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핵에 대한 한국의 전략 대안

    아프지 않은 경고는 북한의 행동을 고치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춘근     
           
    이글은 필자가 2011년 가을 집필, 2012년 1월 간행 한 [북한의 군사력과 군사전략] 제 4장.북한의 대량파괴무기 제 4 절, 북한핵에 대한 한국의 전략대안 (pp.248-252)] 을 원본으로 삼아 오늘의 상황을 [파란색] 글자로 추가 해 넣어 작성한 글 입니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포동 미사일을 완성하고 대 포동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온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다. 다행이 2009년 4월 5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은 북한이 아직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북한은 이후 2012년 4월과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단행 했고 12월의 발사는 사정거리 10,000-13,000Km 임을 과시했다. 오늘(2013년 2월 12일)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아프지 않은 경고는 북한의 행동을 고치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략이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일이며 북한이 미국까지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 체계를 갖추는 날이 곧 닥쳐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만약 북한의 핵무기 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 한반도의 전략 구도는 완전히 바뀔 것이다. 그 때 우리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이제 분명하다. 우리가 당장에 해야만 할 일 은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로 발전될 수 없게 하는 일과, 북한의 핵무기가 더욱 정교화 되어 사용 가능한 핵무기로 발전함을 방지하는 일이다. 더 이상의 미 사일 발사 실험과 핵폭탄 폭발 시험이 성공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전략 구도는 대체로 과거와 변함없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의 전략 구도가 대폭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상황, 즉 북한의 핵무기 체계가 완성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게 되는 날 우리는 기왕의 전쟁 억지전략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을 구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한국의 궁극적 안전보장 정책 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국제정치사의 경험을 통해서 추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핵시대가 시작된 지 64 년째로 접어드는 오늘의 시점에서 되돌아볼 때, 적대국가가 핵 무장을 한 상황에 당면한 국가들의 대응 방안은 대체로 보아 다음의 3가지로 나타났다.

    1. 핵무장

    현실적, 이론적으로 가장 확실하고 흔하게 나타난 방안은 위 협에 처한 나라가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방법이었다. 미국의 핵무장에 대한 소련의 반응, 소련 핵무장에 대한 영국, 프랑스의 반응, 1960년대 초반 이래 소련과의 간극과 미국을 두려워 한 중국의 핵무장, 중국의 핵무장에 대한 인도의 핵무장, 그리고 인도의 핵무장에 대한 파키스탄의 핵무장이 그 사례다. 2차대전 이후 개발된 중요한 국제정치학 이론인 “핵 억지 이론(Nuclear Deterrence Theory)에 의거해도 가장 안전한 방법이 스스로의 핵 무장이다. 핵은 핵으로만 억지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한국의 핵무장은 말하기는 쉬워도 현실적으로 지극히 어려운 방안이다.

    물론 한국은 핵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고 세계적인 핵 발전국이 될 수 있었다. 한국이 무기로서의 핵개발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로부터 야기되는 각종 제재에 당면할 것이며 경제 발전이 파탄 나는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 무장을 거의 자동적으로 초래할 것이다. 현 상태 하에서 핵 무장의 옵션은 최선의 대응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은 무조건 핵무장을 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외칠 필요는 없다.
    [2013년 2월12일 북한의 핵 실험은 우리가 이런 주장을 더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을 도래케 했다. 김정일 사망이후 1년여 기간 동안 북한은 핵무기 체계 완비를 향한 결정적인 진전을 이룩한 것으로 보인다]

    2. 이스라엘식 대응방안

    두 번째 방안은 이스라엘 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서 적 국의 핵무기가 사용 가능한 무기체계로 발전하기 이전에 그것을무력을 통해서 사전 제거하는 방법이다. 대단히 위험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핵전쟁을 벌이는 것 보다 지금 전쟁하는 것 이 차라리 낫다’는 논리에 의거한 방법이다. 이스라엘은 이라크 (1981), 시리아(2007)의 핵무장을 공중 폭격을 통해 제거해 버렸고 2008년 6월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폭격 훈련도 마쳤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한반도에서의 적용 가능성은 한계가 있다. 이미 1994년 6월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 핵에 대한 공중 폭격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었지만 북한의 보복 공격으로 인 한 인명 피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일 수 있다는 점으로 반대에 봉착했고 계획이 중지되었다. 비록 미국 공군의 정밀 폭격 능력이 대폭 향상된 것은 사실 이지만 북한의 핵폭탄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완전한 외과적 수술과 같은 핵 제거가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이 쉽게 대안으로 선택할 수 없는 방안이다. [ 역시 이문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게 되었다. 미국이 북한 핵을 무력 공격해서 제거하는 방안이 점차 유용한 방안이 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북한 핵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 된것 아닌가?]

    3. 동맹국으로부터 확대된 전쟁억지(extended deterrence 핵우산)를    보장받는 방안

    세 번째 방안은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대신 믿을 수 있는 동맹국의 핵우산을 빌리는 방법이다. 확대된 전쟁억지(extended deterrence)라는 이 방안은 궁극적인 안전보장책은 되지 않지만 2차 대전 이후 오늘까지 일본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며 대한민국 정부가 현재 추구하고 있는 방식이다. 미국의 핵우산을 빌리 는 이 방식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현 실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2010년 6월 16일 정상 회담에서의 선언문에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한다는 논의가 있었는데 올바른 대안을 추구한 것이라고 사료된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이 미국의 대도시를 정확하게 공격할 수 없는 한 이 대안은 가장 현실적이며 위험이 적은 대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이 2012년 12월 12일 발사 실험에 성공한 장거리 미사일은 제 3 의 방안도 더 이상 좋은 방안이 아니게 만들었다. 필자가 몇 년 전 논문에 서 말 했듯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는 날, 미국의도시를 공격할수 있는 날, 미국의 핵우산은 그 신뢰성을 상실한 찢어진 우산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이 서울을 구하기 위해 로스앤젤스를 희생할 각오를 할수 있을까?]

    4. 그동안 대한민국이 택 했던 방안

    그러나 북한의 핵 보유가 거의 확실시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약 10년 동안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택한 방 식은 위의 세 가지 중 어디에 속하는 것도 아닌 특이한 것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시키든지 혹은 스스로 대안을 강구하든지 하는 대신 오히려 미국의 핵우산을 걷어 내리는 방법을 강구하거나한미 동맹관계를 서서히 약화시켜나가는 방법을 취했다. 북한의 핵무장이 일리 있다며 두둔하고 오히려 미국을 비난하는 놀라 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두 정권이 보인 태도는 정상적인 국가라면 그럴 수 없는, 국제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유형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방식을 대응 전략이라고 말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북한 핵무장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자비심에 호소하는 방안 이었다고 보면 되겠다. 그들의 눈에는 북한이 자비스럽게 보였는가?]

    그동안 북한의 핵 보유 노력에 대해 구체적이며 전략적인 대응책이 없었던 한국 정부의 북한 핵에 대한 안전보장 정책은 적어도 3번째 정책(동맹국으로부터의 핵우산 추구)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3번째가 여의치 않을 경우 대한민국은 심각하게 핵무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2012년 1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과 오늘 2013년 2월 12일의 3 차 핵실험 의 성공적 단행은 한국에게 남은 전략적 옵션을 둘 중의 하나로 줄여 놓기에 충분하다. 한국에게는 이제 북한핵을 막기 위해서 이스라엘식 방법을 택하든가,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하든가 두 가지가 남았다. 북한핵을 제거하기 위해 지난 2월 6일 대한민국 합참 의장이 행한 북핵 정밀타격론 , 2월 7일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말한 북한 핵 무력 공격론 등에 대해 심각히 연구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춘근