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재만으로 북한은 멸망하지 않는다

    마중가(중국 전문가)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사흐라이는 1991년~1992년 러시아 정부 부주석이였고 그후에 많은 중요한 직책을 거쳐 지금은 국립 모스크바 대학 부총장이다. 최근(2014년) 그는 소련 해체기간에 자기가 겪은 경력과 또 그 시절 소련 최고 직위에 있던 인사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기초로 소련 해체의 원인을 분석한 방대한 분량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내용은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읽어 내려가기조차 지루할 정도다. 그러나 요점이 있다. 즉 소련 해체의 원인은 경제적 원인도 아니고 자유의 바람의 영향도 아니며 군사력을 중심으로 하는 국력의 열세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제기한 소련 해체 원인중에 가장 중요한 원인은 러시아의 이른바 약 10만 명 좌우의 境界가 모호하고 定義조차 내리기 힘든 <模糊集團(모호집단:Fuzzy group)>의 존재로서 그들의 向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삼차 북한정권의 비핵화를 재촉하면서 국제 정세에 역류하면 自滅한다고 경고하였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북한은 2~3년 내에 멸망한다고 했다. 그가 제기한 이유는 피폐일로의 북한 경제가 설상가상으로 제재까지 겹쳐져서 경제적으로 파탄될 것이고 김정은 정권은 정통성 부재로 지극히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대통령이나 월터는 한 정권의 붕괴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일당독재 공산당국가인 중국을 보라, 어디 무너질 기미가 보이는가? 사실 1976년 9 월 모택동이 죽은 후의 중국을 보면 그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이 충분히 보였었지 않는가? 그러나 결국에는 살아났고 지금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잖은가? 지금의 북한정권도 외계에서 볼 때 거의 존재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저렇게 멀쩡하게 생존하고 있지 않은가?
     
    일당독재의 사회주의 국가이므로 그 나라의 경제가 반드시 피폐되라는 법은 없다. 1928-1940년 소련 경제의 年 증가속도는 5.8%였고 미국은 4.8%이었다. 1950년 소련은 공업화를 완성했고 그 해부터 1975년까지의 경제 年 증가 속도는 4.8%였고 미국은 3.3%였다. 당시 동구도 서구보다 빨랐다. 그 이후 소련이 미국보다 점점 떨어졌지만 여전히 1.9% 좌우의 속도가 있었다. 그 외에 소련의 우주기술은 미국에 뒤떨어지지 않았으며 핵기술이나 무기기술도 거의 미국과 대등하였다.
     
    우리 대한민국 애국파들은 지금의 대북한 제재가 북한의 비핵화에 그치지 않고 북한정권의 멸망에 이르기를 희망한다. 지금 조성된 국제적인 대북제재 환경은 千載一遇의 기회로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만약 북한이 망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핵화만 이루고 제재가 풀리는 날엔 우리는 두고 두고 후회할 것이다. 샤프의 전임이었던 버웰 벨은 샤프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벨은 중국의 작용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는데 세계 超대국에 속하는 중국정부가 한반도 현상유지 정책을 펴는 이상 북한의 변화는 쉽지 않다고 단언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북한 정권이 멸망하기란 매우 힘들다는 말이다.
     
    대북 심리전이니 한류의 북한 유입이니 탈북자의 증가니 하는 것으로서 북한 정권을 멸망시킨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여기서 장개석의 명언이 생각난다. 항일전쟁 시기 장개석은 하루 빨리 공산당을 일거에 멸망시킨 후에 일본과 싸우자고 하면서 이른바 <일본은 피부병이고 중공은 심장병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에 대해서 대북 심리전은 북한에 피부병을 안겨 줄 수는 있어도 북한 정권에 치명적인 심장병은 안겨주지 못한다.
     
    일부 논자들은 최근 북한 정권 유지의 두 핵심 축인 ‘외부정보 차단’과 ‘검열, 감시, 통제를 통한 공포정치’ 가운데 정보의 벽이 빠르게 허물어지는 게 북한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해왔다. 여기 소련에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즉 미국 언론집단의 주관하에 1991년 5월 소련의 유럽부분에서 여론조사를 한 결과 10%는 구소련이 좋다고 했고 36%는 민주가 많은 사회주의가 좋다고 했고 23%는 스웨덴식 사회주의가 좋다고 했고 17%만이 자유시장의 자본주의를 선택했다. 이 결과를 보면 대부분 소련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좋다고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 그런데 왜 소련은 해체되고 지금은 자본주의가 되었는가? 그 원인은 정권의 향배나 이데올로기의 선택이 극소수의 상층집단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태도는 위에서 말한 보통 소련사람들과 달랐다. 그들 중에는 9.6%만 공산주의를 찬성했다. 12.3%는 민주적 사회주의, 76.7%는 자본주의를 선택했다. 이 상층계층과 아까 말한 보통 소련사람들과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가? 사흐라이는 이렇게 자본주의를 선택한 사람은 약 10만 명 좌우인데 그 때 러시아 인구가 1억4800만(1991년)이었으므로 10만 명은 인구의 0.1%도 못되는 숫자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10만 명의 구성을 보면 최고 권력층 및 그 동안 富를 축척한 신진 갑부, 마피아, 일부 도시 지식계층, 그리고 형형색색의 이익집단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그들은 일종의 <模糊集團(Fuzzy group)>을 형성하여 국가의 향배를 결정하였다는 것이다.
     
    이 모호집단은 매우 실용주의적이고 매우 물질주의적이며 이데올로기에서의 입장이 모호하였다. 그들은 입으로는 정부의 슬러건을 중복했으나 마음속으로는 믿지 않았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특권과 사리사욕이었다. 그들에게 옛 소련으로의 회귀는 불가능하였다. 왜냐면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특권과 이익은 제한을 받을 것이며 더욱이 자신들의 부와 특권을 자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고 오로지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부와 특권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만이 그들에게 무한한 전도를 약속해줄 수 있고 세계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 탈북한 고위층의 증언에 의하면 지금 북한에는 약 2000여 명의 위에 말한 모호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 동안 각부처에 예속된 <무역과>의 책임자들은 소정의 충성의 외화를 당중앙에 헌납한 후 나머지 재산을 자기소유로 할 수 있었으므로 지금 북한에는 초대형 갑부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들은 수억짜리 외제 차를 몇대씩 갖고 있으며 초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장마당에서 중국과 밀무역으로 부자가 된 사람도 많다. 이들은 떳떳하게 부를 축척하고 대형 갑부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고위 탈북자들의 말을 빌리면 이러한 초대형 갑부는 북한의 최고위 권력층과 밀착되어 있으며 완전히 일체가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약 2000명이 되는 이러한 모호집단은 북한 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의 모호집단으로 하여금 김정은의 경제정책을 懷疑하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김정은에게 반기를 들게 하는 정책이 고안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유엔제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사치품 禁輸와 외회단속 등은 점점 김정은으로 하여금 모호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게 한다. 우리는 유엔의 경제제재라는 보호우산 밑에 안주하면서 북한에 대한 결정적인 타격을 등한시 하면 안된다. 설사 북한이 핵을 포기하여도 일단 멸망하지 않으면 우리들은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