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명인 열전'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 대회인 마스터스에 흥행 비상이 걸렸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허리 부상으로 출전을 끝내 포기한 탓이다.

    충격에 빠진 골프계 안팎에서는 그의 부재가 대회 흥행에 미칠 영향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당장 '타이거 임팩트'(Tiger Impact)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우즈가 일으킨 '쓰나미'의 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년 4월 둘째 주인 마스터스 위크에 한 해 장사를 다 한다는 오거스타 숙박업계부터 숙박료가 급락하면서 초상집으로 변했다.

    하루 7만원이면 묵을 수 있는 R호텔은 보통 이맘때면 숙박료로 50만원을 받지만 우즈의 불참 소식이 알려지자 요금을 25만원으로 내렸다.

    R호텔뿐만 아니라, 그동안 바가지요금 올리기에 바빴던 여관 대부분의 숙박료가 속속 반 토막 나고 있다.

    우즈의 불참 발표 전 예약을 완료한 여관들도 해약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업계에선 인근 도시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에이컨을 포함한 오거스타 광역시의 호텔 예약률이 예년보다 20%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마스터스 암표상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연습라운드 일일 입장권은 예년 같으면 100만원을 줘도 사기 어려웠지만 우즈가 빠진 올해는 35만원 수준에 매매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중 수는 물론이고 시청률 급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패트릭 리쉬 웹스터대 경제학 교수는 경제전문지 포브스 기고에서 올해 마스터스 최고 시청률 기록을 노리는 주관 방송사 CBS에 우즈가 굿바이 히트를 날렸다며 시청률 부진을 예상했다.

    마스터스의 시청률은 그동안 우즈의 성적과 비례해왔다. 특히 시청률이 가장 높은 마지막 4라운드의 경우 우즈가 우승권에서 경쟁하면 시청률이 예년의 2배 높은 현상을 보인다.

    리쉬 교수는 CBS가 신기록을 세우려면 올해 74세인 잭 니클라우스가 마스터스 개인통산 7승을 달성하는 기적이 필요하다고 썼다.

    조지아주의 유력지인 애틀랜타저널(AJC)도 우즈의 불참이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과 CBS에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포츠 평론가인 제프 슐츠는 "우즈의 불참으로 마스터스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에서 지방의 한 퍼트 토너먼트로 격하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재미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일제히 마스터스의 흥행 부진을 예고하고 나선 것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우즈란 1인자, 그것도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대스타 없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1995년 아마추어로 '꿈의 무대'를 처음 밟은 우즈는 1997년 첫 우승을 이뤄낸 뒤 2001년, 2002년, 2005년 등 4차례 정상에 올랐다.

    불륜 스캔들로 망신을 당해 은퇴설까지 나온 2010년에도 얼굴을 내미는 등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마스터스를 거른 적이 없다.

    100만원을 주고 연습라운드 입장권을 샀다는 한 골프팬은 "이번에 처음 티켓을 샀지만 우즈가 불참을 일찍 발표했다면 오거스타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참사 수준의 흥행 부진이 우려되자 한 지역 언론은 우즈가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대회장에 들러 인사하는 게 도리라며 마스터스 우승자다운 면모를 보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