲ 지난달 30일 장·차관 워크숍 현장. 참석자마다 책상위에 도시락이 놓여있다. ⓒ뉴시스 DB


    청와대가 지난달 30일 장·차관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저녁식사용으로 준비한 도시락이 9만원대의 유명 호텔 도시락이라는 의혹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제기됐다.

    청와대는 "유명 호텔에서 만든 도시락은 맞다"면서도 '청와대 행사'라는 광고효과 등을 이유로 시중가의 50~60% 사이에서 계약,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장관 및 차관을 불러 국정 철학과 주요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2시부터 시작해 6시간 가량 마라톤 행사가 이어지자, 청와대에서는 저녁식사 시간을 기해 도시락을 제공했다. 자리에 모인 장·차관은 저녁식사를 겸하면서 토론에 임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청와대에서 제공한 도시락 사진을 보고는 '황제 도시락'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행사 등장한 서울의 한 호텔에서 9만 6천 800원에 파는 도시락과 이날 행사에 등장한 도시락이 똑같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어 네티즌들은 '평창 동계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에 제공되는 도시락과 해당 도시락을 비교하는 사진도 속속 올렸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황제같은 도시락을 먹는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이는 앞서 청와대가 집권 직후 친서민 행보에 집중하면서 중소기업 제품을 선택한것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7일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모은 '기업인들과의 호프미팅'에서는 중소기업 제품 맥주인 '강서 마일드 에일'을 마시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명 호텔 도시락이 공개된 것이다.


  • ▲ 인터넷을 중심으로 공유되고 있는 웨스틴 조선호텔의 도시락 메뉴 사진. 시중 가격이 9만원대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DB
    ▲ 인터넷을 중심으로 공유되고 있는 웨스틴 조선호텔의 도시락 메뉴 사진. 시중 가격이 9만원대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DB


    청와대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9만원짜리 도시락이라는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비록 유명 호텔과 계약한 것은 맞지만, 장기계약 및 광고 효과 등을 빌미로 단가를 낮출 수 있어 실제 지불 금액은 낮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사전에 시중 몇몇 업체와 약정을 하고 진행한다"며 "이들 업체도 '청와대 행사'라는 광고효과 등을 고려, 시중가격의 50~60% 사이에서 계약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가를 맞춰야 하는데) 품질 검사도 해야하고 예산도 한정이 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는 소비자가를 기준으로 7만원대, 9만원대, 12만원대 등의 도시락을 들여오면서 도시락값을 깎았고, 특히 200~300명급 대규모 행사는 별도 할인율도 적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는 대통령이 먹는 음식인만큼 신경써서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하는 행사인데 그걸 어떻게 아무데서나 할 수 있겠느냐"며 "검수를 받고 독극물 검사도 해야하는 등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문제"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동네에서 시켜먹는게 더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며 "서민과 소통한다는 취지로 시켰다가 식중독에 감염이라도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과거 DJ정부에서도 신라호텔, 참여정부·MB정부에서는 롯데호텔 등에서 계속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이 드시는 식단의 비용을 언론에 공개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