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공화국 가는 시대 교체의 기반 놓아주시라" 개헌론 解禁 넘어 주도 촉구
  •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사진)은 1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개헌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호소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사진)은 1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개헌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호소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개헌 논의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청와대가 김재원 정무수석의 입을 빌려 개헌론에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집권여당 내의 대표적인 개헌파 중진 의원이 개헌 논의에 대한 해금(解禁) 이상을 촉구한 것으로 읽혀져 청와대의 다음 수순이 주목된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5선·경기 여주양평)은 14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제 문제나 여러 가지가 (개헌 논의가 촉발되면) '블랙홀'이 된다고 대통령이 걱정했는데,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렇다고 해서 경제가 산 것도 아니잖느냐"며 "오히려 극단적인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허용하는 잘못된 정치체제 때문에 지금 아무 것도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께서 과감히 6공화국에서 7공화국 시대를 여는, 시대 교체의 기반을 놓는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사실상의 임기 1년 남짓을 남겨둔 대통령의 '업적 사업'으로서라도 개헌론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개정의 절차를 규정한 현행 헌법 제128조 1항에 따르면, 개헌안은 재적 과반수의 국회의원 또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현행 제6공화국 헌법에서 제7공화국으로 가는 '시대 교체의 기반을 놓아달라'는 정병국 의원의 주문은, 단순히 개헌론을 해금하는 것을 넘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해달라는 요청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개헌모임에 참여한 의원이 개헌선인 200인에 육박한다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지지하는 그룹(천정배·정병국·김종인·정진석·정동영 등)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대통령직선 내각제)를 지지하는 그룹(김무성·이주영·박주선·김부겸·정종섭 등) △대통령중심 4년중임제를 지지하는 그룹(심재철·추미애·유승민·이정현 등) 등으로 사분오열돼 있어 막상 개헌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통치구조에 대한 단일한 안을 도출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만약 통치구조를 벗어나 '기본권'론에 대한 논쟁까지 번지게 되면, 개헌특위가 구성되더라도 논의가 산(山)으로 가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반면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은 현행 헌법 제128조 2항에 따라, 개헌이 되더라도 중임도, 이원집정부 하에서 행정부 수반이 아닌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도 다시 할 수 없다. 이원집정부제나 4년 중임제 개헌안을 발의할 유인이 거의 없는 셈이다.

    국회와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이 헌법이론상으로는 가장 우월한 정치체제인 내각제 개헌의 최대 걸림돌으로 간주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내각제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최대 업적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병국 의원은 "현재의 사회적 갈등과 국가적인 문제들은 잘못된 87년 체제, 제왕적 대통령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며 "의원내각제로 개헌해 집단적 리더십에 의해서 운영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자신의 복안을 밝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했다.

    아울러 "19대 국회 때는 논의가 있었지만 개헌특위조차도 열지 못하고 무산됐는데, 이제는 충분히 무르익었다"며 "개헌을 정략적인 차원이 아닌, 시대정신으로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을 갖고 있고 추진력도 있는 내가 (개헌특위 위원장을)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이라고, 지난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말한대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개헌특위 위원장을 맡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이날 정병국 의원은 국회 개헌특위 개설시 개헌으로 가는 구체적인 타임테이블까지 제시함으로써 '준비된 개헌특위 위원장'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사진)은 1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개헌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호소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사진)은 1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개헌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호소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병국 의원은 "올해 안으로 개헌특위가 마련되면 그동안 논의는 충분히 됐기 때문에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때 같이 국민투표에 부치면 가능하다"며 "만에 하나 이것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개헌을 대통령 공약으로 해서 다음 당선되는 대통령이 개헌을 전제로 임기를 (2020년 4·15 총선 때까지로) 단축하는 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은 임기 말마다 내각제 개헌 카드를 예외없이 꺼내들곤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0년 민주당 김영삼 총재, 공화당 김종필 총재와의 3당 합당을 통해 임기 말인 1991년을 전후해서 내각제로 개헌하려 시도했었다.

    내각제 약속을 뒤엎고 대통령이 된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임기 5년차가 되자 뒤늦게 내각제 개헌 쪽으로 마음이 동했다. 김종필 전 총리는 〈증언록〉에서 97년 5월 당시 청와대 측으로부터 "김영삼 대통령이 95년 탈당하는 총재(JP)를 붙들지 못한걸 몹시 안타까워한다"며 "지금이라도 내각제 개헌을 추진해 총재님과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연락이 있었다고 밝혔다.

    JP와의 내각제 약속을 파기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해에 항상 개헌론을 제안하고, 또 들고 나왔지만 극심한 '레임덕'으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콘크리트 지지층' 덕분인지 레임덕 현상은 역대 대통령들보다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그렇다고 '퇴임 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내각제 개헌의 유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병국 의원이 우회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시대 교체의 기반을 놓아달라"며 개헌안 발의를 주문한 것은, 이와 같은 정치적 구도를 읽어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읽어내고 그 속내를 의심하게 된 야권 일각의 반발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나도 개헌론자이고 국민의당에도 많은 분들이 개헌에 찬성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왜 지금 이 판국에 개헌 논의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친박(親朴)의 집권이 어려워지니 이원집정부제를 제시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대통령으로, 친박 인사를 총리로 삼는 것을 계산하는지 모른다"며 "개헌론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비판했다.

    개헌을 하려면 국민투표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야권 일각의 '의심'이 야권 지지 성향의 국민들 사이로 파고드는 것을 차단하는 게 선결 과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병국 의원은 "오히려 지금 여당 내에서도 소위 말하는 주류(친박)가 반대를 한 셈"이라며 "지금 (개헌모임에) 참여한 198명 의원들 중에는 야당 의원들이 더 많기 때문에 이것을 정략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여야 없이 의원 198명이 서명을 했다"고 강조하며 "여기에 대해서 (의도를 의심하는) 문제제기를 한다고 하면 그것은 (오히려 그 문제제기가 정략적이라고밖에는) 달리 볼 수가 없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