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에 생각한다
    ‘호국의 별’과 사특한 인간 군상을!


    ‘살아있는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한 치의 땅이라도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화천발전소 탈환 파로호 전승기념식서 토로

    이현오 /객원기자, 칼럼니스트

    사특(邪慝)한 개인이나 무리들은 개개의 사리사욕(私利私慾)이나 치부(致富)를 위해선 국가나 공공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지만 의인(義人)은 대의(大義)를 위해서라면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며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추구하는 행위는 하나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겠지만 그 결과가 주는 과실(果實)은 실로 셈법으로 따질 수 없는 하늘과 땅 차이임을 우리는 안다. 스스로의 희생과 살신성인으로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는가 하면 불의한 탐욕으로 사회 전체에 씻을 수 없는 패악(悖惡)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원자력발전소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으로 인해 원전 가동이 줄지어 멈춰서면서 전력가동률이 심각한 지경에 처하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전력 예비율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월성1호기와 신고리2호기가 멈춰 섰기 때문이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이 사상 처음 80% 이하로 추락했다. 2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통계기관 뉴클레오닉스는 전국에 있는 원전 23기의 올해 1∼4월 발전량이 4천785만MWh로, 이용률은 79%라고 밝혔다. 거기에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에 따라 원전 3기의 추가 가동정지 또는 재가동 연기로 앞으로 이용률은 더 하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니 가히 비상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이은철 위원장)는 지난달 28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3,4호기 원자로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에 대해서는 시험성적표의 일부가 위조된 부품이 사용된 사실도 확인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거기엔 한 개인으로부터 기관 간 조직적 비리가 내재돼 있음이 보도를 통해 양파껍질 벗겨지듯 속속 드러나고 있으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2년 전인 2011년 3월2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지진해일(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해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유발시켰고, 아직도 언제까지 가야 치유되고 끝날지 모를 암담한 상황이 바로 이웃나라 비극으로 계속되고 있는데도 눈앞에 일렁이는 사욕과 탐욕에 집착해 한 치 두 치 뒤에 터질지도 모를 어마어마한 비극은 생각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이기심과 탐욕으로 물든 무지몽매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개인을 떠나 전체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럴 수는 없다’는 생각이 후두부를 강하게 때린다.

    6월은 우리 국민 저마다가 옷깃을 여미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보훈의 달 첫날인 6월1일 강원도 화천(붕어섬)에서는 국가보훈처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최하고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주관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6․25전쟁으로 적의 수중에 떨어졌다가 되찾기를 반복한 화천수력발전소가 1951년 5월 유엔군과 아군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다시 되찾은 ‘화천수력발전소 탈환 파로호 전승’ 기념행사였다.

    이 날 행사에는 백마고지 및 다부동전투 참전용사를 비롯해 한국유격군총연합회 소속 유격대원, 계급도 군번도 없이 오직 침략자 북한괴뢰집단을 물리치겠다는 일념으로 교복차림에 전장에 뛰어든 학도병 출신 참전용사들과 우리 군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 시대 진정한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이 참석해 당시 전쟁 상황을 회고해 모두의 가슴을 뭉클하도록 찡하게 울렸다.

    구순(九旬)이 넘은 연세임에도 권하는 의자에 앉기를 마다하고 꼿꼿이 선 채로 회고 말씀을 전하는 백전노장 백선엽 장군은 60여년 전 전쟁 상황을 마치 엊그제의 사건처럼 생생하게 떠올리며 “원주에서 대구, 부산으로 이어지는 축선은 대한민국의 생명선이었고, 이곳을 지켜야 했다”는 그 때의 화급함과 함께 화천지역 전투를 증언했다.

    그러면서 “당시 북괴군은 동해지역이 중심이었고, 화천지역은 중국의 장개석 군대 휘하에 있었던 전쟁 프로들이었다. 그런 중공군을 우리 군이 맞서 지켜냈으니, 우리 장병들의 노고와 희생, 국민의 노력과 힘으로 이룩한 결과인 것이다”고 돌이키고는 “당시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살아야 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국민소득 2만 달러에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 조상과 국민이 얼마나 위대한가? 대한민국은 영원무궁해야 하며 우리 땅 어느 곳 한 치라도 거저 얻어진 곳이 없다. 대한민국은 거저 된 나라가 아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좌중을 휘어잡아 한순간 붕어섬 행사장이 숙연함으로 가득하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진동했다.

    기념식에 참석해 파로호 전투경과를 설명 들으면서 필자에게 다가온 느낌은 1948년 북한의 예고 없는 5․14단전으로 당시 남한 전력의 30퍼센트를 차지했던 5만4천kw 화천발전소의 중요성이 얼마나 컸을 것이며, 곧이어 6․25전쟁에서 화천발전소를 목표로 전개된 치열한 전투가 어떠했을 것인가는 가히 상상이 가고도 남음이 있었다.

    중공군 3개사단과 아군 6사단이 백암산과 파로호를 중심으로 1주일여에 걸쳐 수차례 빼앗고 빼앗기는 피비린내 나는 공방전(攻防戰)을 전개, 북한군과 중공군을 섬멸해 발전소를 되찾았으니, 이 전투에서 중공군 6만2000여명이 사살되거나 포로로 잡혀 파로호 일대가 피로 물들고 아군의 북진시에는 도로 양옆으로 적군의 시체를 북한강으로 밀어내며 진격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전승 보고를 받은 이승만 대통령이 파로호 현지를 방문해 ‘파로호(破虜湖)’로 명명 친필휘호를 내렸으니, 곧 ‘오랑캐를 무찌른 곳’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당시 1kw의 전력은 생명인 식량과도 같은 것이었다. 5만4천kw의 발전소를 사수하기 위해 장렬하게 산화한 호국의 영웅들, 그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 대한민국은 노(老) 장군의 회고처럼 ‘대한민국 영토 어디 한 곳 거저 얻어진 곳이 없고, 거저 된 나라가 아닌 것’이다. 피와 땀과 눈물이 알알이 배겨진 곳, 대한민국이 영원무궁토록 발전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호국․보훈의 달에 대한민국은 누군가 사특한 무리들의 대의(大義)를 망각한 몹쓸 짓에 의해 전력난이 ‘블랙아웃’에 직면하고 있다. 60여년 전 화천발전소를 지켜낸 구국의 호국 수호신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켜보고 계실까?

    이현오(칼럼니스트 /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